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선 재판관 ‘한덕수 파면’ 왜?…“파면만이 헌법재판소 정상 작동”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심판서 유일하게 ‘파면’ 인용 의견…헌법재판소 결정문 살펴보니
[로리더] 정계선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중 유일하게 ‘파면’ 의견을 냈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것과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계선 재판관은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무거워,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한덕수 탄핵심판 결정문을 통해 정계선 재판관의 헌법적 판단을 세밀하게 살펴본다. 이번 결정문은 39페이지인데, 정계선 재판관의 인용은 10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파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정계선 재판관은 먼저 한덕수 권한대행이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것에 대해 “특검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해서도 정계선 재판관은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무겁다”면서 3월 24일까지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어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는 한덕수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목했다.
정계선 헌법재판관은 특히 “피청구인(한덕수)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하는 등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 결정만이 헌법재판소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헌법적 수단”이라고 강조하면서 “피청구인을 파면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피청구인의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
국회는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고,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부터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다.
국회의원 170명은 2024년 12월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남용 행위를 조장ㆍ방치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는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다는 등의 이유로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2024년 12월 27일 본회의에서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총 투표수 192표 중 찬성 192표로 가결했고, 국회 소추위원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탄핵소추 사유는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 순직 해병 수사방해 진상규명 특검법 등)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행위 관련(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돕거나 묵인 방조) ▲공동 국정운영 관련(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국정 안정 방안에 대한 공동담화문 발표)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관련(비상계엄 관련 내란죄 수사할 특검) ▲헌법재판관 3명(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임명 부작위 관련 등 5개 사안이다.
헌법재판소는 3월 24일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우리 헌정사 최초의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이다.
헌법재판관 5인(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김복형)은 기각 의견, 재판관 1인(정계선)은 인용 의견, 재판관 2인(정형식, 조한창)은 각하 의견을 냈다.
◆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판단은?
정계선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먼저 “나는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행위’, ‘공동 국정운영’과 관련해 피청구인(한덕수)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인정할 수 없지만,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와 관련해 피청구인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인정된다는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재판관의 기각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계선 재판관은 “하지만,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와 관련해서도 피청구인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인정되고,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 및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와 관련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의 정도가 피청구인(한덕수)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하며 그 이유를 제시했다.
◆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와 관련된 헌법 또는 법률 위반
◈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 제3조 제1항 위반 여부
특검법 제3조 제1항은 ‘특별검사의 수사가 결정된 경우에 대통령은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지체 없이’의 구체적 의미나 기준을 정하는 별도의 조항은 없다.
특검법은 대통령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이후 특별검사 임명절차와 관련해,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는 대통령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받은 날부터 ‘5일 내’에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제3조 제2항), 대통령은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내’에 추천된 후보자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여야 한다(제3조 제3항)고 규정한다.
정계선 재판관은 “대통령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는 특별검사 임명절차의 첫 번째 단계로서 추천 의뢰 없이는 이후의 절차가 진행될 수 없고, 추천 의뢰 후에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절차가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어, 대통령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연한다면 자칫 ‘수사대상 사건 발생 시 곧바로 특별검사를 임명해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특검법의 제정이유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계선 재판관은 “그럼에도 피청구인(한덕수)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기 시작한 2024년 12월 14일부터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직무가 정지된 12월 27일까지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촉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반복된 요청에도 명확한 답변이나 해명을 제공하지 않고,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 이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제2조는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 ‘대통령’ 또는 ‘대통령의 가족’과 관련된 경우,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를 특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주체에서 제외함으로써 특정 교섭단체의 추천권을 완전히 박탈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위 규칙 개정안을 가결 선포한 행위 등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과 그 행위 등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이 제기됐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위 규칙을 근거로 구성된 것이므로, 추천위원회에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느라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미뤘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고, 오히려 이를 검토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더구나 피청구인이 문제 삼는 개정 규칙 조항의 위헌성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심사를 통해 판단할 사항이며, 피청구인으로서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이를 존중하고 집행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미 개정 규칙 조항과 유사한 취지의 법률 조항에 대해 판단한 바도 있다(헌재 2017헌바196)”고 덧붙였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한덕수)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그 위헌성을 미리 예단해 특검법에 명시된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거부권이 없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피청구인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면서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것은 특검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 헌법 제7조 제1항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위반 여부
정계선 재판관은 “공무원은 대의민주제에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의 행사를 위임받은 사람이므로 업무를 수행할 때 중립적 위치에서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헌법 제7조 제1항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다(헌재 2016헌나1)”고 밝혔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한덕수)은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의 부의장이자(헌법 제88조),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는 임무와 권한을 가지는 국무총리”라며 “더욱이 2024년 12월 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피청구인은 그때부터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에게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더욱 철저히 중립적 위치에서 공익실현의무를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음으로 인해, 이 사건 특검 수사요구안에 관한 특별검사 임명절차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그대로 중단됐다”며 “특검 수사요구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주요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하여 특별검사의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공공질서를 회복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당시 논란이 시작되었던 해당 사건의 수사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더구나 대통령과 함께 피청구인은 특검 수사요구안의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었으므로, 보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특별검사에 의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한 채 특별검사 추천을 의뢰하지 않음으로써 특검법 제3조 제1항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따라서 피청구인은 최대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전 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헌법 제7조 제1항의 공익실현의무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 헌법 제66조 위반 여부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한덕수)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 제66조 제2항 등에 따라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할 헌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 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체함으로써 해당 법률에 따른 특별검사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설령 피청구인의 주장대로 피청구인이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의 근거가 된 규범의 위헌성을 우려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특검법이 부여한 법적 의무를 존중하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했어야 함에도, 기록에 의하면 피청구인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사실만이 명확히 드러날 뿐, 이와 달리 볼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면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 피청구인(한덕수)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
