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국 “대법원 ‘파기자판’ 가능성 없어…이재명 항소심 교과서 판결”

- 한국형사법학회장 지낸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파기자판은 가능하지도 않고, 대법원의 항소 기각은 억지 주장” - “대법원의 무죄→유죄 뒤짚는 파기자판, 20년간 단 한 건도 없어” -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 판례법리에 온전하게 부합…변경 필요성 단서 없어” - “대법원의 정치행위 우려, 대법관 개개인이 모인 전원합의체가 무리수 두지 않을 것”

2025-04-24     최창영 기자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로리더] 한국형사법학회장을 지낸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상고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자판 주장에 대해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며 “항소심과 달리 상고심에서는 파기환송과 파기이송이 원칙이고, 파기자판은 예외”라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더 여민’ 포럼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상고심 절차의 쟁점과 과제”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상고심 절차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진국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먼저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사실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이재명 전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책임자였던 김문기 씨를 모른다고 한 발언이고, 하나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과정에서, 한국식품연구원 종전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진국 교수는 “위 두 개가 사실이냐, 의견 표명이냐가 쟁점인데, 우리 형법상 범죄와 관련해서 협박, 명예훼손, 위증, 선동 등과 같은 표현범은 무엇보다 행위자의 발언이나 표현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그런데 이때 의미를 확장하는 것을 넓게 봐버리면 그 배경까지도 들어가게 되는데, 행위자가 행한 표현의 범위를 넘어서서 확장하는 것은 형법상 금지되는 ‘유추’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페이스북)

“발언의 의미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언의 의미를 행위자에게 불리하도록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행한 발언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따라서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법리 적용은 매우 타당한 것”이라고 판정했다.

이진국 교수는 “그런데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마자, 일부 유튜버나 정치권은 상고심에서 파기자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면서 이에 대해 “파기자판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는 항소 기각을 하고 1심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했으니 상고심인 대법원이 형량을 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억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국 교수는 “이런 주장들은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고 보는데, 우리 사회가 합리성과 객관적 법리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특히 내란 행위자에 대한 (지귀연 부장판사의) 구속취소 판단과 (검찰의) 즉시항고 또는 일반항고의 포기 사례에 비춰 보면, 이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도 모를 것 같다는 국민의 우려를 지울 수 없을 것 같다”고 공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조희대 대법원장 강조한 ‘6:3:3’ 원칙은 훈시 규정”

이진국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 상고심 재판의 절차적 쟁점에 대해 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6:3:3 원칙을 강조했는데, 이는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안에 판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이른바 심리의 충실화를 위해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진국 교수는 “아마 추측하기로는 이재명 전 대표의 사건이 주목을 받다 보니, 6:3:3 원칙을 강조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데, 이는 현재 훈시 규정으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진국 교수는 “다음으로는 상고심 전원합의체에서 파기자판을 할 수 있느냐는 건데, 파기자판에서 유죄 또는 형량을 선고해버리면 절차는 끝나게 된다”면서 “파기자판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96조 제1항에 의하면, 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는 피고사건에 대해 직접판결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고심에서는 파기환송과 파기이송이 원칙…무죄→유죄 뒤집는 사례 없어”

하지만,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해석했다.

이진국 교수는 “항소심과 달리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파기환송과 파기이송이 원칙이고, 파기자판은 예외라고 봐야 한다”며 “2023년 형사공판사건 상고심 기준으로 전체 사건 2만 419건 중 파기자판은 17건으로 전체의 0.083%에 불과하고, 대법원이 무죄를 뒤집어 유죄로 파기자판한 사례는 2002년부터 2023년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진국 교수는 “다만, 관련 조항에 의해 피고사건에 대해 직접 판결할 수 있다고만 했기에 형식적으로는 마치 파기자판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대법관들이 법률 전문가이기에 이 부분을 면밀히 볼 텐데, 사건에 대해 직접 심리하고 재판하는 파기자판의 형식은 복심구조에 걸맞은 재판방식으로, 상고심은 파기자판과 어울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진국 교수는 “복심구조 하에서는 파기자판이 원칙이고, 우리가 채용하는 대법원 상고심 구조와 같은 사후심 구조에서는 파기환송이나 파기이송이 원칙”이라며 “사후심 구조에서는 원칙적으로 원심판결 자체를 심판 대상으로 삼아 그 적법 여부를 심사(법률심)한 후 사실심인 항소심에 사건을 환송ㆍ이송하는 체계를 취한다”고 덧붙였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원합의체 회부에 따른 의견변경(유죄) 가능성에 ‘상당히 부정적’”

전원합의체 회부에 따른 의견변경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진국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앞서 언급한 (이재명의) 김문기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발언의 유죄를 인정하게 되면, 앞으로 선거에 나올 사람들은 아무도 말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진국 교수는 “예컨대, ‘사진이 조작됐다’는 말을 골프를 같이 쳤음에도 안 쳤다고 한 것으로 유추해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돼버린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항소심 판결이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진국 교수는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단은 사건을 정치적 고려 속에서 바라본 1심 판단과는 달리 허위사실공표죄와 관련한 법리 원칙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의 판례법리에 온전하게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진국 교수는 “항소심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와 관련한 발언의 의미확정, 의미해석에서 유추 및 확장 금지, 사실과 의견표명의 구분 등 그동안 대법원이 내놓았던 판례법리를 충실하게 따른 교과서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지난 3월 26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항소심 변경할 필요성 인정할 단서 존재하지 않아…파기자판 가능성 없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는 이유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항소심이 인용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주목해 보면, 이를 변경할 필요성을 인정할 단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자판할 가능성도 없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상고법원인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두고 정치행위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 이진국 교수는 “(이는) 대법원이 유력 대권주자의 출마를 막기 위해 사건을 빨리 종결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인데,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 전문가인 개개의 대법관들이 모인 전원합의체가 그런 무리수를 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상고심 절차의 쟁점과 과제”

한편, 이날 토론회는 안태준 국회의원의 사전사회로 시작해서,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발제는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형사법학회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김혜경 계명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이승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정민 변호사가 참석했다.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상고심 절차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안태준 국회의원 외에도 송기헌ㆍ장종태ㆍ박희승ㆍ서영석ㆍ박지혜ㆍ박균택ㆍ전현희ㆍ황정아ㆍ박민규ㆍ박선원ㆍ한민수ㆍ안호영ㆍ임광현ㆍ조인철ㆍ송재봉ㆍ이재광ㆍ서미화ㆍ복기왕ㆍ김남희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