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방관 경찰은 항의 참가자 채증”

- 국회서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 보고회 - 공권력감시대응팀 ‘랑희’ 활동가 “폭력에 공조하는 경찰, 파괴된 집회의 권리” - “경찰, 구사대 폭력 앞에 무능을 넘어 의도적으로 방치ㆍ공조…‘구사대와 한몸’” - “구사대가 먼저 물리력ㆍ폭력 행사했음에도 마치 시위대와 쌍방 다툼인 것처럼 행동” - “20년 전 공장 안 폭력 증언과, 2025년 노동자ㆍ시민의 증언 똑같이 맞닿아”

2025-07-28     최창영 기자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로리더] 공권력감시대응팀 랑희 활동가는 “경찰은 현대차 구사대의 폭력을 의도적으로 방치했거나, 구사대와 공조 또는 협력했다고 본다”면서 “현대차, 구사대의 목표와 경찰의 목표는 동일해 투쟁을 거점을 없애버리는 것에 있어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 더불어민주당 김주영ㆍ김태선ㆍ박정ㆍ박정현ㆍ박해철ㆍ이용우ㆍ이학영ㆍ이해식 국회의원, 진보당 윤종오ㆍ정혜경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7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 보고회’를 개최했다.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 보고회

이수기업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에서 수출용 차량이송 업무를 담당하던 사내하청 기업으로, 지난 2024년 7월 25일 불법파견이 인정됐으나, 진상조사단 측은 확정패소 인원이 이수기업 소속으로 재소송을 진행하게 될 것을 우려해 현대차는 이수기업을 계약 해지하며 노동자 전원을 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수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2025년 3월 13일과 14일, 4월 18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치려고 시도했으나, 현대차 보안운영팀(구사대)이 이를 막기 위해 노동자, 연대 시민 등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특히 4월 18~19일에는 진상조사단 추정 최소 30명 이상의 노동자ㆍ시민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 또는 성소수자로 추정된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유태영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이선민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이 자리에서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집회에 참가했던 이들은 구사대의 폭력에 분노한 것에 못지않게 경찰에게도 분노했다”면서 “많은 참가자들이 경찰에 대해 증언하며,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구경만 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공권력감시대응팀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신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모인 연대 단체다.

랑희 활동가는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구사대의 폭력에 압도돼 무능했다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방치했거나 구사대와 공조 또는 협력했다고 본다”면서 “실제로 한 참가자는 경찰은 구사대와 한 몸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단’ 보고회에서 폭력사태를 동영상으로 보고 있다

랑희 활동가는 “구사대의 폭력은 물리적이기도 했지만, 집회의 권리를 파괴하고자 했던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경찰의 책무 중 하나는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인데, 이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랑희 활동가는 “또한, 경찰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책무를 지는데, 경찰은 폭력을 방치해 많은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면서 “경찰이 책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력이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경찰의 공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랑희 활동가는 “구사대가 폭력으로 천막을 탈취하고 공장 앞으로 복귀하는데, 경찰은 이들의 뒤를 따라서 똑같이 정문 앞으로 들어갔다”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폭력이 벌어지고 있을 때 경찰은 그걸 말리거나 폭력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잡아가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무사히 현장에서 벗어나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해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지 색 옷을 입은 현대차 구사대와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및 연대시민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모자를 쓴 경찰이 구사대가 아닌 노동자와 시민 측을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채널 “이수기업해고자” 영상 캡처)

랑희 활동가는 “경찰은 구사대를 왜 잡아가지 않느냐, 말리지 않느냐는 항의에 참가자들을 향해 카메라를 대고 오히려 채증만 했다”면서 “이는 먼저 물리력과 폭력을 행사한 주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쌍방의 다툼이 있는 것처럼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랑희 활동가는 “이런 행위에 경찰이 편향적으로 구사대 편만 들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이는 단순히 구사대 편을 들었다는 문제를 떠나서, 집회의 권리를 파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질타했다.

