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정의선 과도한 보수지급…보수위원장 신현정 사외이사 반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기아 정기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 발간

2025-03-10     신종철 기자

[로리더] 기아(KIA)가 주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상정한 것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과다 겸임, 회사 기회 유용 수혜자, 주주권익 침해 이사회 결의 찬성’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특히 기아가 이사 보수한도액을 전기(2024년) 80억원 보다 95억원이나 증액된 175억원으로 대폭 늘리는 안건에 대해서도 연구소는 반대했다. 지배주주 임원인 정의선 이사에게만 과도한 보상을 할 것으로 봐서다.

이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기아 보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현정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이사 보수한도를 175억원으로 책정해 정의선 이사에게 부적절한 보수지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해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 사진=현대차그룹 홈페이지

◆ 기아 정기 주주총회 3월 14일

기아는 오는 3월 14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엘타워 7층 그랜드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기아는 이날 안건으로 사내이사(송호성, 정의선, 김승준) 선임안, 사외이사(신현정) 선임안 등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또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도 상정한다.

이사회는 정의선 사내이사 후보 추천 이유에 대해 “정의선 후보자는 현대자동차의 회장으로서 회사(기아)와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며 “정의선 후보는 199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2002년 현대차 전무, 2003년 기아자동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 현대차 부회장, 2018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2020년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기아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기아를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정의선 후보는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재편에 선제적인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전동화, 수소, 로보틱스, UAM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와 비전을 보여주며 기아를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사회는 “EV3, EV6, EV9 등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이며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만족하는 친환경 톱티어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과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자율주행, 로보틱스 상용화 등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안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정의선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반대 권고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3월 7일 ‘기아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내고 정의선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과다 겸임, 회사기회유용 수혜자, 주주권임 침해 이사회 결의 찬성’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의선 후보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면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CGCG는 과도한 겸임으로 이사의 충실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이사 후보에 반대를 권고하며, 특히 상장회사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상장회사의 중요성과 대표이사의 책임을 고려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며 “정의선 후보는 기아 외에 상장회사 두 곳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겸임이 과도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정의선 후보는 2001년 현대글로비스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최대주주다. 물류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 기아 등 핵심계열사의 사업기회를 제공받아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정의선 후보는 이러한 회사 기회 유용의 최대 수혜자”라며 “최근에도 현대글로비스의 총매출액 중 현대자동차 및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매출 비중은 30% 이상, 기아에 대한 매출 비중이 20% 이상으로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고 짚었다.

연구소는 “정의선 후보는 2022년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일부 매각했으나, 여전히 19.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또한, 정의선 후보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서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이사회 결의에 참여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2022년 9월 현대자동차는 자기주식 221만 6,983주를 KT의 자기주식과 동일한 금액만큼 교환하고, 현대모비스는 자기주식 138만 3,893주를 KT의 자기주식과 교환해 상호주를 보유하게 됐다”며 “이러한 거래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1.47%, 현대자동차는 1.04%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판단된다면서 “이는 회사의 자산으로 지배주주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지배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의선 후보는 2022년 9월 7일 두 회사의 이사회에 참석해 자기주식 교환 결의에 찬성했을 뿐 아니라, 동 거래의 직접적인 수혜자”라며 “따라서 과다 겸임, 회사 기회 유용 수혜자, 주주권익 침해 이사회 결의 찬성 등을 이유로 정의선 후보에 반대를 권고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신현정 사외이사 재선임 반대 왜?

또한 기아 이사회는 신현정 사외이사 후보자 추천 이유에 대해 “기아 사외이사로 재선임 시 이사회 내 유일한 미래기술 전문가로서 당사의 이사회의 전문성 및 다양성 제고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신현정 후보는 평소 KAIST 내 인권윤리센터장 등 여러 보직 수행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투철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회사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에서 이사회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신현정 사외이사 후보는 이사회에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에서 “독립적인 지위에서 이사와 경영진의 직무가 적절하고 적법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공정하게 감독해, 이사와 경영진이 투명한 책임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리의식과 직업의식, 그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전체주주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균형 있게 대변하며 주주권익 보호 및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하겠다”며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등의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기아의 거버넌스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현정 후보는 특히 “지난 3년간 기아의 사외이사이자 이사회 및 위원회 구성원으로서 의사 결정의 투명성 및 전문성 제고에 기여했고, 특히 주주추천 사외이사로서 2024년 거버넌스 NDR에 직접 참여하는 등 이사회의 주주권익 보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기아 이사회와 위원회의 독립성, 투명성의 제고 및 주주권익 보호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신현정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지배주주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으로 기업가치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신현정 이사는 2022년 3월 기아 사외이사로 선임돼, 2024년 3월부터 보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수위원회는 이사회의 위임에 따라, 주주총회에 제출할 등기이사 보수 한도와 사내이사의 보수체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2024년 승인된 이사 보수한도는 80억원이고 이 중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55억원이며, 이사 수는 전기와 동일한 9명임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전기보다 95억원 증액된 175억원을 보수한도로 책정했다”며 “회사는 최근 10년간 이사보수한도를 100억원 이하로 유지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보수를 받지 않던 정의선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할 예정이며, 이로 인해 한도를 2배 이상 늘린 것”이라고 봤다.

연구소는 “그런데, 정의선 이사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두 회사의 다른 대표이사들보다 2배 이상 높은 보수를 받고 있다(2023년 현대자동차에서 82억원, 현대모비스에서 40억원 수령)”고 전했다.

연구소는 “기아 송호성 대표이사의 보수는 29억원(2024년) 수준이고,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계열사 간 겸직을 하는 전문경영인 임원들은 한 회사에서만 보수를 받으며, 주우정 이사 역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나 두 회사에서는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겸직임원으로서 보수를 받지 않던 정의선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부적절한 보수집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신현정 후보는 보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러한 의사결정에 책임이 있으며, 신현정 후보에 대해 부적절한 보수지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다”는 입장을 냈다.

기아(KIA), 주주총회 소집공고 자료

◆ 기아, 이사 보수한도액 175억…전년 80억에서 95억 증액
◆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정의선 지배주주에게만 과도한 보상 반대”

이와 함께 기아차 이사회는 9명(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2024년 이사 보수 최고한도액은 80억원이었는데, 실제로 이사들에게 지급된 보수총액은 55억원이다. 그런데 2025년에는 이사보수 최고한도액을 175억원을 크게 올려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대해 기아는 “이사 보수한도는 회사의 임원보수 지급기준을 기초로 경영성과 및 기여도, 직무, 직급, 기타 대내외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했다”며 “이사 보수 한도는 정의선 회장의 보수 신규 반영을 포함해 최근 4년간 역대 최대 실적 지속 경신 등을 고려해 전년 대비 95억원 증액한 175억으로 책정했으며, 보수위원회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심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기아는 “특히 정의선 회장의 경우 사내이사로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에 대한 기여,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보수 지급을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연구소는 “기아 회사는 전기보다 95억원 증액된 175억원을 보수한도로 상정했다. 겸직 임원으로서 여러 계열사에서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는 정의선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다른 임원들과 비교해 지배주주 임원에게만 과도한 보상을 하는 것으로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것이라 판단한다”며 “이사 보수한도 승인 의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