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변호사 “한화오션, 노동자와 교섭 거부는 중대한 인권 침해”

- “한화오션, ESG보고서에 협력사 행동규범 신설 계획…하청노동자와 협의할 이해관계자” - “한화오션의 주장, 이미 중앙노동위에서 부당노동행위 해당 결정”

2025-03-25     최창영 기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동현 변호사(가운데)

[로리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이하 희망법)에서 활동하는 김동현 변호사는 25일, 11일차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지회) 지회장의 농성장을 찾아 “한화오션의 교섭 거부는 중대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희망법,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장애여성 공감,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천주교인권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58개 인권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고공농성장에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은 지난 3월 14일부터 ‘삭감된 상여금의 원상회복과 상용인력 확보’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 해결촉구 인권단체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사회를 맡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상임활동가는 “여기에서 고공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화오션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거통고지회는 한화오션이 인수하기 전에 대우조선해양이었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2022년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처절한 투쟁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명숙 활동가는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나서, 2024년 김형수 지회장과 강인석 부지회장이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하자 단식농성을 풀 요량이었는지 단체교섭에 빨리 임하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지만,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 “심지어 노조가 빠른 단체교섭을 위해 조건을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

명숙 활동가는 “국제사회에서는 원청의 책임을 높여가고 있고, 그것이 공정한 노동이자 거래일 것이라고 적어도 시장주의자들도 그렇게 얘기할 정도”라면서 “자본가들도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 이익을 많이 보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노동 조건과 생명, 임금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노동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동현 변호사

이 자리에서 김동현 변호사는 “희망법은 다국적 기업의 인권 침해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거통고지회와는 한국 조선업에서의 인권 침해를 국내외 투자자 및 발주처에 알리고, 이에 대한 기업 책임을 요구하는 대응 활동을 함께 해오고 있다”면서 “오늘은 한화오션의 교섭 거부가 중대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리려 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변호사는 “우리에게느 아직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국제적으로는 당연한 원칙이 있다”며 “바로 기업은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동현 변호사

김동현 변호사는 “어떤 사람은 기업이 무슨 인권을 존중하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UN이나 OECD 등 국제기구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기업의 인권 책임을 논의해 왔고, 지금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은 확고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이 책임은 단순히 기업이 인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권 침해에 기업이 연루돼 있거나 연결돼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변호사는 “특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공급망 내에서 가장 많은 이윤을 내는 기업이 그 영향력에 맞게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며 “기업은 이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이해관계자와 의미 있는 협의를 해야 하고, 자신의 사업 활동에 인권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화오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3

김동현 변호사는 “유럽연합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통해 이를 법제화했고, 실제로 한화오션 스스로도 이러한 책임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한화오션은 2023년 ESG보고서에서 ‘2024년에는 협력사들이 지켜야 할 인권, 안전·보건, 환경, 윤리, 경영관리 내용을 포함한 ESG 행동규범을 모든 협력사들이 동의하고 준수할 수 있게 신설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계획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확고한 원칙으로 자리 잡은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겠다는 한화오션의 약속”이라고 꼬집었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김동현 변호사는 “하청노동자들이 한화오션과의 교섭을 요구한 이유는 단순하다. 한화오션이 상여금 등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하청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화오션은 이들과 가장 면밀히 협의해야 할 이해관계자”라고 주장했다.

김동현 변호사는 “한화오션은 ‘협력사와 하청 노동조합 간의 단체교섭에 관여하는 것은 협력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이미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으로 그 정당성을 상실했다”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한화오션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전언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장 근처에 “진짜 사장 김승연이 나서라”라고 쓰여있다.

‘좋다.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적어도 한화오션이 스스로 밝힌 ESG 보고서의 원칙에 따라 이해관계자로서, 그리고 인권침해에 연루된 가해자로서 한화오션 자신의 인권존중 책임을 이행하라. 즉각 이해관계자 협의에 나서고 한화오션의 기업 활동이 초래한 인권 침해를 면밀히 조사하고 시정하라. 그렇지 않는다면, 한화오션은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과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과 같은 국제사회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국제 기준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김동현 변호사는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한화오션은 이제라도 진정으로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국제기준에 맞춰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포함해 금속노조 포항지부 에너지머티리얼즈지회 조합원들이 연대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희망법 김동현 변호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법정 스님, 서지원 장애여성 공감 활동가, 금속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포항지부 에너지머티리얼즈지회 조합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이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약속을 지켜라!”
“이대로 살 수 없다. 삭감된 상여금 인상하라!”
“더이상 죽을 수 없다. 상용직 숙련 노동인력 확대하라!”
“원청 한화오션은 즉각 단체교섭에 응하라!”
“노조법 2ㆍ3조 개정하라!”
“윤석열은 감옥으로, 김형수는 땅으로!”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