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X파일’ 전성인 “봉욱 민정수석, 검찰개혁 안목 있는지 불안”
- “삼성 X파일 사건은 노회찬 등 고발자,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박근혜 등 행위자가 처벌 받아…차이점은 국민이 힘을 빼앗았는가” - “봉욱 민정수석, 검찰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삼성 준법감시위 출신인 그의 안목이 불안”
[로리더]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멤버 출신인 봉욱 민정수석에 대해 “인품은 매우 훌륭한 분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아쉬운 것은 본인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하며) 돈을 받았건 받지 않았건, 본인이 일하는 조직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높은 곳에서 쳐다볼 안목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재벌개혁에 목소리를 내온 경제학자 전성인 전 교수는 이날 노회찬재단이 주최한 ‘노회찬 7주기 추모 심포지엄, 삼성 X-파일 사건의 교훈과 과제’에 참석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삼성 X파일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은 둘 다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이유로 비교하며 “두 사건은 굉장히 비슷한 면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삼성 X파일은 이상호 당시 MBC 기자가 안기부의 불법 도청기록을 입수한 것이 발단이었고, 국정농단 사건은 당시 최순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최서원의 태블릿PC를 JTBC가 입수하면서 발단이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핵심은 둘 다 정경유착으로, 삼성 X파일 사건은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와 삼성의 유착이었고, 국정농단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의 유착이었다”면서 “다만, X파일 사건은 정치권이 돈이 급했던 사안이었고, 국정농단 사건은 재벌 쪽의 이해관계가 더 급했다”고 회상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노회찬 의원이 밝혀낸 소위 ‘떡값 검사’ 명단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추가로 경악했다”면서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장충기 문자가 밝혀지면서 떡값 검사뿐만 아니라 떡값 언론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른바 ‘장충기 문자’는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사장 시절 각 언론사의 사장 및 편집국장 등으로부터 받은 삼성의 배려에 대한 감사 인사 등 문자 파동을 말한다.
전성인 전 교수는 “장충기 문자 사건에서는 보수 성향 언론과 경제지뿐만 아니라 한겨레와 경향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리고 그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겠으나, 정치나 시민운동을 하던 교수들 이름까지 거기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전성인 전 교수는 “두 사건에서 경제 권력은 둘 다 삼성이었다”며 “지금은 네이버나 카카오, 두나무 등이 무섭게 크고 있고, 로비력을 섣불리 봐선 안 될 것 같지만, 당시의 유일한 경제 권력은 삼성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두 사건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은, 그래서 누가 감옥에 갔느냐는 것”이라며 “삼성 X파일 사건의 경우 고발자들, 즉 이상호 전 MBC 기자와 사건을 보도한 월간조선 편집장, ‘떡검’ 명단을 국회에서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홈페이지에 올린 노회찬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반면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JTBC에서는 한 명도 감옥에 가지 않고 (국정농단) 행위자들이 처벌을 받았다”면서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힘이 있는 사람은 감옥에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전성인 전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힘이 있지 않았냐고 하겠지만, 국민들이 그 힘을 뺏었다”면서 “그런데 삼성 X파일 사건에서는 아무도 그 힘을 빼앗지 못하고, 삼성과 검찰, 정치 권력이 건재했다”고 비교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어렵게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진보’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힘을 합쳐 이재용이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하는 데 노력해, 이재용은 감옥에 갔다”고 평가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재용을 가석방했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박범계 국회의원이었다”면서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의 환수를 위한 법)을 그렇게 반대했던 박범계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해줬을뿐만 아니라, 취업 제한을 사실상 풀어줬다”고 비판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원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으로 일정한 형 이상을 받게 되면, 일정 기간 자기가 손해를 끼쳤던 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법 기술자들은 보수를 받지 않으면 취업이 아니라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한편에서는 취업이 아니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 풀어줘 놓고, 같은 입으로 박범계 장관은 취업 제한 상태에서도 백신과 반도체 분야에서 국익에 부응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개입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국익에 부응을 하나? 국익에 부응할 정도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게 취업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여기서 법조와 삼성, 그리고 권력의 짝짜꿍이 엿보인다”면서 “물론 삼성 X파일 때나, 윤석열 정권 때처럼 노골적이진 않아서, 검찰 출신 대통령이 부산에서 기업 총수들을 부르면 총알처럼 달려가서 폭탄주를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문민정부라고 해서 그런 것이 없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이번 (이재명) 정부는 어떠겠느냐”면서 “(대통령실) 봉욱 민정수석비서관을 인터넷에서 알아보면, 특정 사건과 관련해서 이름이 많이 나올텐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이재용을 풀어주는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것은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성인 전 교수는 “봉욱 민정수석은 검찰에서 나와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초대 멤버가 됐다”면서 “이재용 회장이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돼 고등법원에서 마지막 재판을 받을 시점, 당시 담당이었던 정준영 부장판사는 치료적 사법을 하겠다며 미국식 양형제도를 운운했다”고 회상했다.
경제학자 전성인 전 교수는 “정준영 부장판사의 말에 민변이 총알처럼 반박하기는 했지만,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라는 법에 맞지 않는 조직을 만들었다”면서 “우리나라 상법과 자본시장법상 준법감시인은 개별회사에 의무적으로 두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도록 회사가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 정준영 부장판사는 2019년 10월 제1차 공판에서 국정농단 사건이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획한 횡령 및 뇌물 범죄라고 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미국식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와 같은 대책을 요구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재판의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 재판부는 2020년 1월 제4차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심리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적 운영을 연계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당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의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거래, 사법농단, 법경유착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할 증거 채택들은 거부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의 구명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성인 전 교수는 “당시 박영수 특검은 몸이 달아서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가 준법감시위원회에 가면 안 된다’며 자기네 선배인 봉욱 변호사의 삼성 취업길을 반대하는 리포트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면서 “그 리포트에서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들었는데, 봉욱 전 차장은 봉급을 안 받았다는 이유로 활동했다”고 꼬집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위촉된 위원들은 회의 참석 수당을 받을 뿐, 따로 보수를 받지 않는다.
경제학자 전성인 전 교수는 “저는 봉욱 민정수석의 인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매우 훌륭한 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검을 떠나면서 쓴 글을 보면, 나름대로 굉장히 치열하고 깨끗하게 살아오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전성인 전 교수는 “아쉬운 것은 본인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하며) 돈을 받았건 받지 않았건, 본인이 일하는 조직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쳐다볼 안목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봉욱 민정수석은 이번 정부의 검찰개혁을 사실상 실무적으로 관장하는데, 그가 검찰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그의 안목이 검찰이나 사법제도 개혁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고 깊은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심포지엄 사회는 노회찬비전포럼 박창규 운영위원장이 진행했다.
또 조승수 노회찬재단 이사장,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석해 노회찬 전 의원을 기리는 인사말을 했다.
이후 제1세션은 ‘삼성 X파일 사건의 교훈과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박창규 노회찬비전포럼 운영위원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제2세션은 ‘삼성 X파일 사건의 교훈과 형사사법제도 개혁’을 주제로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여연심 변호사(민변 법원개혁소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김준우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성창익 변호사(전 민변 사법센터 소장)가 참여했다.
제3세션은 ‘재벌 대기업의 사회지배 영향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시사점’에 대해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가 발표하고,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