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간병 스트레스로 남편 살해한 아내 징역 4년
[로리더] 남편을 정성으로 간병하던 여성이 상황이 악화되자 세상을 등지려는 선택을 시도하다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서 법원은 “간병 가족에 의한 살인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반예방의 측면에서도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2024년 9월 운동을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은 뒤, 대학병원에 입원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다.
A씨(50대)는 병원에서 남편(B)을 간병하는 과정에서 간병의 어려움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없다. 그만하고 싶다”는 등의 말을 듣자,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느낀 나머지 남편과 함께 세상을 등지려 결심했다.
A씨는 2024년 11월 남편을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광주 동광산 톨게이트 약 200미터 인근을 주행하던 중 중앙분리대에 부딪히는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했으나, 사망하지 않자 준비한 흉기로 남편을 찔러 사망하게 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살해의 동기에 관해 “혼자 간병을 하다가 밤에 잠을 못 자니까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어서 자살을 생각했다. 자살하려고 했는데, 그 힘든 일을 자식들에게 남겨 놓고 나만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나쁜 마음을 먹었다”라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 당시 불면증ㆍ환각ㆍ환청 등 질환을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불면증으로 수면제 처방을 받고, 신경증성 우울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승현 부장판사)는 최근 남편을 살해한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차량에 태우고 교통사고를 야기하는 방법으로 함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교통사고로 피고인의 하체 부위에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자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범행 당시 자신의 행위 및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불면증ㆍ환각ㆍ환청 등 질환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기초가 되는 사람의 생명이 불가침의 최고 근본규범임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한다”며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그 결과가 매우 참혹하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결과를 되돌릴 수 없으므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배우자인 피해자와 함께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나 계획이 실패하자, 흉기로 피해자의 목과 가슴을 찌르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그로 인해 재활 중 피고인을 전적으로 의지해 왔던 피해자는 한순간에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무리 배우자라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생명을 처분하거나 결정할 권리는 없다”며 “간병 가족에 의한 살인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반예방의 측면에서도 이러한 범죄에 대해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은 1996년 피해자와 결혼해 범행 이전까지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해왔고, 피해자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시점부터 석달 동안 피해자를 정성껏 간병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간병의 어려움으로 불면증과 환각, 환청 등을 겪던 피고인은 피해자의 병세가 차도를 보이지 않고 피해자도 ‘자신이 없다. 그만하고 싶다’라고 말하자, 피해자와 함께 죽겠다는 생각으로 범행에 충동적으로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범행 직후 자살을 시도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발견됐다”며 “피고인 스스로도 범행으로 그 누구보다 깊은 고통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의 남은 유족들인 자녀들과 여동생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