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 갤럭시 S21, S22 ‘가장 빠른 속도’…소비자 기만 광고”

- 서울중앙지법, 삼성전자 표기광고법상 ‘기만 광고’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 책임 불인정 왜?

2025-07-22     신종철 기자

[로리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S21, S22에서 고사양 게임 앱을 이용하는 경우 속도가 느려짐에도 ‘속도 제한 없이 가장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다’고 광고한 것에 대해, 법원은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기만적인 표시ㆍ광고”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표시광고법에서 금지하는 “기만적인 표시ㆍ광고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판결문을 통해 자세히 살펴봤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1 울트라’를 소개하는 모습 /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는 갤럭시 S21 시리즈 스마트폰 관련 보도자료에서 “‘갤럭시 S21’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의 5nm 프로세서와 보안 솔루션, 5G 이동통신, 갤럭시 에코시스템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에게 최상의 모바일 경험을 제공한다, 최신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탑재해 빠른 구동 속도는 물론 에너지 효율성, 더 나은 5G 연결성과 기기 내 AI 성능을 자랑한다. 또한 8K 영상 촬영이나 동영상 편집, 클라우드 게임 등 고사양 고용량의 프로그램도 매끄럽게 즐길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광고했다.

2021년 1월 15일 삼성전자 갤럭시 21 스마트폰 출시 보도자료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 시리즈 스마트폰 관련 보도자료에서 “‘갤럭시 S22 울트라’는 기존 와이파이6(Wi-Fi6) 대비 2배 빠른 와이파이 6E를 지원해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게임 등을 더욱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또 “‘갤럭시 S22’ 시리즈는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탑재한 4nm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업무나 일상생활 어디서든 강력한 성능을 즐길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광고했다.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2 울트라’를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2022년 2월 10일 갤럭시 22 스마트폰 출시 보도자료 
삼성전자 2022년 2월 10일 갤럭시 22 스마트폰 출시 보도자료 

삼성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원고들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에 클럭 수의 상한을 설정하는 GOS 개별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스마트폰의 성능을 임의적ㆍ일괄적으로 제한했음에도, 이 사건 스마트폰 등이 동시대 최고의 성능을 가졌고, 고사양의 게임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며 “이는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서 금지하는 기만적인 표시ㆍ광고행위에 해당하므로, 삼성전자는 원고들에게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또 “삼성전자는 이 사건 스마트폰 등에 클럭 수의 상한을 설정하는 GOS 개별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스마트폰의 성능을 임의적ㆍ일괄적으로 제한했음에도 GOS 개별정책에 대해 소비자인 원고들에게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사정에 관해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원고들의 합리적 선택의 기회 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가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따라서 삼성전자는 민법상 불법행위 및 소비자기본법 위반을 원인으로 원고들에게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1 시리즈 스마트폰부터 ‘GOS 개별정책’을 도입했는데, ‘GOS 개별정책’이란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을 실행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특정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의 CPU 및 GPU의 클럭 수에 관해 상한을 설정함으로써 모바일기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한편, GOS 개별정책이 적용되는 고사양 게임 앱은 삼성전자가 선정했고, 갤럭시 S22 스마트폰 기준으로는 ‘원신’을 포함한 총 57개의 게임이 그 대상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게임 앱의 사용 시간이 장시간인 점을 고려해, ‘게임 앱 이용시간 40분을 기준으로 하여 안정적인 FPS와 적정한 온도(목표 온도 42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에 GOS 개별정책이 적용되는 경우 게임 앱 사용 시간 초반부의 경우에는 클럭 수의 상한 설정으로 인해 FPS가 GOS 개별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보다 감소하도록 설계했다.

