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쿠팡, 노동조합 간부 재계약 거부는 부당해고” 첫 판결
- 김상연 변호사 “노조 간부 부당해고 최초 인정해 고무적” - “최효 사무장의 해고만 무효 인정…즉시 항소해 2심에서 부당함 입증할 것”
[로리더] 쿠팡에서 노동조합 활동가에 대해 재계약을 거부하고 계약종료를 통보한 것에 대해, 법원은 ‘부당해고’라는 판결했다. 노조 활동가에 대한 최초의 ‘부당해고’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김준영 부장판사)는 30일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간부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건에 대한 1심 해고무효 소송에서 원고 최효 사무장의 손을 들어줬다.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따르면, 최효 사무장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인천1물류센터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봤다며 이를 신고했는데, 계약기간 1년이 지난 후인 2022년 6월 30일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최효 사무장은 노조가 설립된 2021년 6월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이어왔다.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2022년 6월 30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인천4물류센터에서 2년 동안 일하고 계약종료를 통보받았다. 정성용 지회장은 계약종료 통보 당시 노동조합 교섭위원이었다.
최효 사무장과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계약종료를 쿠팡의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진행했고, 30일 법원은 최효 사무장의 계약종료가 부당해고라고 선고했다. 반면 정성용 지회장에 대해서는 부당해고가 인정되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쿠팡의 노조 간부 부당해고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늘 법원 판결은 쿠팡의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부당해고를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 노동조합은 최효 사무장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정성용 지부장에 대한 부당해고는 인정하지 않은 오늘 법원의 판결을 절반의 승리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팡은 지금 당장 노조탄압과 노조 간부 부당해고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우리 노동조합은 모든 해고자들의 원직복직과 쿠팡에서 노조할 권리 쟁취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김상연 변호사는 “사실 오늘 패소를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김상연 변호사는 “그만큼 법리적으로 어려운 사건이었고, 특히나 오늘 선고를 받은 정성용 지회장과 최효 사무장은 노조 간부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불리한 사정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효 사무장의 ‘부당해고’가 인정된 것에 대해 김상연 변호사는 “해고의 근거가 된 징계가 무효라는 선행 판결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최효 사무장은 정성용 지회장과 달리 기간제 갱신이었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김상연 변호사는 특히 “노동조합 활동가의 부당해고가 최초로 인정된 것만으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상연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기울어진 법정’이라는 말은 그냥 수사(修辭, 말 포장)가 아니라 진실”이라며 “쿠팡은 김앤장(국내 최대 법률사무소)과 긴밀히 협업하는 기업답게, 그나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인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을 교묘하게 회피해서 쿠팡 노동자들의 노동조합할 권리, 헌법상 노동 3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연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러한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면서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기간제’라는 이름의 비정규직으로, 굳이 기간을 정해서 뽑을 필요가 없는 상시고정 일자리에도 단지 쉬운 해고만을 위해 기간제 노동자를 뽑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상연 변호사는 쿠팡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며 “물류 수요에 따라 필요한 노동수요가 일부 변동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을 위해 반드시 꼭 필요한 인력수요는 언제나 존재한다”면서 “그런데 쿠팡은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에도 무기계약직을 쓰지 않고, 업무의 특성이나 필요한 일의 기간에 따라 기간제를 뽑는 것이 아니고, 자기들이 마음대로 사람을 뽑고 자르는데 편하기 위해서 기간제를 쓴다”고 비판했다.
김상연 변호사는 “이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이 오남용되는 사례가 빈발하자 대법원이 들고나온 해석이 갱신기대권, 전환기대권이라는 법리”라며 “상시적으로 필요한 직무에 기간제를 고용한 것이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계약기간 만료 이후에도 다시 계약을 체결ㆍ갱신하거나, 2년을 초과해 계약을 맺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연장되도록 하는 규정이나 관행이 있다면, 이러한 계약 갱신을 거절함에 있어서도 최소한 합리적 이유가 필요하다는 법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상연 변호사는 “문제는 근로기준법의 해고 제한과 달리 갱신기대권의 법리에서는 해고의 요건을 훨씬 쉽게 인정해 준다는 것”이라며 “기간제로 새로 뽑는 것은 결국 사장의 권리라는 시각에서, 정당한 이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부당해고는 아니라는 게 법원의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연 변호사는 “쿠팡은 이를 악용해 마치 공정한 것처럼 전환평가표를 만들고, 노조활동이나 그로 인한 회사와의 갈등을 이유로 점수를 마구 깎는다”면서 “정성평가표를 만들어놓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감점하고, 이렇게 깎인 점수만을 이유로 해고하더라도, 그것은 합리적인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상연 변호사는 “심지어 그 과정에서 노조를 혐오하는 의사가 드러났더라도, 일단 감점 자체가 인정되니 부당노동행위도 인정할 수 없다는게 법원의 입장”이라며 “이런 방식이라면 쿠팡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기간제인 이상 누구나 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연 변호사는 “(쿠팡은) 노조가 마음에 안 들면 노조 조합원들을 다 잘라버릴 수도 있다”면서 “블랙리스트에 넣어서 일용직으로도 못 오게 만들어 현장에서 추방해 버릴 수도 있고, 이런 사례가 하나둘 쌓이면 쿠팡의 기간제와 일용직 노동자들은 무서워서라도 노조에 가입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상연 변호사는 “오늘 법원의 판결은 절반의 승리”라며 “직장 내 괴롭힘까지 해가며 쫓아냈던 최효의 해고는 무효라는 점이 인정되고, 쿠팡의 자기 마음대로 평가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으로써 쿠팡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김상연 변호사는 “그러나 법원은 노조활동을 직접적 이유로 한 감점이 있었던 정성용 동지는 결국 해고가 정당했다고 봤다”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해서는 좀 더 넓게 인정해준다는 법리가 작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추정했다.
김상연 변호사는 “부당해고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는데, 해고의 사유가 된 감점 원인들이 모두 조합활동 때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결론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 사건은 쿠팡이 노동조합할 권리를 정면으로 공격한 사건인데, 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심리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즉시 항소해 2심에서 부당함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연 변호사는 “공공법률원(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정성용, 최효 동지를 비롯한 쿠팡물류센터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복직할 수 있도록, 그리고 쿠팡을 비롯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조합할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도록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부당해고’ 승소 판결을 받은 최효 사무장은 “부당해고가 인정된 것이 사실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지난 노동위원회 결정에서 모두 패소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쿠팡은 한몸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효 사무장은 “법원에서 쿠팡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이 기쁘지만, 아직까지도 현장에는 이유도 모른채 억울하게 계약만료 통보를 마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최효 사무장은 “쿠팡은 분명히 항소할 것이다. 정성용 지회장, 최효 사무장, 김은희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천신선센터분회장, 홍익표 쿠팡물류센터지회 고양부분회장뿐만 아니라 모든 해고 노동자가 현장으로 돌아가고, 모든 상시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일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패소’ 판결을 받은 정성용 지회장은 “(선고를 받기 전에는) 만약에 누구 하나라도 이긴다면, 그건 다름 아닌 윤석열 계엄을 막고 탄핵시킨 광장의 힘, 응원봉의 힘일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승소 판결을 받은) 최효 사무장과 쿠팡물류센터에서 해고된 모든 노동자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현장노동자들과 대화하고, 노조 활동하고, 투쟁하는 간절한 상상을 시작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