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변호사 “로펌 프로보노뿐 아니라, 변호사 공익활동도 줄어”
- “변호사 전반적 공익활동, 최근 몇 년 동안 관리 안 돼” - “로펌 프로보노 활동은 수도권, 대형 로펌 중심…홍보 부족” - “독립적 프로보노 센터 대한변협이 지원 고려해야”
[로리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익조직인 재단법인 동천에서 활동하는 이희숙 변호사는 국내와 해외의 로펌 프로보노 현황을 비교하며 “프로보노 센터를 독립된 기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한변협이 지원하는 것도 고려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조순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7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정의실에서 ‘로펌 프로보노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로펌공익네트워크가 후원했다.
‘프로보노’는 라틴어로 ‘공익을 위해’라는 뜻이며, 로펌 프로보노는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개인이나 단체를 위해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이희숙 변호사는 “로펌 프로보노와 관련해서 세미나를 한 지 10여 년이 넘었는데, 5년 전에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바뀐 점이 없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익활동에 대한 의무를 두고 있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을 만큼 (제도적으로는) 선도적인데, 로펌 프로보노 활동에 있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활동을 펼치온 이희숙 변호사는 2018년 법무부장관 표창, 2018년 대한변호사협회 제7회 우수변호사, 202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익봉사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프로보노지원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희숙 변호사는 “로펌 프로보노 활동은 2000년대부터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지평이 공익활동위원회를 조성하면서 시작돼 2010년대 들어서면서 각 로펌들이 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16년도에는 11개 로펌의 공익네트워크를 조직했는데, 2025년인 지금까지 로펌공익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로펌 수는 12개로 그 수에 변화가 별로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그 외에는 법무법인 YK나 법무법인 DLG 등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평의 공익 조직인 사단법인 두루는 사회 변화 임팩트 관점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익 조직인 재단법인 동천은 비영리 활동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NPO셀프체크리스트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고, 외부 펀딩을 통해 주거안정성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형태의 로펌 프로보노 활동은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질적인 성장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지난 10년간 양적인 측면에서 성장은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2024년, 10대 로펌 중 연간 공익활동이 20시간을 넘긴 곳은 4개에 불과했고, 2022년에는 3개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2021년 기준 7대 로펌 변호사 1인당 평균 공익활동 시간은 19.4시간에 불과해 의무 공익활동 시간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2016년 기준 대형 로펌 변호사 1인당 연평균 공익활동시간이 26.13시간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희숙 변호사는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전반적인 공익활동 시간을 대한변협이나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관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관리가 안 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또 “공익활동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면서 “과거에는 공익활동이 자리잡는 시기였고, 로펌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이뤄졌지만, 전국적으로 퍼져야 할 시점에도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로펌 프로보노 활동이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한계”라며 “이러한 한계를 맞이한 것은 외부 기관의 평가가 미흡한 것도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숙 변호산 “대한변협은 공익 대상 심사 시 프로보노 활동 지표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한 번 상을 받은 곳은 다시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지표를 활용하거나 보고하는 로펌의 수가 많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로펌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단순히 공익활동 시간뿐 아니라 ESG 관점에서 다층적인 책임이 요구된다”면서도 “그러나 12대 로펌 중 장애인 법정의무고용율 3.1%를 충족한 곳은 5곳에 불과한 것 등은 로펌들이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희숙 변호사는 “2022년 조사에서 대형로펌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했는데, 홍보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대국민 홍보를 할 때, 단순히 어떤 것을 했다는 성과가 아니라 시민들이나 비영리 단체가 로펌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으리라 체감할 수 있는 홍보를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이희숙 변호사는 로펌 프로보노와 관련해 해외(미국, 영국, 호주)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첫 번째로 이희숙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1996년 설립된 PBI(Pro Bono Institute)에서 중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미국 로펌은 PBI에 참여해 시간을 설정하고, 그것을 이행하는 구조로 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미국에서 변호사 1인당 연평균 프로보노 활동 시간은 52.6시간으로, 한국과 비교해서 2배 이상 높다”면서 “특이한 점은 200명 미만 로펌의 프로보노 시간이 1000명 이상의 로펌보다 평균 활동 시간이 4시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희숙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전문 매체가 로펌별 총 프로보노 시간을 분석해 발표하는데, 이를 근거로 로펌은 각자 홍보하고 있다”면서 “프로보노 활동을 홍보하는 것이 수임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이희숙 변호사는 “영국에서는 국립 프로보노 센터(National Pro Bono Centre)가 변호사협회 등의 지원으로 2010년 설립됐다”면서 “이외에도 영국 사무변호사의 대표 프로보노 단체인 로웍스(LawWorks) 등 다양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영국에서 특이한 부분은 프로보노 코디네이팅 위원회에서 프로토콜을 만들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도 내부적으로 대한변협에서 이러한 제도를 만들어서, 소송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또, 영국에는 로펌들의 자발적인 프로보노 협력 체계인 UKCP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에는 8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로펌들은 평균 25시간 이상의 희망 목표를 채택하고, 매년 이를 어떻게 달성했는지 결과를 제출해 통계를 낸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 이희숙 변호사는 “호주는 2002년 정부 주도로 설립된 호주 프로보노 센터(Australian Pro Bono Centre)에서 전국 프로보노 정책과 운영 허브의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2024년, 호주 변호사들의 포로보노 시간은 2008년 대비 7배 확대되는 등 활성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2024년 기준 호주 프로보노 센터에 참여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1인당 연평균 41.9시간을 프로보노 활동에 쓰고 있으며, 로펌 변호사의 참여율은 62%에 달한다”면서 “호주 프로보노 센터의 활동 중 60%는 비영리 단체에 대한 자문 또는 소송이고, 나머지 40%가 개인인데, 한국 법률구조공단에서는 비영리 단체에는 자문해주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비교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프로보노 센터를 독립된 기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한변협이 지원하는 것도 고려하면 좋겠다”면서도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민간 주도로 프로보노 지원 기관이 만들어지면 더 장기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로펌 프로보노 지원 중개 기관에 대해서, 사실 몇 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하라고 압박만 준다고 해서 프로보노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좋은 사건과 로펌이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형 로펌은 자체 법인을 통해 사건을 발굴하고 연계할 수 있지만, 그런 기관이 없는 로펌에는 의지가 있어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협력해서 변호사들을 사회적 기업과 1대 1로 매칭해 법률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동안 NPO나 사회적 기업과 매칭된 변호사의 수가 350명에 이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런 활동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로펌 차원으로 더 조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이 국가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행정명령을 내리고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내리고 있는데, 로펌이 이를 피하려고 다양성 정책(DEI) 중단과 정부에 대한 프로보노 제공을 약속하는 등 굴복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반면, 정부의 방향을 받아들이기보다 법적으로 다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프로보노가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로펌의 사회적 책임과 진정성 측면에서 변호사 본연의 사명을 강화하면 그 어떤 정치적 변화에서도 일관적으로 프로보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수영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가 개회를 맡았고,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가 좌장을 맡았다.
발제자로는 이희숙 변호사(재단법인 동천)가 로펌 프로보노 활성화 과제를 주제로, 염형국 변호사(법무법인 디엘지 공익인권센터장)가 포펌 프로보노 현황과 변호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참석했다.
토론자로는 장보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활동법센터장, 소라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병욱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제1인권이사), 김준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장), 김유완 검사(법무부 법무과)가 참석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축사를 보내기도 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