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폭로 백해룡 “대검 합동수사팀 도움 못 줘…특검 협조”
- 대검찰청 기자회견 - “해방 다음 날 출몰한 독립투사, 검찰의 행태가 그들과 닮아” - “마약밀수 진상규명, 윤석열 정부에선 필요 없다가 정권 바뀌니 필요해지나” - “수사외압, ‘마약과의 전쟁’ 선포한 윤석열의 지시일 것” - 이창민 변호사 “백해룡 경정팀 출신의 합수팀 참여는 검찰의 정당화 수단”
[로리더] 인천세관 마약밀수 수사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은 대검찰청이 합동수사팀을 구성한 것에 대해 “출범 목적 자체가 증거 인멸의 의도”라고 의심하면서 “당연히 합류하지 않을 것이며, 도움을 줄 의사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해룡 경정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창민 변호사와 함께 인천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팀 출범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먼저 백해룡 경정은 대검의 합동수사팀 출범에 대해 “해방(광복) 다음 날, (친일파) 그들의 본색은 일제에 부역하고 밀정 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투사들이 대거 출몰했다고 한다”면서 “검찰의 행태가 그들과 매우 닮아 보인다”고 빗댔다.
경찰 제복을 입고 언론 카메라 앞에 선 백해룡 경정은 “이 제복이 자랑스럽지 않다. 경찰도 검찰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나라를 지키라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라고 혈세로 만들어준 옷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고 한탄했다.
대검찰청은 6월 10일, 세관 공무원들의 마약밀수 연루 의혹과 2023년 당시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대한 수사외압 및 사건 은폐 의혹 등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경찰ㆍ국세청ㆍ금융정보분석원(FIU) 등과 함께 20여 명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출범했다.
이에 대해 백해룡 경정은 “검찰은 세관 마약밀수 사건을 덮은 세력”이라며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수사의 주체가 돼서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백해룡 경정은 “특검 공식 출범이 임박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침묵하던 검찰이 갑자기 나서 돌출행동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수사 대상인 검찰이 ‘셀프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인데, 사건을 축소ㆍ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백해룡 경정은 “여태 세관 연루 의혹이 제기된 초유의 사건, 대통령실의 수사외압과 구명 로비 등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을 이재명 정부가 탄생한 것을 이제야 알게 됐느냐”면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진상규명이 필요 없었는데, 이제야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백해룡 경정은 “특히 합동수사팀을 지휘하는 대검찰청 마약수사부는 경찰이 최초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것을 꼼꼼하게 덮도록 진두지휘했던 곳”이라며 “이 참담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동료들과 신망을 잃었고, 배신도 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백해룡 경정은 “건강도 많이 상했지만, 억울하지는 않다”며 “곧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나라가 바로 설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검찰과 검찰주의자들에게 경고한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해룡 경정의 법률대리인 이창민 변호사도 “우선 대검이 이 사건을 지휘하겠다고 합동수사팀을 만들었는데,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왜냐하면, 검찰은 수사의 대상인데, 수사의 주체가 된다면 셀프 수사밖에 되지 않는다”고 백해룡 경정의 주장에 동의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이창민 변호사는 “먼저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마약밀수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과, 서울남부지검 차원에서 수사를 방해한 의혹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이창민 변호사는 “2023년 2월 27일 말레이시아의 마약 조직원이 입국해서 서울중앙지검이 검거해 체포했고, 자백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추가 수사나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고, 추가로 수사한 정황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추가 수사에 나서지 않아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검거되지 않았고, 이를 백해룡 경정이 이끄는 영등포경찰서 수사 3팀이 잡아서 검거했다”면서 “공범들은 ‘밀반입 당시 세관 직원들이 도움을 줬다’는 진술을 했고, 백해룡 경정의 수사팀이 세관 공무원을 수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방해 이혹에 대해서 이창민 변호사는 “세관 공무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울남부지검과 합을 맞춰서 강제 수사에 해당하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청을 잘 받아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서울남부지검에서 영장을 반려하기 시작했다”면서 “그사이 피의자인 세관 공무원들은 수차례 핸드폰을 초기화하고, 사설 포렌식 업체에까지 가서 확인했으며, 고광효 관세청장은 세 차례에 걸쳐 핸드폰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창민 변호사는 “그 이후에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돼 CCTV를 확보했지만, 이미 보존 기간이 지나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됐다”면서 “이렇게 영장청구 반려를 통해 시간을 끌면서 서울남부지검은 세관 공무원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이창민 변호사는 “즉, 말레이시아 마약사범들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세관 공무원 피의자들에 대한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방해 의혹이 있는데, 대검찰청 차원에서 셀프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검이 어떤 정무적 판단을 했는지, 오히려 증거를 인멸 목적이 아니겠나”라고 의심했다.
수사팀장이 지구대로 좌천된 백해룡 경정은 “대검 합수팀 출범 목적 자체가 증거 인멸의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대검 합수팀에는 당연히 합류하지 않을 것이며, 도움을 줄 의사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백해룡 경정은 “반면, 특검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법률로 의결해 통과시킨 것이다”이라며 “저는 신분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해룡 경정은 “수사외압이 시작됐을 때, 그 종점에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있다는 강한 의심을 품게 됐다”면서 “당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었고, 선봉장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제1 장군은 대검에 콘트롤 타워를 설치한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백해룡 경정은 “이 수사를 막으려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수사를 명령했던 대통령과 동급이거나 그보다 더 높은 사람이 지시를 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상설 특검에 대해 이창민 변호사는 “마약밀수 수사외압 사건은 김건희 특검법의 일부 관련성 있는 사건으로 수사할 수 있지만, 이미 상설 특검에 해당 사건이 포함돼 있다”면서 “언론을 통해 보니, 이재명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상설 특검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전하자, 그다음 날 대검이 합수팀을 만들었다”고 검찰의 의도를 지적했다.
이창민 변호사는 “또, 백해룡 경정과 같이 마약밀수를 수사했던 경찰 중 일부가 대검 합동수사팀 안에 수사관으로 참여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냥 정당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백해룡 경정과 함께 일했던 수사팀 중 한 명도 우리와 같이 수사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명목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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