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산업재해 피해자 유족 “재해조사의견서 공개법 절실”
- 인우종합건설 산업재해 피해자 문유식 씨 유족 문혜연 씨 “도대체 왜, 어떻게,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셔야 했는지 가족으로서 알고 싶은 건 너무나 당연…재해조사의견서는 작성조차 안 돼”
[로리더] 2024년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도 없이 작업하다 추락해 사망한 고(故) 문유식 씨의 딸, 문혜연 씨는 6일 “도대체 왜, 어떻게, 아버지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로 떨어져 그렇게 비참하게 돌아가셔야 했는지 가족으로서 알고 싶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런데) 그토록 알고 싶었던 재해조사의견서는 아예 작성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후 국회의원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며 재해조사의견서 공개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우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국회노동포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재해조사의견서 공개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통과를 촉구했다.
재해조사의견서 공개법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재해조사의견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중대재해 발생 6개월 이내에 공개하되, 유가족의 요청이 있을 경우 3개월 이내에 교부하도록 한다. 이 법에는 중대재해로 기소된 이후에는 유가족에게 수사 결과를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인우종합건설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문유식 씨의 딸, 문혜연 씨는 “아버지는 2024년 1월,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해 돌아가셨다”면서 “의료 기록상 아버지의 사인은 ‘외상성 두부 손상’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고 문유식 씨는 2024년 1월 22일, 인우종합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마포구의 한 근린신축공사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현장 1층과 지하 사이 계단참에서 2m 높이의 이동식 비계 최상부 위에 올라가 작업 중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7일만인 1월 29일 사망했다.
유가족 측은 안전모가 지급되고, 안전난간용 비계를 설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며, 인우종합건설 측의 책임을 물었다. 사건 발생 1년 뒤인 2025년 1월 2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현장 소장에게 징역 1년(법정구속)과 인우종합건설 법인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문혜연 씨는 “도대체 왜, 어떻게, 아버지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로 떨어져 그렇게 비참하게 돌아가셔야 했는지 가족으로서 알고 싶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면서도 “그러나 고용노동부도 경찰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현장 조사를 하고도 ‘많이 다치실 만한 상황이었다’라는 말이 전부였다”고 비판했다.
문혜연 씨는 “관련 자료를 얻는 것도 정말 어려웠다”며 “수십 번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기관에 전화를 걸고 직접 찾아가 울며 읍소해야 했다”고 전했다.
문혜연 씨는 “아버지의 부검 결과도 1년이 지나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다”면서 “부검 후, 마치 봉제 인형처럼 꿰며 진 아버지의 몸의 피는 멎지 않았고, 사고 당시보다 더 처참한 모습만이 유족에게 남겨졌다”고 개탄했다.
문혜연 씨는 “그뿐만 아니라 그토록 알고 싶었던 재해조사의견서는 아예 작성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후 국회의원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며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알 권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혜연 씨는 “그 차가운 현실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더해 2차, 3차 상처가 됐다”며 “그래서 오늘 재해조사의견서 공개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말한다”고 호소했다.
문혜연 씨는 “앞으로 또 누군가 일터에서 가족을 잃었을 때, 그 유족들만큼은 우리처럼 가슴 아픈 경험을 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며 “법 위에 사람이 있다.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을 헤아려주는 조금 더 성숙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용우 국회의원은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재해조사의견서는 공공의 자료이자 자산이므로 전체적으로 공개돼 치밀한 분석을 통해 재해의 재발을 방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한, 한 측면에서는 재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충분한 알 권리가 보장돼 권리 구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재해조사의견서는 현재 유가족이나 산업재해 전문가, 노동조합 등이 볼 수 없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2022년 재해조사의견서의 공개를 약속했다가 두 달 만에 ‘공정한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뒤로 물러섰다고 전했다.
반면, 2023년 법원은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과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제기된 수사결과보고서 공개 소송에서 ‘통상적으로 알려진 수사의 방법이나 절차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정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재해조사의견서를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이 4건(임이자 국민의힘 국회의원, 송옥주ㆍ박해철ㆍ박홍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돼 있다. 각 개정안은 공개의 목적과 내용, 시점 등에 차이가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우종합건설 고(故) 문유식 씨의 유가족 문혜연 씨,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류현철 재단법인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등이 발언자로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