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묵 교수 “개헌에 대통령 직무대행 권한과 책임 정비해야”
- “87년 헌법, 30년간 안정적으로 민주주의 발전…3명의 대통령 탄핵소추” - “개헌 찬반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변질되면 정치개혁 목적 상실 우려” - “직무대행 권한과 책임 정비, 지역정당 허용, 선거제도 비례성 강화 노력해야”
[로리더]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우리나라 헌법 중 이렇게 30년 이상을 안정적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체제가 있었느냐는 주장도 있다”면서도 “대통령 직선제라는 단일 목표에 매몰돼서 그때 놓친 것들과 대통령의 부재ㆍ유고 시 대행체제에서 직무대행의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한 부분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혜화동 경실련 회관에서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지방분권회의ㆍ한국정치학회ㆍ한국헌법학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여한 이재묵 교수는 “개헌 논의는 87년 헌법 도입 이래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국회에서도 헌법 개정과 관련된 여러 위원회들이 있었는데, 2008년 제18대 국회에서 김형오 의장 시절, 2014년 제19대 국회 때 강창희 의장 시절, 그리고 지금도 우원식 의장 체제에서도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묵 교수는 “제20대 국회에서도 이주영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과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1987년 헌법 체제로 일컬어지는 권력 구조 문제 때문인지, 정치 문화나 제도ㆍ사회적 요인이나 운영에 따른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합의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교수는 “1987년 개헌은 6월 항쟁 이후 10월에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12월에 국민투표를 통과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있긴 하지만, 반론으로 우리나라 헌법 중 이렇게 30년 이상을 안정적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체제가 있었느냐는 주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묵 교수는 “그런데도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불행한 역사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서 세 번의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됐고, 한 명(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불확실하지만, 파면이 유력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묵 교수는 “다만, 정치권이 이렇게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다 보니까 개헌에 대한 찬반을 각각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나뉘어 개헌 논의가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면 정작 우리가 하고자 했던 정치개혁의 목적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묵 교수는 “그래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권력 구조상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한 상대 진영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승자독식의 모습이 나타나다 보니 세력 간 갈등이 고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또, 지방과 수도권의 관계에서 볼 때, 사회 경제적이나 인구학적으로 중앙에 쏠리는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교수는 “1987년 헌법이 대통령 직선제라는 단일 목표에 매몰돼서 그때 놓친 것들과 대통령의 부재ㆍ유고 시 대행체제에서 직무대행의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한 부분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재묵 교수는 “개헌이 안 되더라도,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정당법 개정이나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를 통한 양당 중심의 구조를 넘어설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라도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간에 이런 싸움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경준 변호사(경실련 민주주의 정상화 추진단)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했고,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병규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