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불법경영, 협력사 자녀학자금과 복지포인트 지급” 판결

- 대구고등법원, 원고 조합원 승소 판결 - 포항지부 “고등법원 판결로 다시 확인된 포스코의 불법경영” - “포스코 불법경영 사과하고, 복지 차별 중단하라”

2025-05-18     신종철 기자

[로리더] 대구고등법원은 포스코와 ‘포스코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이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 448명에게 자녀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구고법 판결은 2024년 5월 23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의 1심 판결에 이어, 조합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동시에 포스코의 불법적 경영을 사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2025년 5월 16일 포스코 규탄 기자회견

포스코는 2021년 ‘상생’을 명분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다. 이 복지기금은 포스코 협력사 48개 협력사가 출연해 만든 법인이다. 복지기금 정관상 모든 참여회사 소속 1년 이상 재직 근로자에게 균등하게 자녀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하지만 포스코와 복지기금은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에게는 자녀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수백 명의 조합원 자녀는 단지 부모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인 소송 참여를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포항지부는 “일부 조합원은 학자금을 지급받기 위해 노조를 탈퇴하거나 소송을 철회해야 했다”며 “포스코는 자녀학자금과 복지포인트라는 기본적인 복지를 이용해 조합원들의 집단소송과 단결력을 저해하고, 자신들의 불법파견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포스코 협력사 재직자들과 퇴직자들은 원고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상대로 “피고는 참여회사가 근로복지기본법의 복지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공동으로 출연해 조성한 공동근로복지기금으로서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가 장학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소송을 냈다.

1심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2024년 5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피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가 항소했다.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손병원 부장판사)는 5월 14일 “피고는 원고들에게 자녀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라”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의 정관,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 운영지침에서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 수혜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참여회사에 재직 중인 근속 1년 이상의 근로자들’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지침에 정해진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은 “원고들은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자들인데, 만약 원고들이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포스코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이 확인된다면, 피고는 지급대상이 아닌 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결과가 되므로,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가 확정될 때까지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은 포스코로부터 현실적으로 직접고용이 되거나, 포스코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의 지위(수혜자격)를 상실하게 될 것인데, 원고들이 위와 같은 사유로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나아가 원고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기 이전에 발생한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에 대해 지급을 유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은 또 “원고들은 자신이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고 포스코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포스코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한편으로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라면서 장학금 등을 지급해달라는 이 사건 청구는 금반언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자녀장학금 및 복지포인트 지급을 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했다거나 피고가 그와 같은 신뢰를 가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자녀장학금 등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퇴직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복지포인트 지급 의무에 관해 재판부는 “피고는 퇴직함으로써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퇴직 원고들에게 복지포인트 가액에 상당하나는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2025년 5월 16일 포스코 규탄 기자회견

이번 대구고법 판결에 대해 포항지부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의 승소를 넘어, 사회 양극화를 초래해온 대기업의 불법파견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탄압한 포스코의 위법 행위에 대한 사법적 단죄”라며 “그리고 헌법상의 평등권과 재판청구권, 근로복지기본법의 차별금지 원칙을 다시 확인한 중요한 판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포항지부는 “포스코는 더 이상 복지 차별을 무기로 조합원을 압박하고 소송을 철회시키려는 불법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지부는 “2021년 12월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서 포스코에 차별행위를 시정하라는 지시를 한 이후 지난 3년 6개월간 포스코는 2022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 결정, 2023년 4월 7일 자녀학자금, 복지포인트 미지급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1심 판결을 모두 묵살해 왔다”며 “포스코의 무소불위 권력 앞에서 정부와 지자체, 노동부 그 어느 곳도 제대로 된 감시를 하거나 책임을 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포항지부는 “기업의 기록적인 성장 뒤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희생이 있었다”며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과 새 정부는 포스코를 포함한 대기업의 불법경영을 책임 있게 해결하고 노동중심 민주주의를 통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금속노조와 포스코사내하청 포항지회는 포스코에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하나. 포스코는 포스코사내하청 포항지회 조합원들에게 즉각 사과하라.

하나. 포스코는 미지급한 자녀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즉각 지급하라.

하나. 포스코는 불법파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포스코는 복지기금 차별과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