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통상임금’ 패소…법원 “명절 귀성비ㆍ식대보조비 줘라”

삼성화재노조 조합원들, 삼성화재해상보험 상대로 1심과 2심 모두 승소 판결 받아

2025-07-11     신종철 기자

[로리더] 삼성화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회사(삼성화재해상보험)가 설ㆍ추석 귀성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아 임금을 체불했다며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미지급 임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1심과 2심(항소심) 재판부는 삼성화재해상보험 직원들의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에 대해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법원은 삼성화재에 직원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를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 관련한 삼성계열사 및 다른 유사한 소송을 진행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2월 설립된 삼성화재노동조합(위원장 오상훈)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소송참여인단을 모집해 2020년 11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안 주는 통상임금을 재산정 후 미지급 임금을 달라는 것이었다.

삼성화재노조는 “삼성화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고정시간외수당, 식대보조비, 교통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회사를 이를 제외한 채 통상임금을 산정한 후 이를 기초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법정수당)을 산정해 지급했다”며 “따라서 회사는 원고들에게 2017년 11월부터 시간외근로(연장, 야간, 휴일근로) 시간이 있는 기간까지 정시간외수당, 식대보조비, 교통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추석 귀성여비를 포함해 산정한 법정수당과 기지급금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화재해상보험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2023년 11월 9일 삼성화재노조 조합원 179명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통상임금’ 인정.

삼성화재해상조험은 급여지침에 따라 매월 연봉제 및 월급제 급여 규정을 적용받는 전 직원에게 식대보조비 명목으로 12만원, 전 임직원에게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명목으로 ‘개인별 기준연봉 × 3~5%)’을,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 중에서 손해사정 실무 및 유관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5만원을 지급해 왔다.

삼성화재는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은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 지급여부 및 지급액이 확정된 임금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의 지급실태에 비춰 보면, 이는 단순히 복리후생적ㆍ은혜적 또는 사기진작을 위한 금원이라거나, 특정 시점의 재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원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그날그날의 근로 제공으로 인해 그 몫의 임금이 이미 발생했음에도 지급에 관한 조건을 부가해 급여계산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근로자에게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중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근로제공의 대가로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반하고,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으로서 무효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급여지침에도 불구하고 식대보조금,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 실무수당은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 지급돼야 하는 임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삼성화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설ㆍ추석 명절 귀성여비 통상임금 인정.

삼성화재해상보험 직원들은 급여지침에 근거해 설과 추석에 각 기준급의 100%가 규칙적으로 지급받았다. 삼성화재는 설ㆍ추석 귀성여비가 재직자에게만 지급됐음을 이유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ㆍ추석 귀성여비는 미리 정해 놓은 지급 시기와 지급비율을 적용해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일정액이 지급돼 왔으며, 임의의 근로 제공일에 지급여부와 지급액 등 청구권의 발생 여부가 이미 확정돼 있으므로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설ㆍ추석 귀성여비의 지급근거 및 금액, 지급방법, 지급실태 및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 볼 때, 명칭이나 지급일이 명절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절이라는 특정 시점에 발생하는 생활 수요 충족의 용도를 위해 지급되는 것이라거나, 근로제공과는 무관하게 근로자의 생활이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은혜적 급부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히려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한 확정적인 대가로서 기본급에 준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설령 재직자 조건에 따라 퇴직자에게 설ㆍ추석 귀성여비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허더라도, 미리 확정된 통상임금의 범위를 소급적으로 부정하는 사유로 작동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근로자의 퇴직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하므로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에 대해 지급의 근거가 되는 규정과 지급 실태 등을 종합해 실제 지급된 임금 중에서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 지급될 것이 확정됐다면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이른바 ‘재직자 조건’을 이유로 고정성이 부정돼야 한다는 삼성화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삼성화재는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원고들에게 법정수당을 지급함에 있어 이를 포함하지 않았으므로, 삼성화재는 원고들에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는 기본급, 전환급, 손해사정사 수당에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설ㆍ추석 귀성여비를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 서울중앙지법, ‘고정시간외수당’과 ‘교통비’는 통상임금 불인정

한편, 재판부는 ‘고정 시간외수당’과 ‘교통비’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고정시간외수당에 대해 재판부는 “삼성화재는 평일 연장ㆍ야간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고정시간외수당 및 교통보조비를 지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교통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교통비는 일률적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실제 업무 내용을 고려해 다르게 산정돼 지급되고 있어, 비록 그것이 실제 비용의 지출 여부를 묻지 않고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개별 근로자의 특수한 근무조건으로 인해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변상하기 위해 지급되는 실비변상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삼성화재해상보험은 근로자들이 업무 특성상 사업장 외에서 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교통비를 지급했는데, 출장거리, 거래처 수 외근율 등을 고려해 출장지별로 ‘급지’ 또는 ‘등급’을 나누어 교통비 지급기준금액을 달리 정했다.

◆ 서울고법, 삼성화재해상보험 항소 기각 왜?

이 같은 1심 대부분 패소 판결에 대해 삼성화재해상보험은 불고해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이은혜 부장판사)는 7월 9일 삼성화재해상보험의 항소를 기각하며, 삼성화재노조 조합원들(원고 74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삼성화재가 항소한 주장은 제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1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항소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 및 변론 내용을 보태어 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개인연금 회사지원금의 경우 근로자가 개인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개인연금보험료 중 50%를 직접 부담해야 지급되며, 본인 부담금을 늘려 보험료를 증액할 수 있는 점, 휴직자 등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반면 지급기준일에 재직하는 근로자에게는 기왕의 근로제공 여부를 묻지 않고 지급되는 점, 월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점 등에 비춰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일률적으로 지급된다고 할 수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별계약사항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전 임직원이 지급대상에 해당하는 점, 삼성화재가 ‘개인별 기준연봉의 3~5%’에 해당하는 일정 비율의 금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해진 점, 회사가 매월 일정액의 보험료 전부를 대납하고 근로소득세까지 원천징수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신입사원의 경우 수습기간 종료일 다음달 급여부터 지원되고, 경력사원은 입사일 다음 달 급여부터 지원되므로 기왕의 근로 제공과 전혀 무관하게 지급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인연금 회사지원금이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에 해당함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삼성화재는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이 손해사정 실무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보전하기 위한 실비변상적 성격의 수당일 뿐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할 수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화재는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 중에서 손해사정 실무 및 유관 직무를 행하는 근로자라면 누구에게나 월 5만원을 지급해 온 사실, 손해사정사 실무수당은 모든 근로자들에 대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일정한 금액이 매월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