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전관예우 실태…“노동부 출신 쿠팡 임원, 다시 노동부 공무원 로비”
- “감시자가 로비스트 돼”…쿠팡으로 간 공직자, 올해 7명 - 택배노조 김광석 위원장 “쿠팡, 고용노동부 고위 공무원 영입해 공공연히 전관예우” - “고용노동부의 본분을 저버린 자를 향한 경고…더이상 기업의 로비스트 돼선 안 돼” - 강민욱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2024년 10월, 쿠팡 근로감독 참고인 조사 받은 광역근로감독과 과장 한 명, 이번에 쿠팡CLS로 이직”
[로리더]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김광석 위원장은 4일, 고용노동부 등 출신 공직자들이 쿠팡이나 쿠팡 계열사로 이직하게 된 것을 두고 “감시자가 곧 로비스트가 됐다”면서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기업의 로비스트가 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7월 4일 현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양창수, 공직윤리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6월에 취업허가가 난 퇴직 공직자 59명 중 6명이 ㈜쿠팡이나 쿠팡 계열사로 이직했거나 이직 예정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소속이었던 5급 공직자 1명이 ㈜쿠팡으로 취업하기로 해 올해 들어서 총 7명의 퇴직 공직자가 쿠팡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6월에는 검찰청 소속 7급 공무원 1명과 산업통상자원부 3급상당 1명이 ㈜쿠팡에 부장으로, 대통령비서실 소속 3급상당 1명은 상무로 취업하기로 했다.
또 쿠팡 계열사로는 경찰청 경위 1명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에 현장관리자로, 고용노동부 소속 6급 공무원 1명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에 부장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4급 공무원 1명은 ㈜쿠팡페이에 전무로 취업을 예정했다.
이와 관련해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부-쿠팡 유착 의혹 및 쿠팡의 전관예우 영입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쿠팡CLS 임원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 감독관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대접했고, 해당 공무원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권익을 수호하고, 기업의 불법행위를 감독해야 할 국가기관인데, 최근 쿠팡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조치와 제식구 봐주기식 태도로 일관해 왔다”면서 “쿠팡 배송기사들의 과로사가 넘쳐나고 쿠팡 캠프에서 수백 건의 근로기준법 위반이 적발되고도 과태료ㆍ시정 수준에 그쳐, 이제는 감시자가 곧 로비스트가 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광석 위원장은 “쿠팡은 최근 전 고용노동부 고위 공무원들을 핵심 임원으로 영입하며 전관예우를 공공연히 펼치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의 근로감독을 통한 제재와 처벌 등 모든 절차에서 실질적 면책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이라고 짚었다.
김광석 위원장은 “전관예우는 공공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퇴직금 체불, 주휴수당 조작과 같은 불법적 노동 관행을 노동부의 눈을 피해 지속하게 하는 핵심 도구”라며 “또한 쿠팡 배송기사들의 과로를 조장하고도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법꾸라지와 같은 행태를 보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광석 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쿠팡의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적발된 위법 사항에 대해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 말고, 형사처벌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서 김광석 위원장은 “쿠팡이 영입한 전직 고위 공무원들의 인사 내역 권한 행사 기록을 전면 공개해야 하고, 이후 이들의 업무 개입 여부 영향력 실태를 국회 및 시민사회가 함께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노동부는 더 이상 기업의 로비스트가 돼선 안 된다. 국가기관은 노동자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고용노동부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재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택배노조 쿠팡본부 강민욱 준비위원장은 “지난 2024년 10월, 쿠팡에 대한 근로감독이 진행될 때, 여기(서울지방고용노동청) 8층에 올라가서 조사를 받았다”면서 “그 부서가 광역근로감독과였는데, 당시 과장이었던 사람이 이번(6월)에 쿠팡CLS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강민욱 준비위원장은 이를 두고 “과연 근로감독이 제대로 됐겠느냐”면서 “그리고 식사 접대(2월)는 1월, (국회의) 쿠팡 청문회 직후이자 근로감독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 이뤄졌다”고 짚었다.
택배노조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지명자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통해 “쿠팡은 노동부 출신 임원이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점심식사를 한 것’이라고 얘기한다”면서 “노동부 출신 쿠팡 임원이 다시 노동부 공무원들에게 접대하고 로비하는 상황, 얼마나 끔찍한 상황이냐”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공무원) 5급 이하는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정말 그러냐”면서 “이렇게 영입된 이들은, 노동부 공무원들을 만나 식사, 접대를 제공하고, 과로로 고통받는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짓밟고 외면하도록 로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택배노조는 “고 정슬기 님의 과로사 이후, 쿠팡 대표들의 국정감사 증인채택과 국회 청문회 개최를 위해 의원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국회 보좌관과 비서관 출신 쿠팡 임원들이 발이 닳도록 국회를 돌아다니며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연줄을 동원해 의사결정 구조에 개입하고, 정상적인 결정을 가로막으려 시도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고 강조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노동부가 국가 기관의 기강을 확립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쿠팡과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줄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요구를 내세웠다.
1. 쿠팡 임원의 고용노동부 공무원 식사 대접에 대해 엄정 조치하라.
2. 쿠팡-노동부 식사 접대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라.
3. 쿠팡 근로감독 및 중대재해 수사에 참여한 공무원 중 현재 쿠팡으로 이직한 인원이 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공개하라.
4. 근로감독에 관여했던 공무원의 피감기업 취업에 대한 사전ㆍ사후 심사제도를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밝히라.
5. 쿠팡에 대한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재실시할 계획이 있는지 답변하라.
6. 이해충돌 방지와 공직윤리 강화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뒤, 이와 같은 요구를 항의서한에 담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