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않은 최상목 권한대행 국회 권한 침해”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음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가 선출한 사람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게 부여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2025-02-27     신종철 기자

[로리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헌법재판소 결론 내렸다.

헌법재판소(헌재)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은 2024년 10우러 17일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마은혁과 정계선을, 국민의힘은 조한창을 추천하는 공문을 2024년 12월 9일 국회의장에게 송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당일 헌법재판소 재판관(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선출안을 국회에 제안했다. 이후 인사청문회 진행됐고, 2024년 1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선출안이 가결됐다.

그런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025년 1월 1일자로 정계선, 조한창을 재판관으로 임명했으나, 마은혁은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025년 1월 3일 “본회의의 의결을 통해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선출했음에도 피청구인(최상목)이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행위는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권 및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청구인의 헌법상 재판관 선출권 등을 침해했음을 확인하는 한편 피청구인에게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즉시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 헌법재판소 판단은 재판관 8명 전원일치

헌법재판소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청구인(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된 청구인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헌법 제111조 제2항 및 3항의 문언 및 입헌취지에 비춰보면, 청구인이 가지는 재판관 3인의 선출권은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한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으로, 대통령은 청구인이 선출한 사람에 대해 재판관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다만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재판관으로 선출되었거나,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을 위반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임명을 보류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따라서 대통령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그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한 그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할 헌법상 의무를 부담한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역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헌법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관 3인이 2024년 10월 17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청구인이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의 재판관은 공석 상태에 있었는데, 청구인은 2024년 12월 26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들의 후임자로 3인을 선출했다.

그리고 피청구인(최상목)은 2024년 12월 27일 당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아 권한 행사가 정지됨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헌재는 “따라서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 2024년 12월 27일부터는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교섭단체는 협의에 따라 2024년 12월 9일 국회의장에게 재판관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은 2인을, 국민의힘은 1인을 추천하는 내용의 공문을 송부했고, 이에 따라 국회의장이 재판관 선출안을 제출해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며,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사청문절차 및 본회의 의결 절차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의 협의 없이 재판관 선출안을 청구인에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에 관한 절차가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절차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동일한 방식으로 추천 및 선출절차가 진행돼 같은 날 본회의에서 재판관으로 선출된 3인을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에 비추어보면, 청구인이 선출한 3인 중 피청구인(최상목)이 임명한 재판관 2인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나머지 1인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고,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최상목)은 위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할 헌법상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피청구인 장관은 3인 중 2인만을 2025년 1월 1일자로 재판관으로 임명한 후 현재까지도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구체적인 작위의무의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청구인에게 부여한 선출권은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이고, 대통령은 국회가 선출한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이 완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음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청구인이 선출한 사람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청구인에게 부여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임명부작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된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이 사건 결정은 국회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권,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헌법적 의미를 밝힌 첫 결정이다.

헌재는 “이 사건 결정은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은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이고, 대통령은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의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고, 다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재판관으로 선출되거나 그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임명을 보류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며,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그의 권한인 동시에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구성돼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장관에게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 때부터 국회가 선출한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이 사건은 임명부작위라는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이라며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