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벌총수 김승연, 세 아들에 한화 주식 증여세 절감” 쓴소리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 유상증자 발표로 시가총액 4.2조 ‘증발’ - 모기업 한화 주가도 12% 이상 하락…김승연 회장, 한화 지분 11.32% 증여 - 이재명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 절감 가능성 커…‘자본시장을 현금인출기로 여긴다’ 비판”

2025-04-01     최창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페이스북)

“어떤 상장회사의 3조 6천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같은 날 모회사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발표로 인한 주가하락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에게 주가가 하락한 한화 지분을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를 완성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거대 야당 대표이자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가 특정 기업에 대해 쓴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3월 1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의 주가는 장중 최고치인 78만 1000원, 종가 76만 4000원까지 올랐으나, 3월 20일 보통주 595만주를 발행한다는 유상증자가 발표되자, 다음날인 21일 최고가(18일) 대비 19.6%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3월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29조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이후 4조 2000억원이 ‘증발’했다.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가 발표된 후인 3월 21일에는 모기업인 (주)한화의 주가가 12.53%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3월 31일 페이스북에 한화그룹을 정면으로 겨냥한 글을 올리며 비판해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어떤 상장회사의 3조 6천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며 “같은 날 모회사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어떤 상장회사는 위에서 언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고, 모회사는 한화그룹 지주사격인 (주)한화다.

이재명 대표는 “그런데 오늘 모 그룹 총수가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한화)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겨냥했다.

이재명 대표는 “주가는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니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위 상장회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얼마 전 자녀소유 회사에게 지분매매 대가로 지급한 돈이 증여세의 재원이 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화

전날(31일)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김동관ㆍ김동원ㆍ김동선)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이번 증여로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고 했다.

증여 후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으로, 세 아들이 한화에너지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번 증여로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가 된다.

이번 사례를 두고 이재명 대표는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러니 ‘자본시장을 현금인출기로 여긴다’는 주주들의 비판에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한화그룹에 대한 비판은 지난 3월 20일 이재명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이 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격려와 당부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한화그룹 보도자료

이번 주식 증여에 대해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히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면서 “정상적, 필수적 사업활동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및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승계와 연관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나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화그룹은 “(증여세) 과세기준은 한달 후인 4월 30일 기준 전후 각각 2개월 주가 평균가격으로 결정된다”면서 “주가가 낮은 시점에 증여를 결정했다거나, 주식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예고했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우리 자본시장이 이렇게 불신과 좌절로 들끓고 있는데도, 기어이 거부권을 쓰냐”고 질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