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기업 선정…양경수 “무사고 건설 아파트가 브랜드 되는 세상”
-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못해”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수혜자는 대형 로펌…기업, 노동자의 생명 귀하게 여길 의지 없어” - “교육청이 최악의 살인기업…급식실은 일할 사람 없는 죽음의 공간” - “조금의 항의도 폭력으로 되돌아오는 현실, 아리셀 참사에서 이주노동자 집단 사망” -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건설된 아파트, 근로기준법 위반하지 않은 상품이 구매력 기준되길”
[로리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2일 “노동자들의 죽음은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의 태도와 이를 방관하는 법과 제도에 의한 구조적 살인”이라며 “아파트 건설에 건설사가 어디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얼마나 빨리 지었는지 보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건설된 아파트라는 사실이 더욱 중요한 브랜드가 되는 세상,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단 한 건도 위반하지 않은 상품이라는 것이 구매력의 기준이 되는 날을 그려본다”고 말했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ㆍ매일노동뉴스ㆍ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어 1차 전지 폭발 사고로 23명의 사망자와 9명의 부상자를 낸 ㈜아리셀이 1위로 선정했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의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은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캠페인단은 “추락ㆍ끼임 등으로 매일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은 ‘노동자 과실로 발생한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의 구조를 만들고 방치해서 발생하는 ‘기업의 구조적인 살인 행위’”라며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통해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구조적인 살인행위’라는 인식을 높이고 기업에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올해로 20년째, 우리는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오고 있다. 아마도 가장 비참하고 안타까운, 그리고 가장 분노스러운 순위 선정이 아닐까 싶다”며 “매일매일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퇴근하지 못하는 사회는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사고도 개인의 책임도 아니다”라며 “이는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의 태도와 이를 방관하는 법과 제도에 의한 구조적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역대 살인기업 리스트 최다 노미네이트 목록’에는 주요 건설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 1위에는 11회 노미네이트된 GS건설과 대우건설, 3위에는 현대건설, 4위에는 디엘이앤씨(구 대림산업), 5위에는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이 선정됐다.
양경수 위원장은 “매년 최악의 살인 기업을 선정해서 그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지난 20년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곳은 단연 건설 현장이었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건설사들의 주요한 관심은 건설의 속도와 비용의 절감”이라고 꼬집었다.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는 사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닌 각 시ㆍ도교육청이 선정됐다. 선정된 이유로 시ㆍ도교육청은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13명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폐암 산재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대책마련이 미온적이라는 것이 꼽혔다.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2위에는 쿠팡이 꼽혔다.
3위부터는 삼성전자,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인사혁신처, 현대건설, 영풍 석포제련소, 한국전력공사(한전) 등이 선정됐다.
이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이후에 가장 큰 수혜자는 대형 로펌이라는 자조 섞인 비난은 기업들의 노동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귀하게 여길 의지가 없음을 확인해 준다”면서 “또한, 시ㆍ도교육청이 시민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사실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대하는 정부와 국가 기관의 태도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급식실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폐암으로 죽고 아파하는데 대책은 요원하다”면서 “그 사이에 급식실은 일할 사람이 없는 죽음의 공간이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는 아리셀이 선정됐는데,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아리셀 공장에서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해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 하청노동자가 20명이었으며, 국적으로는 18명이 외국인이었고, 성별로는 15명이 여성이었다.
아리셀 참사에서 특히 이주노동자가 사망자 중 대부분을 차지한 것에 대해 양경수 위원장은 “우리 사회 이주 노동자들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함에도 이들은 여전히 위험과 열악한 노동에 방치돼 있다”면서 “임금 체불을 물으러 갔던 이주노동자가 단속 대상이 되고, 조금의 항의도 폭력으로 되돌아오는 현실 속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이주 노동자들은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그러니 아리셀 참사에서 이주 노동자는 집단 학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양경수 위원장은 “‘목숨을 걸고’라는 말은 아주 절박한 무언가를 이루고 싶을 때 쓰이는데, 매일 일하는 일터가 그렇게 절박한 곳이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면서 “생존을 위하는 생존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그렇게 벼랑 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이를 바꾸기 위해 20년간 노동자들의 죽음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다”며 “목숨 걸고 일하는 세상은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내란수괴 윤석열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11년째 거리를 헤매는 세월호 유가족이 일상을 찾고, 그들의 뒤를 이어 투쟁 중인 10.29 이태원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광주 학동 참사의 유가족들이 평온을 되찾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면서 “아파트 건설에 건설사가 어디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얼마나 빨리 지었는지보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건설된 아파트라는 사실이 더욱 중요한 브랜드가 되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단 한 건도 위반하지 않은 상품이라는 것이 구매력의 기준이 되는 날을 그려본다”며 “일터도 삶터도 안전한 세상을 위해서 우리는 계속 노력하고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투쟁으로 쟁취하자!”
“최악의 살인기업, 기업은 각성하라!”
“최악의 살인기업, 기업을 처벌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