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유죄…이흥구ㆍ오경미 대법관 무죄

대법원 “신속하고 충실하게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로 결론”

2025-05-02     신종철 기자

[로리더]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전원합의체는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 부분과 백현동 관련 발언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노태악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사정을 고려해 사건을 회피해 재판에 관여하지 않았다. 천대엽 대법관도 법원행정처장을 맡아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정의견은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 등 10명은 이재명 후보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은 “이재명 발언은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는 의견을 냈다.

◆ 1심 유죄 → 2심 무죄

1심은 이재명 후보의 김문기 관련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항소심)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 김문기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검찰은 “이재명은 2021년 12월 4회에 걸쳐 방송에서 대통령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김문기 간의 교유행위에 관해 ‘성남시장 재직 시에는 하위 직원인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다’는 취지 발언,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 발언, 경기도지사가 돼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기소된 다음에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설명을 김문기로부터 들어 그제야 김문기를 알게 됐고 전화로만 통화했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함으로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기소했다.

대법원 청사

이에 대해 대법관 다수의견(10명)은 “이재명 발언은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인 선거절차에서도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며 “다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는 정도는 그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사항에 대해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국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의미와 그 허용 범위는, 일반 국민이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견과 사상을 표명하는 경우와 같을 수 없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 특히 의견과 사상의 영역에 속하는 정치적 표현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공정한 선거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선거인의 알 권리와 그에 바탕을 둔 선거권 등 선거인이 국민으로서 가지는 헌법상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 요청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허위사실이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용인될 수 있는지는 그 허위사실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하는 것도 이러한 고려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ㆍ추론하는 데에 치중하기보다는, 발언이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특히 특정된 하나의 주제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행해진 일련의 발언 내용이 흐름상 특별한 주제 전환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는 경우에는 그 연결된 발언 전부의 내용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공표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며 “하나의 연결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사후적인 세분 또는 인위적인 분절을 통해 연결된 발언 전부에 대한 표현 당시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며 “하지만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사실이 세부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한 것인지는, 그 사실이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 “이재명은 김문기 등과 골프를 쳤다…허위사실공표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선출될 무렵을 전후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함께 실무 책임자인 김문기와 피고인 간의 관계가 문제됐고, 그러던 중 피고인이 김문기 등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서 사진도 찍고 해외출장 중에 골프를 같이 쳤다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되자, 피고인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문기와의 골프 동반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골프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재명과 김문기의 골프 동반 행위는 피고인과 김문기 간의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로서 주요한 사실이지 인식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원심이 판단한 것과 같이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결론적으로 “피고인은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며 “원심이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단체사진 중) 4명 사진을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 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고 말했다.

◆ 백현동 관련 발언에 관한 판단

2021년 10월 20일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백현동 부지와 관련해 국토부의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혁신도시법 제43조 제6항)에 근거한 용도지역 변경 요구를 받고 불가피하게 성남시장(이재명)의 방침과 달리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는 본인이나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 변경 관련 업무를 담당한 성남시 공무원들이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거짓말로써 대통령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은 이재명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국토부의 의무조항에 의한 압박’과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 부분을 도외시한 채 백현동 관련 발언의 의미를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것으로 잘못 해석했다”고 항소심 판단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백현동 관련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며 “백현동 관련 발언의 내용은 모두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 또 국토부가 성남시에 백현동 부지에 관해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상향(녹지지역 → 준주거지역)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오히려 성남시가 먼저 ‘국토부의 종전 협조요청이 의무조항에 근거한 것인지’ 등을 질의했고, 이에 대해 국토부는 ‘종전 협조요청 공문은 의무조항과 무관하고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가 적의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성남시에 분명하게 회신했으며, 그 후에도 국토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국토부가 이재명 또는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상향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한 사실도 없다”고 결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러면서 “원심이 백현동 관련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 이흥구ㆍ오경미 대법관 “이재명 발언은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

반면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만 “이재명의 발언은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는 의견을 냈다.

먼저 김문기 관련 골프 발언 부분에 대해 두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궁극적으로 과거 6~7년 전에 있었던 피고인의 행위나 교유관계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두 대법관은 “골프 발언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큼에도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 ‘골프를 치지 않았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써,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 백현동 관련 발언에 관한 판단

이흥구ㆍ오경미 대법관은 “백현동 관련 발언은 원심의 해석과 같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해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두 대법관은 “백현동 관련 발언은 이재명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입안, 실행한 과정에 대해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합리성, 정당성을 강조하거나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며 “이는 전체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국회에서 과거 실행한 정책의 배경과 공과를 설명하면서 ‘피고인의 용도지역 변경 행위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국토부의 요구에 있으므로 정치적 책임이 국토부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언급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허위사실공표죄를 구성하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대법관은 “특히 백현동 관련 발언은 ‘피고인의 행위(용도지역 변경)’에 대한 설명, ‘피고인의 행위’에 선행하는 원인으로서 ‘제3자의 행위(국토부의 요구)’에 대한 설명, 피고인이 이해한 ‘제3자의 행위의 근거(의무조항 등)’에 대한 설명이 복합적으로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피고인의 주관적인 평가도 혼재돼 있다”고 밝혔다.

두 대법관은 “이처럼 형사처벌 여부가 문제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그동안 선거의 공정과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법원 판결례의 확고한 흐름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 대법원 “신속하고 집약적으로 처리”

검찰은 지난 3월 27일 이재명 후보의 항소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3월 27일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 소송기록을 접수한다. 검찰은 4월 10일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접수했다. 이재명 후보도 4월 21일 대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4월 22일 대법원은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 배당했다가, 당일 오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첫 합의기일을 진행했다. 또 이틀 뒤인 4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두 번째 합의기일을 진행했다.

4월 29일에는 이재명 후보 상고심 판결 선고기일을 5월 1일로 지정 발표했다. 1일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불과 9일 만에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극히 이례적인 초고속 판결이다. 이런 재판 진행은 초유의 사건이다.

이에 졸속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를 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사건이 접수된 이후 신속하게 제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하고, 검사의 상고이유서와 변호인 답변서, 의견서가 접수되는 대로 지체없이 파악, 검토했으며,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해 이미 축적된 많은 판례와 법리, 그 토대가 된 국내외 연구자료 등에 더해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추가 검토를 집중적으로 행했고, 이를 토대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신속하고 충실하게 사건을 심리해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