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교수 “개헌 찬반 여론조사 무의미…의원내각제 견딜 수 없을 것”
- “87년 헌법 노후화? 헌법소원 통한 기본권 구제만 봐도 세련된 것” - “흑백논리로 탄생한 의원내각제 제2공화국, 혼란의 1년만에 군부독재” - “정부의 국회 해산권과 국회의 정부 불신임권을 견딜 수 있겠는가?”
[로리더] 한국헌법학회에서 활동하는 이병규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법학박사)는 17일 “헌법재판소 제도만 보더라도 1987년 헌법은 굉장히 세련된 것”이라면서 “(1960년, 제2공화국이 1년 만에 물러나게 된) 그때의 정치 환경과 지금의 정치 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물었을 때 확실한 답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혜화동 경실련 회관에서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지방분권회의ㆍ한국정치학회ㆍ한국헌법학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여한 이병규 교수는 “87년도 헌법이 노후화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대표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지금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헌재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역사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정치ㆍ사회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잘 없다”고 주장했다.
이병규 교수는 “물론, 헌재가 어떤 판결은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하지만, 이 제도만 보더라도 87년 헌법을 굉장히 세련된 것이라고 보고 싶다”며 “예를 들어, 지금은 탄핵이나 정당해산 정도를 집중해서 보고 있지만, 사실 헌법소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구제를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규 교수는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유지해왔지만, 1960년 제2공화국 때 처음으로 순수한 의원내각제를 도입한 적이 있다”면서 “1년 만에 (박정희의) 군부독재로 넘어가게 되는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권력 구조에 관해서 ‘대통령제는 독재, 의원내각제는 자유’라는 흑백 논리가 지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병규 교수는 “그런데 그렇게 도입한 의원내각제가 1년 동안 혼란만 가져오다가 제2공화국이 물러나게 되는데, 그때의 정치 환경과 지금의 정치 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물었을 때 확실한 답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그래서 각종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국민 중 몇%가 개헌을 요구한다’는 얘기는 큰 의미가 없다. 개헌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는 조사다”고 지적했다.
이병규 교수는 “대통령제는 국회의원도 국민이 선출하고, 대통령도 국민이 선출하는 민주적 정당성이 이원화된 체제지만, 의원내각제는 국민이 국회를 선출하고, 국회가 다시 행정부를 형성해 민주적 정당성이 일원화된 체제”라며 “민주적 정당성이 일원화된 체제에서는 정부가 국회를 해산하고, 국회가 정부를 불신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나라가 그걸 견딜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병규 교수는 “대통령의 5년 단임제에 대한 논란도 많은데,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독재로 인해서 권력을 가져가면 딱 한 번만 하고 끝내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라며 “이 논의에 집중하지 않고 미국식으로 4년 중임제를 한다고 했을 때, 이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경준 변호사(경실련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했고,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병규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