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익위,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신청 기각
- 제보자 “쿠팡이 이미 제보자 고소…민사 소송 제기할 것으로 보여” - 권익위 “고소는 ‘불이익 조치’ 해당 안 돼…제보자 주장하는 불이익조치 부존재” - 제보자 “쿠팡의 고소 취하 및 처벌 불원서 제출 이후에도 경찰은 여전히 수사 의지” - “정작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쿠팡 수사는 국회 청문회 이후에도 지지부진”
[로리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가 취업제한 대상자 명부(이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전직 쿠팡CFS 직원 2인(이하 제보자)이 신청한 보호조치 및 불이익 금지 신청을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4월 21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국민권익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쿠팡CFS 직원 A씨는 2022년 11월 입사해 2023년 4월 퇴사했고, B씨는 그해 10월 퇴사했다. 쿠팡CFS에는 전국 80여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연간 40만명, 하루 약 5만명 정도의 현장 직원들이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2023년 10월 26일 B씨는 근무 당시 친분이 있던 A씨에게 “기존 쿠팡CFS에서 근무하며 근로조건에 이의를 제기했던 자들이나, 기자들이 쿠팡CFS의 일용직이나 계약직으로 지원해 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쿠팡CFS가 취업제한 대상자 명부를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또한 B씨는 사내 전산망에 접속해 해당 명부를 내려받은 다음 A씨에게 명부를 공유해줬다.
이에 A씨는 2023년 11월 MBC 기자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원회) 대표 권영국 변호사 등을 만나 쿠팡CFS가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일탈해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를 광범위하게 작성 관리했다는 내용 등을 제보했다.
이후 MBC 등 언론사들이 쿠팡CFS에 대한 제보 내용을 보도했다. 쿠팡의 채용 블랙리스트 의혹을 고발한 MBC 기자들은 지난 3월 2025년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A씨는 보도 내용과 유사한 내용을 2024년 2월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신고 후 쿠팡CFS는 신청인들을 수사기관에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에도 등재했다.
이에 A씨와 B씨는 “쿠팡CFS가 신청인들을 수사기관에 고소했고, 취업 제한 대상 명부에 등재했다”며 “향후 신청인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우려가 있다”며 보호조치 및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을 냈다.
반면 쿠팡CFS는 “사업장 내 직장 질서를 유지하고, 직원의 입사ㆍ퇴사와 관련된 법률 문제 발생을 방지하며, 인사 관리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채용 시 근로자들로부터 ’임직원 개인정보 수집ㆍ이용동의서(계약직, 정규직)‘를 제출받아 근로자들의 개인정보를 내부 인사관리시스템에 입력해 관리하고 있다”며 “따라서 쿠팡CFS의 인사자료 작성 관리는 정당한 목적 하에 적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인사ㆍ채용 권한의 행사에 해당하는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쿠팡CFS는 “더욱이 2025년 1월 21일 신청인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고, 2025년 2월 19일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쿠팡CFS는 “신청인들이 공익신고를 했다는 사유로 불이익조치를 한 사실도 없고, 신고와 별개로 이루어진 신청인에 대한 형사 고소도 취하했을 뿐만 아니라, 신청인들의 개인정보도 삭제해, 현재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불이익조치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국민권익위원회 제2분과위원회의 판단은?
이 신청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제2분과위원회(위원장 이명순)는 지난 4월 21일 “신청인들의 보호조치 및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을 기각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권익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보호조치 결정과 불이익조치 금지 권고 요건으로 ①신청인의 신고가 공익신고에 해당해야 하고 ②신청인에 대해 법상 불이익조치가 존재해야 하며 ③공익신고와 불이익조치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이 요건들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불이익조치는 ▲형사 고소 ▲민사소송 제기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 등재”라고 조목조목 살폈다.
형사 고소에 대해 권익위는 “형사 고소는 수사ㆍ재판 및 형집행 등 형사소송법상 정해진 절차에 따른 국가의 형벌권 행사 과정에서 다룰 사안이고, 위원회는 법에 의해 수사ㆍ재판 및 형집행 등에 대한 당부를 조사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규정한 불이익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 등재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쿠팡CFS가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신청인들을 이른바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에 등재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등재 시점 또한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신고보다 이전이어서 신고와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 등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더욱이 쿠팡CFS는 2025년 3월 24일 신청인들을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돼,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불이익조치가 현재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따라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요구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 보호조치 결정의 필요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사소송 제기 예상에 대해 권익위는 “민사소송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규정한 불이익조치에 해당하지 않으며, 더욱이 쿠팡CFS가 민사소송을 제기하지도 않았고, 향후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명백해 보이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상 불이익조치 해당 여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그렇다면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보호조치 및 불이익조치 금지를 결정하기 요건인 불이익조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공익신고 해당 여부, 공익신고와 불이익조치 간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살펴볼 이유 없이 신청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쿠팡이 고소 취하하고, 처벌 불원서 제출했는데, 경찰은 ‘조사 계속’ 의지 밝혀”
이번 국민권익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대해 제보자는 “쿠팡이 국회 청문회 이후로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다음, 경찰이 압수했던 물건을 돌려받았다”면서도 “그런데 경찰은 ‘조사는 계속하겠다’는 의지여서, 향후 마지막 조사를 한 번 더 받고 기소 여부가 그때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아무리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보복성 고소로 인한 사건을 경찰이 계속 진행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경찰이 (공익제보자에 대한) 수사 의지가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면서 “(반면) 쿠팡의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에 대한 조사는 경찰이나 고용노동부나 지지부진한 상태이고, 특히 고용노동부는 국회 청문회에서 조만간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얘기했으나, 그 이후로 연락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