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구사대, 집회 참가자들 폭행…현대차 불법파견 사과 없어”
- “이수기업 정리해고는 불법 파견 소송에 따른 보복과 불법 파견 은폐하려는 탄압” - “현대차 구사대, 천막 강탈하며 여성 향한 집중 폭력…방관하는 경찰에 항의하자 오히려 연대자 표적 연행” - “현대차, 불법 파견 리스크 해소 위해 2ㆍ3차 하청 무분별하게 늘려…전체 비정규직, 1만 4000명에 달해”
[로리더] 지난 4월 1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현대차 사내 1차 하청업체인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투쟁 200일 문화제에서 노동자와 연대 시민 등 30여 명이 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 이수기업 해고 당사자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안미숙 조합원은 지금까지 있었던 이수기업 정리해고와 투쟁 과정에 대해 발언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등 137개 시민사회단체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 앞에서 “현대차 구사대 비정규직 폭력만행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현대차 사측에서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소위 ‘알박기’ 집회를 진행 중이었다. 현대차는 자사 본사 앞에 2017년부터 2022년 말까지 약 6년간 모두 4490건의 집회 신고를 냈고, 이중 단 16.6%만 실제 개최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대차의 이러한 집회를 ‘알박기 집회’로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은 “아마 현대자동차의 용역이 플랜카드를 들고 1인 시위인지 집회인지도 모를 모양새로 ‘기업 경쟁력을 위해 집회시위 문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한 구호를 들고 서 있다”면서 “(이들은) 노동자들이 앞에서 집회하지 못하도록 평일에 계속 저렇게 서 있다”고 비판했다.
안미숙 조합원이 발표한 이수기업 정리해고 경과에 따르면, 발단은 다음과 같다.
2003년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건설 이후 그동안 현대차는 사내 1하청 업체 폐업 후 업체명과 사장만 바뀐 채 하청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해왔다.
2010년과 2012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1인에 대한 불법파견을 대법원이 확정판결한 이후, 현장 내 불법파견 시비를 없애고자 현대차 노사는 2012년, 2014년, 2016년, 2017년 신규 채용을 합의했고, 2020년까지 9179명의 사내 1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했다.
수많은 사내 하청노동자가 정규직화되며 업체별 공정 인원이 감소했고, 현대차는 업체 폐업→타 업체로의 전환 배치 및 고용 승계→폐업 업체 공정은 정규직 공정으로 인소싱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수기업 노동자들도 과거 서로 다른 업체와 공정에서 수십 년간 일하며 무수히 많은 업체 폐업과 고용 승계를 거듭했고, 2020년 이수기업으로 최종 고용승계돼 일해 온 노동자들이었다.
2022년 10월 27일, 대법원의 불법파견 집단판결이 나오면서 현대자동차 사내 1차 하청은 4개 업체에 297명만 남게 됐고, 2023년 대법원의 추가적인 판결로 울산 2개와 아산 1개 등 3개 업체에 최종 100여 명만 남게 됐다.
2024년 9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2개 업체(현인기업ㆍ이수기업) 중 1개 업체인 이수기업을 폐업하면서 이수기업 노동자 전원을 정리해고하게 됐다.
이에 대해 안미숙 조합원은 “이수기업 정리해고는 불법파견 소송에 따른 보복과 불법파견 시비를 은폐하려는 기획적인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2019년 8월 22일과 2020년 2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의 모든 사내 1차 하청을 위장도급과 불법 파견이라고 판단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2020년 12월 1일과 2022년 1월 28일에는 불법 파견을 부정하고, 2월 16일 재판에서는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24년 4월 4일과 7월 25일 수출선적부 일부 업체에 대해서 불법 파견을 부정했다. 따라서 타 업체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이수기업으로 전환배치 및 고용 승계돼 근무 중인 21명의 노동자는 4월 4일 최종 패소했지만, 처음부터 이수기업에서 근무해 온 노동자들은 두 차례(2020년 5월 30일, 7월 25일)에 걸쳐 불법 파견을 인정받았다.