베이지 색 옷을 입은 현대차 구사대가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및 연대시민들이 설치하려는 천막을 탈취하려는 장면(사진=유튜브 채널 “이수기업해고자” 영상 캡처)

랑희 활동가는 “구사대가 탈취하려 한 천막은 그냥 물건이 아니라 투쟁의 거점이었다. 그렇기에 천막을 없앤다는 것은 ‘이 공간에서 너희는 집회를 할 수도 없고, 연대를 만들어도 안 된다’는 회사의 의지였고, 이를 경찰은 방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찰과 현대차, 구사대가 공조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에 대해서도 랑희 활동가는 “경찰도 천막 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는 천막을 치는 순간 그곳은 투쟁의 거점, 연대의 공간이 되고, 장기화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현대차, 구사대의 목표와 경찰의 목표는 동일해 투쟁을 거점을 없애버리는 것에 있어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4월 18일 현대차 구사대의 난입으로 부상을 당한 이수기업 노동자 및 연대 시민들(사진=현대자동차 이수기업 정리해고 철회 및 고용승계대책위원회)

랑희 활동가는 “또한, 폭력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며 “3월 13일 집회에서도 구사대가 어떻게 했는지 모두가 봤고, 그렇다면 4월 18일 집회에서도 구사대가 온다는 것을 예상해 실제로 경찰 경력도 늘었다. 그런데 경찰은 폭력 행사를 막는 일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방치해 실제로 폭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권력감시대응팀 랑희 활동가는 “경찰은 오히려 이수기업 집회 주최자를 불러서 집시법 위반으로 조사했다”면서 “이런 상황은 20년이 넘었고, 구사대의 폭력은 공장 밖으로 나와서 시민들을 향하고 있으며, 이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찰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랑희 활동가는 “20년 전 공장 안에서 폭력을 당했던 노동자의 증언과 2025년 노동자와 시민이 하는 증언은 하나도 틀림없이 똑같이 맞닿아 있다”면서 “경찰, 검찰, 법원 모두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고, 국가가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랑희 활동가는 “이수기업에서 벌어진 폭력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20여년간 구사대가 해온 폭력의 연장선상”이라며 “책임은 현대차에도 물어야 하지만, 경찰과 이를 방치한 국가에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진상조사단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 보고회

진상조사단은 이번 보고서는 용혜인 의원실이 울산광역시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울산 지역 경찰 운영 관련 자료와 집회 상세 내역,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주변 집회 신고서 등의 자료를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 노동위원회 김상은 변호사는 “집회 현장에 직접 가서 적법하게 신고된 장소에 경찰과 구사대가 어떻게 집회를 방해했는지, 어떤 부서의 어떤 경찰 몇 명이 현장에 있었는지 파악해 이에 근거해 조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진상조사 보고회는 공동조사단장을 맡은 김상은 변호사가 사회를 봤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가 ‘이수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차 구사대 폭력의 경과와 특징’을 주제로, 민변 노동위원회 이선민 변호사가 ‘현대차 구사대 이용 노무관리 문제’를 주제로, 민변 노동위원회 유태영 변호사가 ‘현대차 이수기업의 고용구조 문제’를 주제로, 공권력감시대응팀의 랑희 활동가가 ‘폭력에 공조하는 경찰, 파괴된 집회의 권리’를 주제로, 공동조사단장이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가 ‘진상조사단의 요구’를 발표했다.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 보고회

보고회 말미에는 안미숙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대표와 당시 투쟁에 연대하다 구사대의 폭행을 당한 윤혜민 시민(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이수기업 명예 조합원)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민변 노동위원회 양정규 변호사,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최석군 변호사를 비롯해 이수기업 해고노동자와 연대하는 시민들도 참석했다.

진상조사단에는 공권력감시대응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민변 노동위원회, 백기완노나메기재단, 블랙리스트 ‘이후’,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스튜디오 알, 영등포산업선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금속노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이 참여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