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ㆍ한전ㆍ대우건설ㆍGS건설…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 20년간 1위 최다 선정은 현대건설…순위 무관 최다 노미네이트는 GS건설ㆍ대우건설 -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에 ‘각 시ㆍ도교육청’…급식 노동자 13명 폐암으로 사망 - 쿠팡ㆍ삼성전자ㆍ현대중공업ㆍ한화오션ㆍ인사혁신처ㆍ현대건설ㆍ영풍 석포제련소ㆍ한전 등

2025-04-22     최창영 기자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아리셀이 선정됐다.

[로리더]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ㆍ매일노동뉴스ㆍ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2일,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어 1차 전지 폭발 사고로 23명의 사망자와 9명의 부상자를 낸 ㈜아리셀을 1위로 선정했다.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은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개최됐다.

202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20주년

캠페인단은 “추락ㆍ끼임 등으로 매일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은 ‘노동자 과실로 발생한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의 구조를 만들고 방치해서 발생하는 ‘기업의 구조적인 살인 행위’”라며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통해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구조적인 살인행위’라는 인식을 높이고 기업에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규혁 매일노동뉴스 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사고도, 개인의 책임도 아니다”라며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의 태도와, 이를 방관하는 법과 제도에 의한 구조적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의 기초 자료는 고용노동부가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2024년 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현황’이며, 이번 해는 살인기업 선정식 20주년을 맞이해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과 역대 선정식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최다 1위 및 최다 노미네이트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아리셀이 선정됐다.

2025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선정된 아리셀은 2024년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한 기업이다.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아리셀 공장에서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해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 하청노동자가 20명이었으며, 국적으로는 18명이 외국인이었고, 성별로는 15명이 여성이었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유가족 협의회 여국화 씨

선정식에 참석한 아리셀 참사 유가족인 여국화 씨는 “아리셀 참사 사고는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고, 아직도 법정 투쟁 중”이라며 “아리셀 참사 사고가 끝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응원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아리셀에서 사망한 노동자 중 이주노동자가 많은 관계로 마이크를 잡은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중 70%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안전설비도 별로 없고 안전장비도 제대로 주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다”며 “법 제도도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산재 사망 사고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는 사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닌 각 시ㆍ도교육청이 선정됐다. 선

정된 이유로 시ㆍ도교육청은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13명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폐암 산재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대책마련이 미온적이라는 것이 꼽혔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과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조합원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2위에는 쿠팡이 꼽혔다.

3위부터는 삼성전자,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인사혁신처, 현대건설, 영풍 석포제련소, 한국전력공사(한전) 등이 선정됐다.

왼쪽부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강규혁 매일노동뉴스 대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이승우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강규혁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20년의 자료를 살펴봤더니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 노동자, 건설 노동자들이 많이 희생됐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유력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도 누구 하나 죽지 않고 안전하게 건강한 일터를 만들려는 의미 있는 공약을 아직은 발견하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유가족협의회 여국화 씨,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산재 유형 중 사고사가 여전히 많지만, 과로사나 직업성 암 등 다양한 사망 형태가 알려지게 됐다”면서 “기존에 산재 사망사고라고 하면, 각 건설사들이나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큰 제조업 사업장이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플랫폼 기업이나 서비스업, 공기업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 특수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는 현대건설, 최다 노미네이트 기업으로는 대우건설과 GS건설이 지목됐다.

한편,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 1위 최다 선정 기업으로는 현대건설이 지목됐다.

현대건설은 총 4번(2007년, 2012년, 2015년, 2022년) 1위로 선정됐다. 현대건설에서는 2007년 10명, 2012년에 10명을 사망한 데 이어, 2015년에는 2005년에서 2014년까지 총 110명이 사망한 이유로 선정됐다. 2022년에도 6명이 사망했다.

현대건설의 뒤를 이어 대우건설이 2위를 차지했고, 공동 3위 기업으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과 GS건설, 현대제철 등이 선정됐다.

역대 살인기업 리스트 최다 노미네이트 목록은 주요 건설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역대 살인기업 리스트 최다 노미네이트 목록은 주요 건설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 1위에는 11회 노미네이트된 GS건설과 대우건설, 3위에는 현대건설, 4위에는 디엘이앤씨(구 대림산업), 5위에는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이 선정됐다.

특히 건설산업 현장에서 산재사고가 빈발하는 것에 대해 이승우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건설 노동자들을 ‘건폭(건설폭도)’으로 몰아 2년간 완전히 노조의 씨를 말리겠다고 작정을 하고 달려들었다”면서 “건설회사들은 우리가 금품을 갈취하고 공갈협박한다고 건폭으로 몰았지만, 우리가 볼 때 건설회사들이야말로 건설 노동자들의 목숨을 갈취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우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승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20년 동안 건설 현장의 죽음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겠지만, 여전히 멀었고, 그들의 인식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투쟁으로 쟁취하자!”
“최악의 살인기업, 기업은 각성하라!”
“최악의 살인기업, 기업을 처벌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