구체적으로 원신 게임 앱의 경우 갤럭시 S22 플러스 스마트폰 기준 가용 클럭수(818MHz) 대비 40% 정도 수준(350MHz)이 상한으로 설정돼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 서울중앙지법, 삼성전자 ‘기만 광고’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 책임 없다 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김지혜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2일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소비자 1882명이 “삼성전자가 기만적인 광고행위를 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는 최소한 갤럭시 S21 시리즈 스마트폰 및 갤럭시 S22 시리즈 스마트폰에 대해서 GOS 개별정책과 관련해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을 이용하는 경우 클럭 수 상한 설정으로 게임사가 설정한 최초 FPS 속도보다 속도가 인위적으로 느려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위 모바일기기를 이용하는 경우 그러한 속도 제한 없이 가장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다’고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행위를 했다”며 “결국 삼성전자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인 기만적인 표시ㆍ광고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S21 시리즈 스마트폰 및 갤럭시 S22 시리즈 스마트폰에 GOS 개별정책을 도입한 사실, GOS 개별정책이 적용되는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을 이용하는 경우 GOS 개별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 게임 앱 사용 시간 초반부의 경우에는 클럭 수의 상한 설정으로 인해 FPS가 GOS 개별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보다 인위적으로 감소(속도가 느려짐)하도록 설계한 사실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가 갤럭시 S21 시리즈 스마트폰 및 갤럭시 S22 시리즈 스마트폰에 대해 한 광고(보도자료 등)는 ‘갤럭시 S21 시리즈 스마트폰 및 갤럭시 S22 시리즈 스마트폰은 소비자가 위 모바일기기를 이용함에 있어 게임 앱을 포함한 모든 작동 시에 가장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고 소비자가 인식하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전자는 ‘GOS 개별정책은 게임 앱의 사용 시간이 장시간인 점을 고려해 게임 앱 이용시간 40분을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형태로 일부 고사양 게임 앱 이용을 최적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는데, 삼성전자가 GOS 일반정책이 적용되는 문제점(모바일기기 내 발열로 인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인위적으로 클럭 수 상한을 설정해 속도를 제한한 것은 ‘가장 빠른 칩’이라는 광고문구에 반하는 행위임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의 광고를 보고 갤럭시 S21 시리즈 스마트폰 및 갤럭시 S22 시리즈 스마트폰을 구입해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라면, 그러한 게임 앱을 이용하는 전 과정에 걸쳐 위 모바일기기가 가장 빠른 속도를 구현할 것이라고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고, 40분의 이용시간을 기준으로 속도가 안정적일 것을 예상했다거나 기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삼성전자가 GOS 개별정책과 관련해 기만적인 표시ㆍ광고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그러한 손해가 위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점 등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GOS 개별정책은 2021년 1월 출시된 갤럭시 S21 시리즈 스마트폰부터 도입됐다가 2022년 3월 10일자 업데이트로 클럭 수 상한이 해제됨으로써 사실상 GOS 개별정책은 모바일기기 내에서 적용되지 않게 되었는데, 원고들은 그보다 훨씬 이전이 2016년 1월 13일부터 모바일기기를 구입한 사람들도 포함돼 있고, 위 업데이트 이후에 모바일기기를 구입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 “GOS 개별정책은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을 실행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원고들 중 이 사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을 이용하지 않아 GOS 개별정책이 전혀 적용된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원고들에게 삼성전자의 기만적인 표시ㆍ광고로 인해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자신이 사용한 스마트폰 등이 GOS 개별정책이 도입된 모바일기기라는 사실뿐 아니라 자신이 GOS 개별정책이 적용된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주장ㆍ증명할 책임이 있다”며 “그러나 원고들은 구입한 스마트폰 등에서 GOS 개별정책이 적용되는 위와 같은 고사양 게임 앱을 실행해 스마트폰 등에서 GOS 개별정책이 적용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제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일부 고사양 게임 앱 외에 일반 앱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GOS 개별정책이 적용돼 이 사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함에 있어 불편을 겪었고, 삼성전자가 임의로 일부 고사양 게임 앱 외에 다른 앱을 GOS 개별정책 도입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으므로 게임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를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일부 고사양 게임 앱이 아닌 일반 앱에 대해서도 GOS 개별정책이 적용됐다거나, 삼성전자가 도입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원고들은 아무런 증거를 제출한 바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단순히 장래에 게임 앱 이용가능성이 있다거나 게임 앱에 최적화된 만큼 우수한 프로세서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다고 신뢰했다는 점만으로는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만일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손해와 삼성전자의 기만적인 표시ㆍ광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민법 및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삼성전자에게 GOS 개별정책과 관련해 모바일기기를 구매하려는 일반 소비자들 전체에 대한 신의칙상 고지의무 또는 소비자기본법상 고지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원고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