안미숙 조합원은 “현대차 사측은 확정 패소 인원이 이수기업 소속으로 재소송을 진행하게 될 것을 우려해 이수기업을 계약 해지하며 노동자 전원을 해고하고, 불법 파견 증거를 은폐해버린 것”이라며 “이는 불법 파견 시비를 없애기 위해 직접 운영이 불가피하다며 사내 유인물을 통해 밝힌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수기업 정리해고 투쟁에 대해서 안미숙 조합원은 “현대차가 2024년 9월 30일, 이수기업 폐업 후 고용승계 없이 전원 해고하겠다는 소식을 접한 2024년 8월 22일부터 전 공장 중ㆍ석식 선전전을 진행하며 현대차 사측을 규탄함과 동시에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했다”면서 “2024년 8월 26일에는 공장 밖으로 끌려나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현대자동차지부 노동조합 사무실에 머물던 이수기업 해고자들은 정규직 노조의 엄호를 요청하고, 10월 1일 전원해고 이후 10월 7일부터 현대차 사내에서 출근 전 선전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안미숙 조합원은 “2025년 1월 8일, 정리해고 100일 투쟁 문화제를 마무리했고, 2월 말부터 이수기업 해고자들은 사외 투쟁팀에 합류했다”면서 “3월 13일 규탄집회를 통해 천막 설치를 준비했으나, 회사 측 구사대는 신고된 집회 장소를 침탈해 천막을 강탈했다”고 전했다.
안미숙 조합원은 “(구사대의 침탈에) 즉각적인 항의농성을 진행했고, 3월 14일 새벽 출근 시간에 다시 구사대의 침탈이 있었다”면서 “이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사회시민단체가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과 약식집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안미숙 조합원은 “3월 20일에는 현대차 주주총회 앞에서 규탄 선전전을 진행하고, 4월 1일부터 4일까지 양재동 본사 앞 1인 시위, 4일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석해 현대차 부스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면서 “이후 4월 18일, 정리해고 200일 투쟁 문화제를 진행하며 2차로 천막 설치를 시도하던 중, 또다시 현대차 구사대는 신고된 집회 장소를 침탈해 집회 참가자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행했다”고 말했다.
안미숙 조합원은 “특히 여성을 향한 집중 폭력으로 많은 여성 연대자들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호송됐다”면서 “구사대의 침탈은 멈추지 않고, 문화제를 끝내고 노숙농성을 준비하는 중 앰프를 강탈하려 했고, 이를 저지하려 하자 또다시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미숙 조합원은 “이후 24시 10분, 퇴근 선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구사대의 3차 침탈이 있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구사대는 현수막을 강탈했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폭력이 난무했다”고 밝혔다.
안미숙 조합원은 “연대자들이 왜 구사대의 폭력을 방관하냐고 경찰에 항의하자, 경찰은 오히려 항의한 연대자들을 표적 연행했다”면서 “이처럼 경찰은 눈앞에서 집회 장소가 침탈되고 집회 물품이 강탈돼도, 수많은 시민들이 현대차 구사대의 폭행에 쓰러져도 방관하기 바빴고, 단 1명의 구사대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안미숙 조합원은 “우리는 오히려 항의하는 자를 잡아 가두려는 야만을 목도했고, 마치 계엄을 맞닥뜨린 것과 같은 공포스러운 날로 기억하고 있다”며 “이후 이수기업 해고자들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무기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미숙 조합원은 “현대차는 그간 수십 년간 불법 파견을 해온 범죄를 저지르고도 여태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면서 “더군다나 2003년 형사 처분을 확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정은커녕 여전히 현장 내 비정규직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안미숙 조합원은 “현대차는 불법 파견 리스크 해소와 더 많은 착취를 위해 간접 영역의 2ㆍ3차 하청을 무분별하게 늘렸고, 현재 126개 업체의 6457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직접생산공정에 투입된 직접 계약 촉탁직은 7000명을 넘어서며, 현대차 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1만 4000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안미숙 조합원은 “이수기업 정리해고는 현대차가 언제든지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따라서 이수기업 정리해고 투쟁은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중요한 투쟁”이라고 규정했다.
안미숙 조합원은 “현대차와 경찰 등 공권력의 폭력에도 물러섬 없이 우리 모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언자로는 이상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 이수기업 해고자 안미숙 조합원, 김세균 백기완노나메기재단 고문, 박득훈 성서한국 목사, 김상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정윤희 블랙리스트이후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 이상현 녹색당 대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주현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현대차는 즉각 구사대를 해체하고, 모든 폭력 행위 책임져라!”
“구사대 폭력 웬말이냐,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사죄하라!”
“이수기업 노동자들의 정당한 고용승계 즉각 이행하라!”
“폭력을 방관한 경찰 당국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