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기 교수 “이재명 대통령, 내란종식ㆍ국민통합 딜레마”

- “이재명은 실용적인 사람…성과 중심 국정 운영 가능성” - “SNS 통한 대중과 직접 소통, 화끈한 정치 보여줄 수 있지만, 반대로 여론 갈라치기 효과도 있어…유능한 홍보 참모 두고 정치 풀어나가길”

2025-06-06     최창영 기자
왼쪽부터 정지웅 변호사,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로리더]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두고 “문재인 정부도 인수위원회가 없이 대통령직을 인수했는데, 우리가 이후에도 인수위원회 없는 일이 있을까 했음에도 3년 만에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재명 정부도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딜레마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월 4일 오전 10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제21대 대선 결과의 의미와 향후 전망”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특히 신현기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앞날을 지난 정권들에 빗대 비교ㆍ분석했다.

경실련 “제21대 대선 결과의 의미와 향후 전망” 토론회

먼저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6공화국에서 9명의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정권 교체인지 재창출인지, 대선 득표율 격차가 8% 이상인지, 미만인지를 기준으로 총 4개 유형의 대통령으로 구분했다. 신현기 교수는 “이 4가지 유형 중 정권 교체를 했는데 득표 차가 작은 경우 가장 국정 운영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현기 교수는 “그 유형에 속하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인의 노력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혼란을 겪으며 내란으로 스스로 몰락했다”고 지적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신현기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은 큰 득표 차로 정권을 교체한 사례인데, 역사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면서 “취임 첫날부터 어떻게 될 거라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역사적 선례를 보고 참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신현기 교수는 “이명박 정권은 무려 540만 표라는 민주화 이후 가장 큰 득표 차로 당선됐고, 취임 1년 차인 제18대 총선에서 압도적인 한나라당 의석수를 만들어냈다”면서 “그때 이명박 정부는 이를 자신의 집권에 대한 완전한 국민의 위임으로 보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산 쇠고기 검역 조건 완화에 적극적으로 합의하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신현기 교수는 “그러나 그 결과 전국적인 촛불 시위가 일어났고, 집권 6개월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그런 불안의 요소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지웅 변호사,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로부터도 배울 교훈이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도 인수위원회가 없이 대통령직을 인수했는데, 우리가 이후에도 인수위원회 없는 일이 있을까 했음에도 3년만에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어쨌든 선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제했다.

신현기 교수는 “전임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이라는 상반된 국민적 요구를 받았다”면서 “결과적으로 적폐 청산으로 밀고 나갔고, 결과적으로 검찰 특수부를 확장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충돌해 윤석열 정부를 만들어내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신현기 교수는 “이재명 정부도 똑같은 딜레마에 있을 것”이라면서 “사법적으로 내란 종식을 해야 하는 단계인데, 이게 장기화되고 광범위해지면 그것이 지지층의 반발과 국민적 피로감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왼쪽부터 정지웅 변호사,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반면,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는 여소야대 정국이었기에 장관 인사청문회가 매번 늘어졌고, 정부 조직 개편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여대야소 정국이므로 장관 인사청문회나 정부 조직 개편은 의도한 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신현기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의회가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청와대 중심으로 여론의 힘으로 움직이는 정치로 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래서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는 그런 조건과 다르기 때문에 제도 중심의, 의회와의 관계와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할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현기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기에 민생 의제를 중심으로 합의를 통해 지지 기반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데, 기대 반, 우려 반”이라며 “기대가 반인 이유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비해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고집이 세고 이념성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겉보기에는 강경 좌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념이 굉장히 흐릿한 사람이므로 실용적으로, 성과 중심의 국정 운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신현기 교수는 “우려가 반인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포퓰리즘적 경향, 대중 여론에 올라타는 성향이 있어서 이런 것들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어쨌든 이재명 대통령이 중심을 잘 잡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신현기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야당과의 관계인데, 문재인 정부도 여야정 협력체를 만들어 협치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면서 “한 손으로는 적폐청산을 갖고 가면서 야당과 협력한다는 것이 잘 조화되지 않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정지웅 변호사,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도 내란 종식을 사법적 절차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걸 하기 위해서 107석으로 쪼그라든 국민의힘과 손잡을 필요도 없다”면서 “야당과 협치가 안 될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이재명 대통령이 협력 정치를 제도화하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신현기 교수는 “언론과 대중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 없이 여소야대로 국정을 시작했기에 여론 정치와 청와대 중심 국정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여당도 완전히 자기편이고, 여대야소 정국에서 여론 정치보다는 제도적 정치로 풀어갈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신현기 교수는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약간의 포퓰리스트 경향이 있어, 야당의 반대가 큰 문제를 여론을 동원해 풀어가려고 할 때 혼란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또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한 국민과 직접 소통을 강화해 왔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경실련 “제21대 대선 결과의 의미와 향후 전망” 토론회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SNS는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화끈한 정치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여론을 지지자와 반대자로 갈라칠 효과가 있다”면서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것을 자제하고, 유능한 홍보 참모를 곁에 둔 채로 제도적 언론을 통해 정치를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임효창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현기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가톨릭대 행정학 부교수), 정지웅 변호사(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한성민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발표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