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타워 화장실 가려면 노조 조끼 벗어라”…무슨 일이?
- 금속노조 서울지부 이규철 조직국장 “올 때마다 화장실 때문에 싸워” - 설정석 전 금속노조 LG지회장 “자기 회사 화장실도 못 가…LG는 갈라치기에 몰두” - 김정원 LG케어솔루션지회장 “자회사는 권한 없다고, 원청인 LG전자는 자회사의 일이라며 책임 회피”
[로리더]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LG전자와 그 자회사 소속 노동조합들의 기자회견 현장에서 노조 조합원들이 LG트윈타워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하자 건물 보안요원들이 막아서는 일이 발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소속의 LG전자지회, LG케어솔루션지회, 하이텔레서비스지회, LG하이엠솔루텍지회, LG하이프라자지회는 26일 오전 11시 30분 LG트윈타워 앞에서 ‘진짜 사장’ LG전자와 교섭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노조 조합원들이 LG트윈타워 내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하자 건물 보안요원들은 “노조 조끼를 벗지 않으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 노조 조끼를 벗으면 화장실을 이용해도 된다”며 조합원들을 막아 섰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공중화장실법상 트윈타워 1층 화장실은 개방화장실”이라며 “누구의 지침으로 화장실 이용을 막느냐”고 따졌고, 이에 건물 보안요원들과 노조 조합원들 간 실랑이가 이어졌다.
공중화장실법과 공중화장실법 시행령에 따르면, 바닥면적의 합이 2000㎡(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에 설치된 화장실은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해야 한다. LG트윈타워는 바닥면적 2000㎡ 이상의 건축물에 해당한다.
이에 기자회견 시작 직전 이규철 금속노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LG트윈타워 앞을 여러 번 왔는데, 올 때마다 그놈의 화장실 때문에 맨날 싸운다”면서 “여기 앞에서 출입을 막는 사람들이 어디 소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들이 정말 금속노조가 싫어서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규철 조직국장은 “대충 짐작은 가는데, 아마 LG의 구광모 회장이 금속노조를 그렇게 싫어하는가 보다”면서 “‘내 눈앞에 조끼 입고 돌아다니는 놈 하나라도 보이면 알아서 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김태을 금속노조 서울지부장은 “LG전자의 분기 매출은 20조가 넘고, 분기별 영업이익이 조 단위인 회사다. 그 회사가 자기 소속 노동자를 이렇게 대한다는 것이 개탄스럽다”면서 “화장실 문제 한 가지만 보더라도 이러는데,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더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설정석 금속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전 LG전자지회장)은 스스로를 “자기 회사 화장실도 못 간 사람”이라고 칭하면서 “LG전자는 가슴에 LG마크를 달고 비슷한 일을 하는 우리를 갈라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기자회견 주제는 LG전자 자회사에 설립된 노동조합의 임단협 교섭에 원청인 LG전자가 나오라는 요구로 진행됐다. 특히 이규철 조직국장은 “제대로 실권도 없는 자들이 나와서 교섭 대표라고 시간만 끌고 묵언 수행만 하다 가는 교섭으로 LG전자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장은 “우리는 2022년부터 교섭을 하고 있는데, 교섭 자리에서 자회사는 권한이 없다고, 원청인 LG전자는 자회사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면서 “LG전자는 하이케어솔루션의 지분 100%를 소유한 실질적 사용자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태을 금속노조 서울지부장,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전기전자분과장),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장, 설정석 금속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 김중일 금속노조 LG하이프라자지회장, 구자균 금속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서울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금 당장 금속노조와 교섭하라!”
“자회사 뒤에 꼭꼭 숨는 LG전자 규탄한다!”
“LG케어솔루션지회 교섭지연 LG전자 규탄한다!”
“진짜사장 LG전자, 자회사 노동자들 책임져라!”
“노동자안전 위협하는 성과평가 중단하라!”
기자회견 후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교섭요구 공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이에 사측이 응하지 않자 LG트윈타워 정문에 공문을 부착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