정계선 헌법재판관은 “피청구인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면서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음으로써, 특검법이 규정한 특별검사 임명절차는 중단됐다”며 “그 결과 비상계엄을 둘러싼 각종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를 통한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질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신속하고 공정하면서 효율적인 수사를 통해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법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특검법의 목적을 심각하게 저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해당 법률의 실효성을 상실시켰고, 현재까지도 비상계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수사권 여부 논란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계선 재판관은 “더구나 피청구인이 특검 수사요구안의 수사대상에 자신이 포함돼 있음을 잘 알면서도 중립적인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방해 또는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로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촉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반복된 요청에도 명확한 답변이나 해명을 제공하지 않고 위법 상태를 그대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2024년 1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또한 재판관 선출안이 가결되기 전인 2024년 12월 26일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실 때까지 저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습니다.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시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계선 재판관은 “국회에서 재판관으로 선출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했다”고 봤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2024년 12월 27일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를 통해 여전히 ‘헌법재판관 임명에는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헌법재판관 충원 못지않게 헌법재판관을 충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언급한바, 이를 통해서도 피청구인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의사는 재차 확인된다”고 말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당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3인이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헌법재판소법상 심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4개월 후인 2025년 4월 18일에는 남은 6인의 재판관 중 2인도 임기만료로 퇴임이 예정된 상황이었으므로, 피청구인이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가 헌법질서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계속해 나가지 못하고 무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계선 재판관은 “더구나 2024년 12월 14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루어져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고, 이로 인해 피청구인(한덕수)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되었는데, 피청구인이 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아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국정 최고책임자의 공백 상태가 언제 해소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이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타격이 걷잡을 수 없이 극대화됐을 것인 점 등을 감안하면, 피청구인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기각의견은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24년 12월 27일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2025년 1월 1일자로 조한창ㆍ정계선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함으로써, 피청구인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손상된 헌법질서가 일부 회복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점’을 피청구인에게 유리한 사유로 삼았으나, 피청구인이 위헌ㆍ위법적 행위로 탄핵소추돼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한 행위를 피청구인의 위반 행위의 중대성 내지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유리한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2025년 2월 27일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기획재정부장관 최상목이 ‘마은혁에 대한 여야의 합의를 확인할 수 없어 재판관 임명을 보류했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최상목이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는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음에도, 최상목은 현재까지도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고, 이로써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목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인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하시면’ 등으로 여야의 합의를 임명의 전제로 내세우면서 마치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에서 소수의 절차적 보호를 통한 실질적 대의제 실현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하지만, 피청구인이 2024년 12월 8일 공동담화에서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습니다’라고 발표했던 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았고,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 대해 전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모두 여당의 요구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정계선 재판관은 “이런 점 등을 감안하면, 임명 거부의 실상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2024년 12월 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게 되자, 당시 6인 체제로 운영돼 심리정족수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2025년 4월 18일경에는 남은 6인의 재판관 중 2인도 임기만료로 퇴임이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내부적 상황을 이용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으로, 이는 결국 피청구인이 형식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여야의 합의’나 ‘실질적 대의제 실현’이 아닌 소수여당의 의도나 계획에 부합하는 일방적인 국정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이 속한 정당 간에 토론과 합의를 통해 모든 사안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다수결에 의한 국회의결은 정당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그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며 “이미 헌법재판관 선출과 관련해 수차례 여야 간 협의를 시도했고 최종적으로 헌법과 국회법 등에 따라 다수결로 의결됨으로써 그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게 된 대통령 권한대행이 추가적인 ‘여야 합의’를 요구하면서 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여당은 실질적 민주주의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라고 할 수 없는바, 소수여당의 뜻에 따라 국회의결을 좌우하고자 하면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의 구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다.
또한 “피청구인(한덕수)은 대통령 사고의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는 일시적ㆍ임시적인 지위이므로 ‘대통령 사고’ 시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는 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근거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도, 통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국회 가결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하는 등 모순적 국정운영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계선 헌법재판관은 “종합하면, 피청구인(한덕수)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위와 같은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를 통해 여전히 헌법재판관 임명에는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헌법재판관 충원 못지않게 헌법재판관을 충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언급함으로써 앞서 지적한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련된 위헌적 입장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 결정만이 헌법재판소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헌법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정계서 재판관은 “따라서 피청구인을 파면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받은 국민의 신임을 박탈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피청구인의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