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 공개, 국민 알권리…국정운영 투명성”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와 참여연대가 승소 판결 이끌어
[로리더] 대법원이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가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내고,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최용문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합작한 정보공개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대통령실은 지금 당장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더 이상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먼저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는 2022년 8월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대통령비서실의 직원 명단’,(제1정보) ‘대통령비서실의 세부 조직도(기구표)’(2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의 명단(성명, 소속 부서, 직위, 직급, 소관 세부 업무)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2022년 8월 26일 “제1, 2정보는 인사관리,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홍주환 기자가 2022년 10월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최용문 변호사가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다.
◆ 1심 서울행정법원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판결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5부(김수열 재판장, 김웅수ㆍ손지연 판사)는 2023년 8월 17일 “대통령비서실장이 원고에게 한 ‘직원들의 소관 세부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통령비서실장은 “각 정보가 공개될 경우 대통령비서실 소속 직원의 임면에 관한 사후적 통제절차가 마련됨으로써 인사권자의 재량을 제한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기관으로서(정부조직법), 시민사회, 경제, 산업, 교육, 과학기술, 문화체육, 국방, 법무 등 국정 전반에서 고도의 정책결정 업무를 담당하며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직접적으로 보조하고 있고, 그 직원도 정무직 12명과 일반직 또는 별정직 합계 431명으로 비교적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대통령비서실 직제)”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비서실은 이미 대외적으로 비서관 이상의 직원들에 대한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 위 직원들 외에 다른 직원들도 직무의 내용이나 영향력에 비추어 비서관 이상의 직원들에 못지 않은 자질과 능력, 책임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누구인지는 어느 공무원보다 더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공적 관심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에 크게 기여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면에 각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당 직원의 임면 과정이나 경로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므로, 공개로 인해 직원의 임면 등에 관한 인사권자의 재량행사가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은 지극히 막연하고 추상적인 우려에 해당하거나, 위와 같이 달성될 공익에 비추어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통령비서실은 “각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 기밀을 다루거나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직원들이 로비 및 위협, 악성 민원 등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가능성은 적정한 인사 또는 감찰 등 부당한 영향력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의 마련과 직원 개인의 준법의지와 양심에 맡길 문제이지, 직원 명단을 아예 비공개함으로써 대응할 문제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어 “더욱이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상당수의 정부조직 뿐만 아니라 감사원, 국세청 등 이른바 사정기관도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홈페이지에서 소속 직원의 성명, 소속, 직위, 직급 등을 공개하고 있는데, 위 기관 소속 직원과 대통령비서실 소속 직원을 다르게
취급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 재판부 “대통령비서실 직원 공개는 국민에 의한 감시와 통제 가능하게 해 공익 이바지”
대통령비서실이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단서 (라)목은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ᆞ직위를 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의 직무가 공적 영역에 속하므로 공직을 수행할 때 공무원의 신분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며 “따라서 개인의 사적인 행위나 인격적인 사항과 결합되지 않은 것으로서, 단지 소속 공무원의 성명만을 공개하는 것은 해당 공무원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면에 대통령비서실 소속 직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그 인적 구성의 적정성, 객관성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에 의한 기본적인 감시와 통제를 가능하게 하여 공익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비서실 직원의 성명을 공개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므로, 이 부분 정보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 거부한) 처분사유 역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기록물법 제16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비공개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었고,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가지정 및 지정될 예정이므로 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이 재판에서 새롭게 이 부분 처분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아울러 “이 사건 각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비공개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됐다거나,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됐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도 없다”고 하면서다.
◆ 항소심(서울고법) “대통령비서실장의 비공개결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그러자 대통령비서실이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9-2부(김승주 재판장, 조찬영, 김무신 부장판사)도 9월 26일 ‘직원들의 소관 세부업무’를 뺀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 대한 대통령비서실의 항소를 기각해, 뉴스타파 홍주환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된 공무원들 명단만을 제외한 후 공개하면 충분함에도, 이와 무관한 공무원들 전체 명단마저 포괄적으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이상의 직원들 외에 다른 직원들 역시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으로 임명됨에 따라 자신의 신원이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 감수했을 것”이라며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각 정보를 공개해 보호할 수 있는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의 공익이 각 정보의 공개로 위 직원들이 입게 될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각 정보에 대한 비공개결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 대법원, 대통령 비서실장 상고 기각하며 정보공개 판결
사건은 대통령 비서실장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2월 13일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최종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살펴봤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며 상고 기각했다.
◆ 참여연대 “대통령비서실은 당장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공개해야”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대통령비서실은 지금 당장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대통령비서실은 참여연대가 2023년 5월 제기한 대통령비서실 감찰규정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도 재판 결과에 거듭 불복하다가 결국 최종 패소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이번 대통령실 직원명단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도 동일한 행태를 보였으며, 참여연대가 제기한 대통령실 운영규정에 관한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에 대해서도 2024년 12월 9일 상고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가장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할 대통령실이,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는커녕 권력의 감시와 견제라는 헌법과 정보공개법의 원칙을 앞장서 무시하고 법무법인에 소송 대리를 맡겨 예산을 낭비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대통령실은 지금 당장 대통령실 직원명단을 공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더 이상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