이성복 부장판사, ‘윤석열 계엄 위헌ㆍ위법’…시민들에 위자료 판결

“윤석열은 시민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원고 1인당 10만원”

2025-07-30     신종철 기자

[로리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법원이 위헌ㆍ위법하다고 판단하며 계엄 사태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시민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비상계엄으로 인한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 판결이 선고되자, 윤석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내란 중요임무종사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22시 29분경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어 박안수 계엄사령관에게 다음과 같은 포고령을 발령하게 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년 12월 3일(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놀란 시민 104명은 2024년 12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주권 및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헌법기관 구성권, 특히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그로 하여금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게 하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을 뿐만 아니라, 무장한 계엄군의 출동 및 위협적인 행위들로 인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협을 받았고,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또 “나아가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성숙한 민주국가와 사회를 이룩한 주인 된 시민으로서 누리던 자존감마저 무너지게 되고, 국제사회의 우려 내지 비하를 감수하는 처지가 돼 막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7월 25일 대한민국 시민 104명이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2024가소120790)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소송가액이 1050만원인 소액사건(3000만원 이하)이라서 판결문에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성복 부장판사는 일반적인 민사사건 판결문과 같이 상세하게 내용을 담았다. 이 사건의 무게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위헌ㆍ위법한 비상계염 선포행위

이성복 부장판사는 먼저 “비상계엄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발령할 수 있는데, 이는 계엄법이 구체화한 것처럼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성복 부장판사는 “그러나 이 사건 비상계엄이 선포된 즈음에 그와 같은 국가비상사태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군이 동원돼야 할 만큼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도 아니었으며, 이 시기 원고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을 뿐으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음은 물론 그 징후조차 없었다”며 “따라서 피고의 비상계엄 선포행위는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ㆍ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성복 부장판사는 또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고(헌법 제77조 제4항, 계엄법 제4조 1항), 비상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계엄법), 피고는 비상계엄 선포 후 일체 국회에 통고한 바가 없고, 국무회의 심의나 관계 국무위원들이 위와 같은 절차를 지켰다고 볼 자료도 부작하다”며 “따라서 피고의 비상계엄 선포행위는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위헌ㆍ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 위헌ㆍ위법한 비상계엄 조치사항

이성복 부장판사는 “헌법 제77조와 계엄법 제9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경우에도 정부와 법원의 권한에 관해 일정한 요건 하에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을 뿐, 헌법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없고, 특히 국회 및 국회의원에 대해 그 기능을 방해하거나 저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국회 및 국회의원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기관으로서 그 신분과 기능을 더욱 강력하게 보장받고 있다”며 “따라서 피고의 비상계엄 관련 조치 사항들은 이러한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배한 위헌ㆍ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 위법성 및 고의

이성복 부장판사는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의 대한민국 전역에 걸친 비상계엄 선포행위 및 조치사항은 실체적ㆍ절차적 요건을 모두 결여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도 불구하고 그 해제에 대한 피고의 소극성,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 사유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의 비상계엄 선포행위 및 후속 조치행위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에 대해 민법 제750조가 규정하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손해 발생 및 인과관계

이성복 부장판사는 “피고는 위헌ㆍ위법한 비상계엄 및 그로 인한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등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 및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하는 대통령의 막중한 임무를 위배했다”고 질타했다.

이성복 부장판사는 “그로 인해 대통령인 피고의 비상계엄 선포 및 조치사항을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들인 원고들이 당시 공포와 불안, 불편과 자존감, 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성복 부장판사는 “따라서 피고(윤석열)는 원고들에게 이러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그 액수는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등을 참작해야 할 것인데, 적어도 원고들이 구하는 각 10만원 정도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판결선고 4일 만에 항소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