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산업재해 피해자 “2세 산재 문턱 높아…힘없는 엄마 운다”
- “근로자 본인의 산재는 상당수 인정되지만, 2세 산재는 문턱이 너무나 높아” - “근무했던 열악한 환경은 오로지 개인적인 불행인가?” - “산업재해 과정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는 상황”
[로리더] 삼성전자 LED 라인에서 근무했고, 산업재해로 인해 자녀의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피해자는 “2세 산업재해의 경우 문턱이 너무나 높은 것 같다”며 “법이 당장은 우리의 앞을 가로막더라도 계속 두들기고 목소리 내고 힘을 합치면 언젠가는 우리의 아픔을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과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ㆍ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월 20일 국회 앞에서 “자녀산재법 개정 촉구 및 산재 심사ㆍ재심사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반올림과 공동행동 등 주최 측은 “자녀산재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 싸워온 제주의료원 간호사들과 반도체 노동자들의 아픔과 노고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법은 이 법 시행일(2023년 1월 12일) 이후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한다고 해 근본적으로 과거 피해자를 배제하는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최 측은 “또, (산재 신청 당사자로) 임신 중의 노동자, 즉 여성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남성 노동자’의 직업환경 영향으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문제는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받고도 산재보험의 적용에서 배제됐다”고 꼬집었다.
산업재해 피해당사자인 C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슬아 노무사가 C씨의 발언문을 대독했다. C 씨는 “처음 산재 진행을 결심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고 생각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지치지 말고 끝가지 가보자고 마음을 먹었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문제는 시간 뿐만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C 씨는 “근로자 본인에 대한 산재는 그래도 상당수가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재의 문을 두들겨 온 결과일 것이다. 반면 2세 산재의 경우 실제 피해자는 많지만 지금까지 산재신청한 피해자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C 씨는 “그래서인지 산재 문턱이 너무나 높은 것 같다. 저의 산재신청은 산재다, 아니다, 어떤 확인도 없이 끝났다”면서 “아무런 단계 없이 시작 단계에서 막혀버렸다. 과거 피해자들이 훨씬 많은 현실을 법이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 피해자들은 산재를 신청하자마자 좌절부터 느끼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C 씨는 “과거 제가 근무했던 반도체, LED라인의 열악한 환경은 오로지 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개인적인 불행인 것이냐”면서 “근무했던 열악한 환경에 의한 피해가 2세까지 이어진 불행에 대해 인정받고 회사의 잘못에 대해 사과받고자 하는 기대가 욕심이고 잘못된 행동이냐”고 되물었다.
C 씨는 “2세에 미친 피해에 대해서도 산재신청이 가능하게 됐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무엇을 잘못한 것이냐”며 “산재 과정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는 현재 상황에 너무나 화가 난다”고 털어 놓았다.
C 씨는 “너무 못난 엄마여서 창피하고, 너무 부족한 엄마여서 미안하고, 너무 힘없는 엄마여서 운다”며 “문제에 대해 인정받고 사과받는 당연한 일들이 이처럼 험난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C 씨는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이 당장은 우리의 앞을 가로막더라도 계속 두들기고 목소리 내고 힘을 합치면 언젠가는 우리의 아픔을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러니 다시 힘을 내겠다. 다시 한번 용기 내어 우리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또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C 씨는 “부끄러운 점이 없으니 당당하게 법도 바꿔내고 산재도 인정받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전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천지선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승규 노무사(반올림),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공동행동 건강권팀장), 강미희 한국노총 금속노련 여성국장, 우하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대의원, 정향숙 씨(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등과 산업재해 피해 당사자 3인(유OO 씨, 정OO 씨, OOO 씨/이슬아 노무사 대독)가 발언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제창했다.
“과거 피해자 배제하는 태아산재법 개정하라!”
“노동자 건강 파괴하는 반도체 특별법 반대한다!”
“반도체 노동자 자녀 건강권 외면하는 국회를 규탄한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