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불황 핑계로 강탈한 임금 돌려달라”…노동자 고공농성
- “누구는 삼권분립 무시하고도 풀려나는데, 누구는 헌법적 권리 요구하기 위해 하늘 높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비참” - “49일간의 단식으로도 모자라 고공농성까지 이르게 된 것은 한화오션의 책임회피 때문” - “원청의 사용자책임 인정은 ILO 협약 명시…당장 ‘노란봉투법’ 입법해야”
[로리더] 노동 단체들은 18일, 한화오션의 하청노동자와 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고공농성에 돌입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지회) 김형수 지회장과 연대하며 “49일간의 단식으로도 모자라 고공농성까지 이르게 된 것은 한화오션의 탐욕과 책임회피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법 2ㆍ3조 개정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화빌딩 앞에서 “진짜 사장 한화오션은 금속노조 거통고지회와 교섭에 나서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화빌딩 앞 CCTV탑 꼭대기에서는 3월 15일부터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이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신하나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지금 한화오션은 조선하청지회의 투쟁이 마치 돈 때문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조선하청지회의 사정을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사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지난 15일, 거통고지회가 김형수 지회장의 고공농성 돌입을 알리며 “상용직 고용확대의 핵심 요구는 상여금 인상이며 하청노동자도 2016년 이전까지는 연간 550%의 상여금을 받았지만, 조선업 불황기에 모두 삭감되어 제로(0)가 됐다”고 밝히자, 한화오션은 “①상여금은 삭감된 것이 아니라 기본급으로 전환했으며, 그 이유는 ②더욱 안정적인 임금 체계를 마련, 합리적인 임금격차 확보와 장기 근속 유도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2023년 한화오션이 들어오고 나서 하청노동자들에게 한화오션이 ‘올해 임금 인상은 상여금 50%와 상용직 고용을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하자’고 직접 제안했다”면서 “거통고지회는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겨우 1년도 안 됐으니 이번에는 평화적으로 교섭을 마무리하자고 합의했는데, 이게 무슨 사용자성 운운할 자세냐”면서 따졌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한화오션은 2023년부터 5년간 정규직 임금의 80%까지 맞춰주겠다고, 우리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저들이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사용자성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너무나 뻔뻔하고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또,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들에게 3년간 성과금의 100%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며 “거통고지회는 상여금 300%도 교섭을 평화적으로 타결하기 위해 포기했고,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50%에 플러스알파에서 조금이라도 진전된 안이 나오면 2024년 교섭을 타결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거통고지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상여금 550% 중 일부(150%)는 그냥 삭감되고, 일부(400%)는 기본급으로 전환하여 삭감됐다”면서 “즉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한 것 역시 내용적으로는 상여금 삭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상임활동가는 “누군가는 헌법의 삼권 분립을 무시하고, 군대를 동원해 국회와 시민들을 억압하고도 풀려났는데, 이렇게 헌법에 명시된 노동삼권과 단체 교섭에 응하라는 헌법적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저렇게 하늘 높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비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석열즉각퇴진ㆍ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공동의장으로서 10일째 단식 중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강인석 거통고지회 부지회장,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노동선교위원장인 김중연 전도사, 서울인권영화제 고운 활동가 등이 발언자로 참가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한성규ㆍ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장혜영 정의당 전 국회의원, 노조법 2ㆍ3조 개정운동본부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 인권운동공간 활 ‘랑희’ 상임활동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 삼성생명노동조합 강방식 GFC지부장을 비롯해 ‘아무 깃발’을 들고 ‘말벌 동지’들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김형수 지회장의 농성을 응원했다.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와 지금 당장 교섭하라!”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노조법을 개정하라!”
“하청노동자 체불임금, 한화오션이 해결하라!”
“노조 탄압 목적 470억원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라!”
“진짜 사장, 한화오션은 교섭에 나서라!”
“김형수는 땅으로, 윤석열은 감옥으로!”
“연대의 힘으로 한화자본 박살내자!”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진짜 사장 한화오션은 금속노조 거통고 조선하청 지회와 교섭에 나서라!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라는 2022년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절규를 기억한다. “불황을 핑계로 강탈해간 임금을 돌려달라”는데 정부는 공권력 투입 압박으로, 회사는 470억원의 손해배상으로 답했다. 2023년 임단협에서 상여금 50%를 회복했지만, 2024년의 임단협은 해를 넘겨 답보상태에 있다. 49일간의 단식으로도 모자라 고공농성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진짜 사장인 한화오션의 탐욕과 책임회피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상여금을 돌려주어야 할 책임은 진짜 사장인 한화오션에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는 한화오션이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빠르게 교섭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한화오션 사내하청 노동자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고용노동부도 잘 안다. 그런데 고용노 동부는 ‘노조법 개정은 대안이 아니며 상생협의체를 통해 조선하청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노동조건이 더 열악한 이주노동자, 물량팀 등 불안정한 노동자를 늘린 것 뿐이었다. 아직도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은 회복되지 않았고. 산재사망과 폐업, 임금체불이 계속되고 있다. 한화오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허울 좋은 상생협의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원청과의 직접교섭을 통해서 가능하다.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한화오션이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교섭에 나서도록 역할을 하라.
‘원청의 사용자책임 인정’은 한국정부도 비준한 ILO 87와 98호 협약에도 담겨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ㆍ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는 최근 노조법 2조ㆍ3조 개정이 시급한 사항이 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하청노동자의 파업권과 단체교섭권을 가로막는 법적ㆍ실질 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노사단체와 충분히 협의하도록 요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정부는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지금 당장 노조법 개정에 나서라.
30m 위의 저 철탑은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그곳에 올라야 했던 마음은 얼마나 절박했던 것인가. ‘빼앗긴 임금을 돌려달라’는 상식적인 요구를 위해 단식을 하고 농성을 하고 이제는 철탑까지 올라야 하는 이 구조는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노조법 2ㆍ3조 개정운동본부는 고공에 올라간 김형수 지회장의 절박한 마음을 잘 받아서, 진짜 사장 한화오션이 교섭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형수 지회장이 빨리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열심히 연대할 것이다. 그리고 3월 6일 재발의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반드시 관철시켜 하청노동자의 노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할 것이다.
2025년 3월 18일
노조법 2ㆍ3조 개정 운동본부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