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범 몰렸던 운전자, 법률구조공단 도움으로 무죄 판결
도주치상 혐의 무죄 판결
[로리더] 억울하게 뺑소니범으로 몰렸던 운전자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혐의를 벗었다.
승용차 사이드미러와 행인이 부딪힌 사고였는데, 운전자가 도주 의사가 없었음이 확인되고,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했다.
18일 대한법률구조공단과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대구에 거주하는 A씨는 2023년 8월 승용차를 운전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3층에서 2층으로 나오던 중, 출구 근처를 지나던 B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좌측 사이드미러로 B씨의 좌측 팔목을 충격했다.
B씨는 사고 이틀 후 ‘A씨가 구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괜찮으냐’고 물었는데, 피해자는 제가 ‘운전을 위험하게 했다’는 취지로 화를 내다가 가 버렸기에, 미처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 것이지, 도주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결과, A씨는 B씨로부터 아프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음이 밝혀져 도주치상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다.
그런데 B씨가 이의신청을 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나오자,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도주의 고의가 전혀 없음에도 뺑소니범으로 몰려 억울하다”며 호소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에게 전치 2주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 염좌 등의 상해를 입게 하고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며 기소했다.
법률구조공단은 A씨를 대리해 정식재판청구 사건을 수임했다. 공단은 A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결과, 사건 당시의 CCTV 영상 등을 기초로 도주의 의사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정승호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했다.
법원은 법률구조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도주치상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업무상과실치상에 대해서는 “A씨의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정승호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도주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승호 판사는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사고 직후의 이동 동선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사고 충격 직후 화를 내다가 갈 길을 간 것으로 충분히 오인할 수 있다”고 봤다.
정승호 판사는 특히 “당시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등 운전 사실 자체를 은폐해야 할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점 등에서도 피고인이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주했어야 할 뚜렷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승호 판사는 “그렇다면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하나, 공소사실에 포함된 치상에 관해 공소를 기각하는 이상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 홍문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억울하게 뺑소니범으로 몰린 의뢰인의 결백을 밝힐 수 있어 뜻 깊었다”며 “앞으로도 법률구조서비스를 통해 정당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