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주는 설 차례비 30년 동결…재계 7위 한화그룹 변해야”
- 이성종 한화시스템노조 위원장 “한화그룹, 명절에도 직원 사실상 ‘빈손’으로 돌려보내” - “한화그룹 일부 계열사, 연봉에서 분할한 명절 상여금만 지급” - 한화노협 “방산업체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금지 법률 악용해 노조 탄압”
[로리더] 이성종 한화시스템노동조합 위원장은 26일,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의장 김명기)의 임금ㆍ단체교섭(임단협)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화그룹에는 명절 상여금이 없다”면서 “그나마 김승연 회장이 설에만 30만원의 차례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는 30년 전부터 유지된 금액으로, 지금의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상을 요구했다.
한화노협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임금피크제 폐지 및 65세 정년 연장 ▲장기근속 40(35)년 신설 ▲복리후생 제도 상향(창립기념일 대체휴가, 명철 차례비 50만원 신설) 등 공동 요구안을 제시하는 한편,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고소ㆍ고발의 즉각 취하와 노동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한화노협)은 한화생명,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생명손해보험, 한화갤러리아,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엔진, 한화시스템, 한화63시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등 한화그룹 계열사 및 사업장 노동조합의 협의체다.
한화노협 측은 “한화그룹은 금융 서비스 중심에서 최근 인수ㆍ합병을 통해 방위산업, 해운, 조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재계 서열 7위로 성장했지만, 그에 반해 노동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특히 노동조합을 대등한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노사 문제의 책임을 계열사에 떠넘기며 노동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기자회견 개최 의의를 설명했다.
한화그룹 노동자들의 정당한 명절 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자리에 선 이성종 한화시스템노조 위원장은 “한화그룹에는 명절 상여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종 위원장은 “2015년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일부 계열사에는 명절 귀성 여비라는 항목이 있지만, 이는 연봉에 포함된 금액이며,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으로 인정됐기에 회사가 주장하는 명절 상여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성종 위원장은 “한화그룹에는 일부 계열사가 지급하는, 본인의 연봉에서 분할한 명절 상여금 외에 순수한 의미의 ‘명절 보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나마 김승연 회장이 설 명절에만 30만원의 차례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는 30년 전부터 유지된 금액으로 지금의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성종 위원장은 “2024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차례 비용은 21만원을 넘는 수준으로, 30년 전에는 30만원이 큰 금액이었을지 모르지만, 2025년의 30만원은 명절을 보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데다 설에만 지급되고 추석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다”고 밝혔다.
이성종 위원장은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의 계열사 4곳을 인수하고, 2023년에는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하며 재계 서열 7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특히 방산 계열사들은 ‘K-방산’을 선도하며 국내외에서 큰 성과를 거뒀고, 한화오션 또한 인수 후 흑자로 전환하며 올해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성종 한화시스템노조 위원장은 “이 모든 성과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헌신한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한화그룹은 이 성과를 직원들과 제대로 나누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성종 위원장은 “재계 7위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의 복리후생이 부족한 상황이고, 명절에도 직원들을 사실상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우리는 한화그룹에 촉구한다”고 다음과 같은 요구를 내세웠다.
첫째, 설에 지급하는 차례비를 50만 원으로 인상하기를 촉구한다.
둘째, 설과 더불어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에도 동일한 금액의 차례비를 지급하기를 촉구한다.
셋째, 그룹 차원의 명확한 복리후생 정책을 수립하며 이를 한화그룹 노동조합과 협의하기를 촉구한다.
이성종 한화시스템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사측이 생각해 주는 만큼 생산성으로 보답할 것”이라며 “이제는 그룹이 각 계열사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종 위원장은 “이제 한화그룹이 변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더 자부심을 품고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한화노협은 “방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삼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사 간 교섭 시 공정한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히, 방산업체 사업장에서는 방위산업체의 쟁의행위 금지 법률을 악용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동자 간의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행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41조(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 ②에 따르면, 방위사업법에 의해 지정된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실제로 한화시스템은 방위산업체로, 금속노련과 한화시스템노조는 사측이 노동조합도, 노사협의회도 아닌 ‘근로자위원회’라는 ‘임의단체’를 이용해서 노조를 교섭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근로자위원회’는 2015년 삼성그룹의 4개사(당시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가 한화로 매각되던 시점에 한화시스템의 전신인 삼성탈레스의 비상대책위원회로, 나머지 3개사의 비대위는 노조로 전환됐으나 삼성탈레스 비대위는 노조로 전환하지 못했다.
이후 한화시스템노조는 2021년에 설립되면서 사측에 ‘임의단체(근로자위원회)와 교섭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한화시스템은 노조가 과반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자위원회와 교섭하겠다는 주장을 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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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특히 2024년 10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의해 지적되기도 했다. 박해철 국회의원은 근로자위원회를 ‘친목단체’로 규정하며 “신종 노조파괴”라고 비판했는데. 양승철 성남고용노동지청장도 “한화시스템에서 처음 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화시스템 측은 2024년 8월 1일,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한화시스템노조가 제기한 근로자위원회의 교섭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화시스템과 근로자위원회 두 조직 모두 적법하게 설립돼 직원들의 근로조건 및 복지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라는 입장이다.
한화시스템은 “법원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으며, 그와 같은 회사의 행위가 언제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판단한 바 있다”며 “또한 사용자가 노조가 아닌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할 필요성도 있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한화노협의 공동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임금피크제 폐지하고 정년연장 보장하라!”
“장기근속 보장하고 복리후생 강호하라!”
“노동탄압 중단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라!”
“노조 활동 보장하고 노동존중 실현하라!”
기자회견이 끝난 후, 김명기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이 대표로 한화빌딩 정문 앞에서 사측에 한화노협의 공동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