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기업 단골…GS건설ㆍ대우건설ㆍ현대건설ㆍDL이앤씨ㆍ포스코이앤씨
- 캠페인단 “20년간 10대 건설사 ‘살인기업 단골 등장’” - ‘최악의 살인기업’ 최다 1등 현대건설…“기업의 탈을 쓴 마피아” - “다단계 하도급 문제 개선하고 안전 체계 정비해야”
[로리더]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ㆍ매일노동뉴스ㆍ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2일, 지난 20년간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기업은 현대건설이라고 밝히며 “노동자가 많이 사망한 상위 기업은 ‘한국 10대 건설사’ 명단과 일치한다”고 비판했다.
캠페인단은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202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개최하고, 20주년을 맞아 지난 20년간 가장 많이 1위를 차지한 기업들과, 전체 명단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기업들을 공개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2006년부터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 5개사를 발표해 왔는데, 올해까지 5위 안에 가장 많이 선정된 기업은 대우건설과 GS건설, 현대건설, 디엘이앤씨(구 대림산업),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이라며 “1위에 가장 많이 선정됐던 기업 역시 건설기업으로, 현대건설”이라고 밝혔다.
캠페인단에 따르면, 최다 노미네이트된 기업(GS건설ㆍ대우건설ㆍ현대건설ㆍ디엘이앤씨ㆍ포스코이앤씨)의 2024년 기준 토건 시공능력평가액을 합산하면 약 57.4조원에 달한다. 이는 상위 20개 건설사 토건 시공능력평가액의 38.9%에 달하는 수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떨어짐, 깔림, 물체에 맞음 순이다. 특히 떨어짐 사고의 경우 2024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589건 중 235건에 달했다.
특히 캠페인단은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 1위에 가장 많이 선정된 현대건설에 대해 “현대건설은 2007년, 2012년, 2015년, 2022년 총 4회 선정됐다”면서 “현대건설에서는 2025년에도 현재까지 이미 두 번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대건설 작업현장에서 2011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약 10년간 5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현대건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301건 중 25건을 사법조치하고, 274건에 대해서는 과태로 5억 6761만원을 부과했다.
2021년에는 현대건설 작업현장에서 3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당해 5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아 68개 현장 중 45개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승우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장에서 본인이 겪은 현대건설 산업현장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승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20여 년 전, 용인시가 특례시로 지정되기 전에 아파트를 한창 지을 때, 현장에서 아파트 외장 외벽에 도장 공사를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 노동자는 현장에서 사망했음에도 산업재해 사망자로 등록되지 않았고 나중에 알아보니 변사 처리됐다”고 말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산업재해도 있었음을 강조했다.
또, 이승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 8시간 노동을 하겠다고 쟁의를 했는데, 현장에서 업체들과 협상할 자리가 없었다”면서 “그래서 원청사보고 협상할 수 있는 공간을 내달라는 요청에 ‘당신들은 우리가 고용한 사람들이 아니므로 공간을 내줄 수 없다’고 애기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에 순위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기업 역시 건설기업으로, 대우건설과 GS건설이 각각 11회로 1등에 올랐다. 그 뒤는 현대건설(9회)과 디엘이앤씨(구 대림건설, 8회),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 6회)이 이었다.
캠페인단에 따르면, GS건설에서는 2005년 이천 물류창고 붕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2017년에는 평택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붕괴해 1명, 2018년에는 포천 화력발전소에서 폭발 사고로 1명이 사망했다.
또, GS건설에서는 2021년 2월에도 부산 대심도 터널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5명이 다쳤고, 같은 현장에서 2024년 12월에 추락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캠페인단은 대우건설에 대해 “2011년부터 2021년 4월까지 총 56건의 사고로 57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당시 기준 100대 건설사 중 사망사고가 연평균 5건 이상 발생한 유일한 건설사”라며 “대우건설은 2023년 10월에도 5건의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일제 감독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캠페인단은 디엘이앤씨에 대해서 “대림산업 시절이던 2013년, 여수산단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으나 공장장 징역 9개월과 법인 벌금 3500만원으로 책임을 면한 사례가 있다”면서 “고용노동부가 2022년 주요 시공현장을 감독한 결과, 위법행위 459건이 적발돼 7억 8000만원을 부과받았다”고 밝혔다.
이어서 캠페인단은 “2023년, (디엘이앤씨 사업장인) 부산 레이카운티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강보경 씨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하청업체인 KCC와 책임공방을 벌이다가 유가족이 본사 앞에서 농성한 지 34일 만에 공개사과를 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디엘이앤씨에서는 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으나 대표이사가 기소된 적이 없고, 여전히 이사회 내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를 두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캠페인단은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에서는 2018년,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설현장에서 하청노동자 4명이 55층 높이에서 추락사하는 등 1년만에 10명이 사망했다”면서 “2024년 10월에는 신안산선 4-1공구(서울 영등포구)에서 노동자 1명이 철근에 맞아서, 2025년 4월 11일에는 신안산선 5-2공구에서 상부 도로 붕괴 사고로 사건 발생 닷새 만에 노동자 1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일련의 건설현장 산업재해와 관련해, 이승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정부에서는 건설 노동자들을 ‘건폭’으로 몰아 2년 동안 폭력을 행사하고, 잡아 가두는 등 완전히 노조의 씨를 말리겠다고 작정하고 달려들었다”면서 “건설회사들은 우리가 금품을 갈취하고, 공갈ㆍ협박한다고 건폭으로 몰았지만, 우리가 볼 때 건설회사들이야말로 건설 노동자들의 목숨을 갈취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2월 국무회의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등에 대해 조직폭력배(조폭)에 빗대 ‘건폭’이라고 지칭했다. 검찰은 경남ㆍ부산지역 건설노조 조합원으로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쟁의행위를 벌인 레미콘 기사 등 7명에 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폭처법)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5년 1월, 부산지법은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승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저들(건설기업)은 건설 현장에서 기업의 탈을 쓰고 있는 마피아와 다름이 없다”면서 “20년 동안 건설 현장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겠지만, 여전히 멀었고 그들의 인식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승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장이 하루빨리 달라져서 웃으면서 출근했던 그 모습 그대로 퇴근할 수 있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투쟁으로 쟁취하자!”
“최악의 살인기업, 기업은 각성하라!”
“최악의 살인기업, 기업을 처벌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