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전관예우 로비…노동부 직원들, 쿠팡 임직원과 식사ㆍ채용”
- 서비스연맹 김광창 “노동부 전관예우가 쿠팡의 뒷배였나?” - 진보당 김창년 “개혁적 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도 관료들 인식 변하는지 의심”
[로리더] 2025년 들어서 검찰과 경찰에 이어 고용노동부 출신 공무원들이 쿠팡이나 쿠팡 계열사로 이직하게 된 것에 대해 노동계와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7월 4일 현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양창수, 공직윤리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6월에 취업허가가 난 퇴직 공직자 59명 중 6명이 ㈜쿠팡이나 쿠팡 계열사로 이직했거나 이직 예정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소속이었던 5급 공직자 1명이 ㈜쿠팡으로 취업하기로 해 올해 들어서 총 7명의 퇴직 공직자가 쿠팡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6월에는 검찰청 소속 7급 공무원 1명과 산업통상자원부 3급상당 1명이 ㈜쿠팡에 부장으로, 대통령비서실 소속 3급상당 1명은 상무로 취업하기로 했다.
또 쿠팡 계열사로는 경찰청 경위 1명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에 현장관리자로, 고용노동부 소속 6급 공무원 1명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에 부장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4급 공무원 1명은 ㈜쿠팡페이에 전무로 취업을 예정했다.
이와 관련해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4일 오전 11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부-쿠팡 유착 의혹 및 쿠팡의 전관예우 영입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쿠팡CLS 임원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 감독관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대접했고, 해당 공무원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수많은 택배 기사들이 폭염에서 땀을 흘려가면서 걷지도 못하고 뛰어다니는 상황”이라며 “이를 고용노동부가 신경 쓰지 않으면 위험한 일이 발생하는데, 일부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쿠팡 임직원들과 식사하거나, 쿠팡에 채용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쿠팡은 국내 노동법을 지킬 생각이 없는 기업이었다”면서 “지금 확인된 고용노동부의 전관예우가 쿠팡이 국내법을 지키지 않게 하는 뒷배이지 않았나 싶다”고 꼬집었다.
김광창 위원장은 “쿠팡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감독기관 출신들을 끌여들여 전관예우 로비에 나섰고,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악착같이 이윤을 챙기는 버릇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그러다 2024년 국정감사와 올해 1월 청문회에서 과로사와 심야 노동, 불법 파견, 노조 탄압 문제가 드러나자 만연한 근로조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광창 위원장은 “청문회 이후 수개월 동안 사회적 합의나 법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이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대응을 위해 힘을 쏟아온 것이 드러났다”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와 죽음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여전히 공무원들을 영입해 로비를 통한 책임 회피라는 꼼수를 부리는 쿠팡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쿠팡은 검찰과 경찰, 국회의원 보좌관에 이어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을 대거 영입했다”면서 “뒤에 보이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과장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이 쿠팡과 어떤 밀약을 했는지 자못 궁금하다”라고 직격했다.
함재규 부위원장은 “저들에게 공무원으로서 직업 윤리는 있었는지, 노동자를 팔아먹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면서 “애초에 이런 공무원들과 쿠팡에 사회적ㆍ도덕적 책임을 다할 것을 주문한 노동자들이 참 순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창년 진보당 노동자당 대표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개혁적인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가 지명됐음에도 고용노동부 관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이전 노조 간부로서 고용노동부 청사를 수없이 방문했는데, 그럴 때마다 마주쳤던 현장 직원들의 그 비굴하고 멋쩍은 표정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창년 대표는 “사측의 엉큼한 속내가 드러난 이번 사건을 통해, 진보당은 모두와 함께 한여름 폭염을 뚫고 사회적 합의의 이행 점검을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국회 회기 중 언제든지 쿠팡과 공무원들의 반노동 편향 행정을 바로잡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지명자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통해 “쿠팡은 노동부 출신 임원이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점심식사를 한 것’이라고 얘기한다”면서 “노동부 출신 쿠팡 임원이 다시 노동부 공무원들에게 접대하고 로비하는 상황, 얼마나 끔찍한 상황이냐”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공무원) 5급 이하는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정말 그러냐”면서 “이렇게 영입된 이들은, 노동부 공무원들을 만나 식사, 접대를 제공하고, 과로로 고통받는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짓밟고 외면하도록 로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택배노조는 “고 정슬기 님의 과로사 이후, 쿠팡 대표들의 국정감사 증인채택과 국회 청문회 개최를 위해 의원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국회 보좌관과 비서관 출신 쿠팡 임원들이 발이 닳도록 국회를 돌아다니며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연줄을 동원해 의사결정 구조에 개입하고, 정상적인 결정을 가로막으려 시도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고 강조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노동부가 국가 기관의 기강을 확립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쿠팡과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줄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요구를 내세웠다.
1. 쿠팡 임원의 고용노동부 공무원 식사 대접에 대해 엄정 조치하라.
2. 쿠팡-노동부 식사 접대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라.
3. 쿠팡 근로감독 및 중대재해 수사에 참여한 공무원 중 현재 쿠팡으로 이직한 인원이 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공개하라.
4. 근로감독에 관여했던 공무원의 피감기업 취업에 대한 사전ㆍ사후 심사제도를 도입할 계획 있는지 밝히라.
5. 쿠팡에 대한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재실시할 계획이 있는지 답변하라.
6. 이해충돌 방지와 공직윤리 강화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뒤, 이와 같은 요구를 항의서한에 담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