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대해상, 미니 포크레인 작업하다 추락사 보험금 지급” 판결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유족에 추락사고 상해사망 보험금 등 1억 3000만원 지급하라”

2025-03-16     신종철 기자

[로리더] 조경업 대표가 미니 포크레인을 이용해 작업을 하다가 낭떠리지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보험사에 대해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이 사건은 망인이 추락한 것이 아니고, 미니 포크레인이 추락한 결과로 사망한 것이므로, 추락사고 특약에서 보장하는 사고가 아니어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현대해상은 “망인이 직업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망인에게 중과실이 없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보험계약 할 때 ‘직업’란 기재 등과 관련해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창원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6월 보험대리점을 운영하는 보험모집인을 통해 현대해상화재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조경업을 하던 A씨는 2022년 5월 농장에서 미니 포크레인을 이용해 플라스틱 파이프 묶음을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포크레인이 무게중심을 잃고 약 10m 높이의 낭떠러지 아래로 포크레인과 함께 떨어져 전복되는 사고로 사망했다.

이에 A씨 유족은 상해사망 보험금 3000만원과 추락사고 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을 청구했다.

그런데 현대해상화재보험은 2022년 8월 유족에게 “망인의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 사항이 확인돼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고, 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했다.

이에 A씨 유족은 보험전문 로펌 한앤율(한세영, 이성민 변호사)에 사건을 의뢰했다. 유족은 “현대해상은 망인의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들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주장하나,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고, 설령 인정되더라도 망인에게 중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유족은 “만약 보험계약이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됐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직업이 ‘건설 및 광업 관련 사무직 관리자’로 고지된 것은 보험모집인이 망인의 직업을 직접 판단해 전산상 분류를 위와 같이 나오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창원지방법원 제2-2민사부(재판장 박애경 부장판사)는 최근 A씨 유족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1억 3000만원)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망인은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중 추락사고로 인한 상해로 사망했으므로, 피고(현대해상)의 망인에 대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다”며 “따라서 현대해상화재보험은 보험금 1억 3000만원(상해사망 보험금 3000만원, 추락사고 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원고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이 사고는 망인이 추락한 것이 아니고, 미니 포크레인이 추락한 결과로 사망한 것이므로, 추락사고 특약에서 보장하는 사고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약관의 해석에 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대법원 판례), 약관 내용에 비춰 봐도 피고 주장과 같이 망인의 추락에 미니 포크레인의 추락이 개입된 경우를 추락사고에서 제외할 근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고는 특약에서 보장하는 추락사고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또 “망인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본인의 직업을 ‘건설 및 광업 관련 사무직 관리자(1급)’라고 고지했으나, 실제 직업은 조경기술사 내지 조경사라고 부실 고지했다”며 “따라서 망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직업ㆍ직무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현대해상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망인의 사망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거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망인이 생전에 농원 대표로 주로 혼자 운영하며 필요시 일용직 인부를 고용하는 형태로 조경업을 운영해 온 사실은 인정된다”며 “보험계약 체결 당시 현대해상에게 망인의 직업에 관한 사항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허위로 또는 부실하게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모집인에게 ‘조경 견적, 사업 지시 등’의 업무를 한다고 고지했고, 보험모집인은 보험계약 체결 전 자신의 주택 정원공사를 망인에게 맡겼는데, 망인이 인부들을 고용해 공사를 지시하고 현장을 떠난 적이 있다”며 “망인은 조경 공사 의뢰가 들어오면 견적을 내고, 필요에 따라 일용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사 관리를 주된 업무로 수행한 것으로 보여, 망인이 자신의 업무에 관해 부실고지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청약서 중 직업/상해급수로 ‘건설 및 광업 관련 사무직 관리자/1급’이 기재돼 있고, 계약 전 알릴 의무의 직업에 대한 답변란에 망인의 업종으로 ‘관리자 사무직’이 자필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직업 기재 경위를 보면, 망인이 보험모집인에게 ‘조경 견적, 사업 지시 등’의 업무를 한다고 말했고, 보험모집인이 기존에 망인에게 정원공사를 맡겼던 경험을 토대로 현대해상화재의 시스템에서 망인의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대분류로 ‘관리자’를 선택한 다음, 망인이 석재나 조경석을 취급하는 것을 고려해 중분류로 ‘건설 및 광업’을 선택함으로써, 청약서에 ‘건설 및 광업 관련 사무직 관리자’ 및 ‘관리자 사무직’이 현출되게 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은 모험모집인의 안내에 따라 ‘관리자 사무직’ 부분을 자필로 덧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직업의 기재 경우에다 망인이 당시 조경업체 대표로 ‘조경 견적, 사업 지시 등’의 업무를 수행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설령 현대해상화재 주장과 같이 기재된 직업과 망인의 직업이 다르게 평가된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청약서에 기재된 직업 부분을 허위라고 인식했다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더욱이 직업분류표라는 것은 개인이 하고 있는 일(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일의 형태에 따라 유형화(분류)한 것으로서, 실제 개인이 수행하고 있는 직무 범위가 분류에 명시된 내용과 정확히 일치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런 경우 일반인으로서는 어떠한 분류원칙에 따라 직업분류를 결정해야 할지 다소 불명확한 측면이 있으므로, 단순히 보험청약 서류에 기재된 망인의 직업이 ‘사무직 관리자’라는 것만으로는, 망인이 계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직무와 분류표상 ‘사무직 관리자’라는 직무가 객관적으로 불일치하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거나, 이를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망인이 고지의무가 있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런 점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했다는 현대해상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현대해상은 “미니 포크레인을 교통수단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 이 추락사고 특약 제4조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면책사유인 ‘교통수단에 탑승하지 않은 때, 운행 중인 교통수단과의 충돌, 접촉 또는 이들 교통수단의 충돌, 화재 또는 폭발 등의 교통사고로 인한 추락사고’에 해당해 면책된다”며 “따라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은 망인이 미니 포크레인을 이용해 작업을 하던 중 포크레인이 낭떠러지 아래로 전복되면서 발생한 사고로, 면책사유에서 규정하고 있는 운행 중인 교통수단과의 충돌 또는 교통수단의 상호 충돌과 같은 교통사고로 인한 추락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현대해상의 추장도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은 1심(통영지원)에서 원고들이 패소했으나, 이번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졌고, 현대해상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 판결은 3월 12일 확정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