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 교수 “이재명, ‘극우청년’ 해소 위해 노동시장 포용성 높여야”
- “실용성 강조하는 이재명, 성장과 통합 결합 비전 구체화해야” - “이준석 지지한 20대 남성, 이재명 지지한 20대 여성…세대 내 정책 경험 상반” - “극우 성향, 정치적 효능감 낮아…기존 의사결정 구조에 청년 적극적으로 포섭해야”
[로리더] 권현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4일, 제21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20대 남성의 3분의 1이라는 비율이 생방송 토론회에서 성희롱을 한 사람(이준석)에게 지지를 보내도록 하는, 혐오를 강화하는 매커니즘이 이번 선거에서 더 강화됐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의사결정 구조에 어떻게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실련 강당에서 “제21대 대선 결과의 의미와 향후 전망”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특히 권현지 서울대 교수는 대선(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와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한국 극우 세력 패널 조사 결과를 비교하며 과제를 던졌다.
먼저 권현지 교수는 “이번에 내란에 대한 시민 주도의 평화적 1차 종결이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면서 “빠르게 한국 사회에 축적된 민주적이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지난 6개월의 여정이 한 단계 마무리됐다”고 촌평했다.
권현지 교수는 “그런데 이번 선거는 굉장히 급하게 진행되기도 했지만, 정책 위주의 선거가 되기 어려웠다”면서 “그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형이 바뀌면서 실제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권현지 교수는 “일단 민주주의 질서 회복이나 정치적 안정, 내란 세력 척결 등은 분명한 어젠다가 될 수 있는데, 문제는 지금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이 경제 정책”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성을 강조하는 지도자로 보이는데, 어떤 특별한 이데올로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권현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은 성과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 통합과 성장의 이슈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성장 위주의 비전을 강력히 제시하면서, 한국 경제산업 대도약, AI, 한국 잠재 성장률 3% 등의 성장 전략이 언급됐는데, 기술 주도의 성장과 모두의 성장이 결합할 수 있을지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고 우려했다.
권현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이 만들어온 성장의 궤도는 강력한 기술 주도 성장이었고,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 과정에 동원됐다가 떨어져 나간 경험이 있다”면서 “결국, 성장과 통합을 결합할 수 있는 비전이 구체화돼야 하고, 사회적인 타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현지 교수는 “한편, 출구조사를 보면 40대 연령층에서는 압도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고, 20대 남성과 70대 이상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가 높은 양상이었다”면서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을 보면, 누가 나오더라도 그 정도의 지지율이 유지됐을 법한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권현지 교수는 “그러면 왜 내란이 문제라고 인식하면서도 쿠데타 세력과 절연되지 않았던 후보나 당을 지지했는지 보면, 단순히 부동의 보수층이나 그들의 위기의식이 강화돼서 결집했다고 보이지, 유권자들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권현지 교수는 연세대 복지국가 연구센터와 한국리서치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극우 세력을 조사한 결과를 언급했다. 권현지 교수는 “무려 응답자 중 21%가 극우적 성향으로 분류되며, 20대와 70대에서 가장 높고 40대가 가장 낮아 선거 결과와 상당히 일치했다”고 출구조사와 비교했다.
권현지 교수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소득의 양극단에서 극우 현상이 보이는 점에서도 경제적 엘리트 집단이 갈라치기를 강화하는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향이 보이고, 월 100만원 이하의 소득 집단에서도 극우 세력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크다”면서 “국제적으로 부상하는 극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은 한국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는 현상이고, 이것이 특히 직업적으로 노동 시장에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서 보인다는 점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극우 성향 응답자는 직업군별로는 판매ㆍ서비스직(33%)에서 소득별로는 저소득층(100만 원 미만, 30%)과 고소득층(1천만 원 이상, 27%)에서 극우 성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사무/관리/전문직에서는 13%에 불과했다.
한국리서치는 “극우 성향 집단은 정치 효능감이 낮은 편으로 ‘나 같은 사람은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진술에 77%, ‘정부는 나같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관심이 없다’는 진술에 80%가 동의했다”면서 “반면 사회적 공감에 대한 욕구는 높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가는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진술에 58%가 동의했다”고 요약했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우 성향의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소속감을 상실하는 개인의 어려움이 사회적 문제로 설명되지 않고, 타인에 대한 분노를 갖게 된다”면서 “이들은 정치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어버렸기에 포퓰리스트들이 자신만이 잃어버린 어떤 것들을 회복해줄 수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도록 이용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권현지 교수는 “이번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 20대 남성의 3분의 1이라는 비율이 생방송 토론회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람(이준석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도록 하는, 혐오를 강화하는 매커니즘이 이번 선거에서 더 강화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지금 얘기하는 것이 세대론이라고 이해되지는 않길 바란다”고 ‘세대론’ 해석을 경계했다.
권현지 교수는 “당연히 이번 결과를 두고 세대론이 회자될 텐데, 세대 내에서도 경험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청년 남성과 여성의 최근 5~10년간 정책 경험이 매우 상반되며,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누적적인 광장 경험, 다른 세대나 사회 운동 세력과 연대했던 경험이 정치적 의식을 고양했다”고 설명했다.
권현지 교수는 “20대 여성이 이번에 권영국 후보에게 5.9%에 달하는 지지를 보낸 것처럼, 이들이 실제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 전격적인 지지를 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20대 여성들 중에도 보수화ㆍ우경화된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인 진보화 경향과 이들이 새 정부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라면 제도 정치권이 어떻게 이들을 받들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권현지 교수는 “반면 청년 남성들의 경우 청년 여성들에 비해 정치적 경험의 공유가 매우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미 3분의 1 이상의 사람들이 보수화ㆍ우경화돼 있고, 오히려 진보적인 청년 남성이 ‘샤이’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권현지 교수는 “또, 노동 시장에 대한 경험이 매우 중요하게 작동하는데, 40대가 그렇게 정치적으로 고양돼 있거나 진보적인 세대가 아님에도 이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노동 시장에 이제는 잘 포용된 세대이기 때문”이라며 “이 세대가 경험한 민주주의가 자신들의 노동 시장을 어떻게 안정화할지에 대한 기대감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성장이 중요하기보다는 고립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어떻게 효능감을 경험하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현지 교수는 “특히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에서도 극우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굉장히 낮고, 정부가 하는 일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0% 이상”이라며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성향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나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리서치도 “극우 성향을 완화하는 요인은 (…) 30대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교류가, 70대 이상에서는 낯선 타인과의 대면 접촉이 극우 성향을 완화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따라서 전반적인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포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청년 위원회 같은 것들을 만들기보다 기존 의사결정 구조에 어떻게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임효창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현기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가톨릭대 행정학 부교수), 한성민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지웅 변호사(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발표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