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형 “한화그룹 3대(김동관) 세습, 혈족 때문에 지위 승계 잘못”

[로리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4일, 한화그룹의 ‘경영권’ 세습과 관련해 “이런 세습을 방치하면 우리나라는 봉건사회로 가기 때문에 주주 자본주의든, 시장 자본주의든, 자본주의의 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혁신의 결과물로 시장의 대가를 받는 구조가 적절한데,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이) 실제로 어떤 혁신을 했는지 아무 결과도 없이 혈족 때문에 지위를 승계받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ㆍ김남희ㆍ김성환ㆍ김승원ㆍ김영환ㆍ김현정ㆍ민병덕ㆍ박균택ㆍ박상혁ㆍ박주민ㆍ박홍배ㆍ오기형ㆍ유동수ㆍ이강일ㆍ이성윤ㆍ이소영ㆍ이용우ㆍ이정문ㆍ정준호 국회의원, 신장식ㆍ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문제 분석을 통해 한화의 경영권 승계 궤적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조명과 함께, 재벌 개혁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최근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의 재의결과 재발의도 함께 강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국장부활TF)’ 단장인 오기형 국회의원은 “상법 개정에 대해서 거부권이 행사됐는데, 여기에 대해 언제 재개할 것이냐, 왜 안 하냐는 지적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했다”면서도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법 개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직을 걸고 막겠다고 해놓고, 요즘 출장을 많이 다니던데, 어디서 직을 걸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허풍쟁이 원장이 돼 버려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인)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의 경우에 비춰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면서 “첫 번째는 회사가 투자하고 회사가 손해를 본 경우, 회사의 대주주를 포함해 모든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통해서 경영 판단의 원칙에 부합했느냐를 따져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하게 된다”고 짚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두 번째 사례는 회사에는 손해가 없지만 모든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인데, (삼성 이재용 회장 승계 관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 그 예시”라며 “이런 건에 대해서는 잘못된 합병 비율에 대한 문제 제기가 돼야 하는데, 주주 대표를 선임할 수 없고, 책임을 묻기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조항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세 번째 사례는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고, 일부 주주만 손해를 본 경우인데,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사례가 그 예시”라며 “처음에 자사주를 공기업에서 매입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유상증자를 해버리면 그 직전에 매수한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경영권 분쟁에 가담했던 일부 주주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출신 오기형 국회의원은 “이런 행태들을 함부로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조항”이라며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도 이와 관련한 의혹이 있어서 관심 갖고 지켜볼 것이고, 한번 지켜보면 계속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1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의 주가는 장중 최고치인 78만 1000원, 종가 76만 4000원까지 올랐으나, 3월 20일 보통주 595만주를 발행한다는 유상증자가 발표되자, 다음날인 21일 최고가(18일) 대비 19.6%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3월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29조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이후 4조 2000억원이 ‘증발’했다.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가 발표된 후인 3월 21일에는 모기업인 (주)한화의 주가가 12.53% 하락했다.

이후 한화그룹은 3월 31일,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김동관ㆍ김동원ㆍ김동선)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이번 증여로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고 했다.

증여 후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으로, 세 아들이 한화에너지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번 증여로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가 된다.

이후 4월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3조 6000억원 규모를 2조 3000억원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둘러싼 한화그룹의 승계 과정에 대해서, (한화는)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경영권 승계 또는 3대 세습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를 정치적으로 할 때가 됐다”면서 “그 와중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에너지를 둘러싼 논란이 초점이 돼서 토론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이런 3대 세습을 방치하면 우리나라는 봉건사회로 가기 때문에 주주 자본주의든, 시장 자본주의든, 자본주의의 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혁신의 결과물로 시장의 대가를 받는 구조가 적절한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ㆍ김동원ㆍ김동선이) 실제로 어떤 혁신을 했는지? 아무 결과도 없이 혈족 때문에 지위를 승계받는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한화그룹은 김종희 선대회장 그리고 김승연 회장에 이어 장남 김동관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구조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공개적으로 두 번의 질의 과정에 대한 한화의 답변이 명료하지 않았다”면서 “한화그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는 사후 평가 문제고, 시장이 평가할 것이지만, 처음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기형 국회의원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두 번이나 질의한 것 중 답변을 제대로 못하는 것 중에는 왜 1시간 만에 그 중요한 결정을 제대로 한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이런 식의 의사 결정에 대해서 법원이 앞으로도 계속 문제없다고 판단할 것이냐는 지적이었다”라고 전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든, 경영 판단의 원칙이든, 충분히 검토했다는 것을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전체 주주 입장에서 판단했다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남근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화의 경영권 승계 궤적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조망’을 주제로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가 발제했다.

토론은 한화의 경영권 승계를 통해 본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주제로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곽정수 한겨레 기자, 김종보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가 참여했고,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를 대표해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이 위치한 창원 성산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국회의원도 직접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 주최자는 아니지만, 안도걸ㆍ양문석ㆍ이광희ㆍ황명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