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화 변호사 “재벌, 배임 명백해도 경영 복귀”…태광산업 이사회 직격
- “재계의 배임죄 완화 주장, 남용 사례 찾을 수 없아” - “디스커버리 제도도 없이 손해배상 인정돼도 책임 제한” - “최근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 발행 논란, 개선 예상에 교환 사채 발행 늘어”
[로리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노종화 변호사는 1일, 더불어민주당에 상법 개정을 촉구하며 “지금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 정도로 배임죄 완화를 얘기하는 것은 제도의 개악”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국회의원, 진보당 윤종오ㆍ전종덕ㆍ정혜경ㆍ손솔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국회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와 민주당에 더 개혁적인 상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서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 필수 조건”이라면서 “나아가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후퇴 없는 상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진행되는 논의를 보면 크게 후퇴한 개정안이 처리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특히 재계는 상법을 개정하는 대신에 배임죄를 완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하지만, 되묻고 싶다”며 “그간 재벌 대기업 집단의 총수들이 본인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에 부합하는 충분한 처벌을 받은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꼬집었다.
노종화 변호사는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니고, 형사 만능주의도 우리 사회가 피해야 할 방향이지만, 재벌 대기업 집단에서 배임죄가 남용된 사례는 찾을 수 없다”면서 “배임이 너무나 명백해도 결국에는 집행유예를 받고 나와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봐왔다”고 지적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재벌 총수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인사적인 책임 추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그나마 배임죄가 총수들의 무분별한 전횡을 방지하고 경제 정의를 지키는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주요 기업의 이른바 오너나 총수들은 인사 책임을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 민사 소송에서 당사자는 재벌이나 대기업 상대로 수사기관처럼 충분한 증거를 수집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우리는 미국과 같은 디스커버리 제도가 사실상 전혀 도입되어 있지 않고, 불법 행위가 명백해 손해배상이 인정되더라도 징벌 배상은커녕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면 그만”이라며 “그마저도 100%는커녕 전체 손해의 절반이라도 인정된 예를 찾기도 어렵다. 회사의 손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 제한을 이유로 결국 손해배상액이 깎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형사 만능주의를 피해야 한다고 논의하려면 적어도 징벌 배상 제도, 디스커버리 제도 등이 제대로 도입된 이후에 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개정될 주주 충실 의무는 그러한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가장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지금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 정도로 배임죄 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어 보이나, 국민의힘이나 재계를 중심으로 3% 룰 강화와 집중투표제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짚었다.
노종화 변호사는 “그러나 3% 룰을 강화해도,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도 대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이나 권한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최근 주주 행동주의가 주목받으면서 사외이사 선임이 종종 시도된 바 있지만, 대기업 집단에서 일반 주주가 지배주주의 반대를 돌파하고 사외이사 선임을 성공한 예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지배주주가 선임하지 않은 이사가 이사회 안에 최소한 두 명은 있어야 견제 감시라는 이사회 본연의 역할이 조금이나마 실현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최근에도 태광산업이 자사주로 교환 사채를 발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면서 “앞으로 자사주 관련 제도 개선이 예상되자 최근에 자사주로 교환 사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그런데 합리적인 설명이나 설득이 없는 회사의 부채 조달이나 자사주 처분에 관해서 이사회에서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1명뿐이었다고 한다”면서 “(태광산업) 이사회는 사외이사 한 명의 반대와 상관없이 자사주 처분 및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태광산업이 자사주 전부를 기초자산으로 3,185억원 규모의 사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할 계획이다. 태광산업 이사회는 지난 6월 27일 해당 안건을 결의했으며, 동시에 정관에 신사업 관련 사업목적을 대거 추가하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결의했다.
그런데 교환사채 발행 안건에 대해 주주 추천 사외이사 한 명이 이사회 결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를 발행하려는 태광산업 이사회 결정에 의구심이 있으며, 만일 회사가 시장과 주주들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는 논평을 냈다.
노종화 변호사는 “결국, 거버넌스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지배주주나 총수가 이사회를 독점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상법이 당초 논의대로 모두 개정된다고 해도 한국 대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이사회 무력화, 지배주주 전횡이 모두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상법 개정조차 후퇴 없이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불식은 요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종화 변호사는 “이미 주식시장은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면서 “만약 정부 여당이 재계 등의 요구에 응답해서 개정 논의를 후퇴시킨다면 1400만 주식투자자 유권자들의 기대를 배신하게 되고, 상법 개정을 선반영하고 있는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많은 국민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인 내란 초기부터 보여준 리더십을 매우 높게 평가했고, 그 결과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정부 여당이 된 만큼 국내 상장회사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부디 공언해 온 대로 상법 개정안을 후퇴 없이 조속히 처리하는 데 앞장서기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독립이사 1/3 이상 선임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활성화 ▲3%룰 강화 ▲주주대표소송 요건 완화 ▲단독주주권 도입 등의 내용을 상법 개정에 포함하라고 전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