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턴 중 신호위반 과속 오토바이와 충돌…배심원 무죄 평결

대구지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 무죄

2025-01-17     신종철 기자

[로리더] 유턴 중 신호를 위반해 과속으로 직진해 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해 전치 14주의 부상이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검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법원은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교통사고는 피해자 오토바이의 신호위반, 제한속도 초과 운행, 전방주시의무 위반, 지정차로 미준수 등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판단해서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50대 여성)는 2024년 3월 10일 오후 6시 47분경 차량을 운전해 경주시 백률로 도로에서 유턴하다가, 마침 경주교 방면에서 황성공원 방면으로 직진하던 B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B씨는 전치 14주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이 교통사고는 오토바이가 적색 정지신호를 위반해 교차로를 통과한 후 제한속도를 초과해 주행하던 중 전방주시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해 정상적으로 유턴을 하던 피고인 차량의 측면 부위를 충격한 것”이라며 “비정상적이거나 이례적인 교통 상황까지 예견해 안전운전을 할 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A씨는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진행됐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길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4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배심원 평결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차로에서 유턴하기 위해 차량을 1차로 상시유턴구역에 정차한 후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대기했고, 평소 운전습관에 따라 전방의 신호기가 좌회전 신호로 바뀌는 것을 기다려 유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 차량은 전방 교통신호가 좌회전 신호로 변경되고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유턴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이 급하게 유턴을 시도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등 위험한 방법으로 운전을 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의 차량 운행방식이나 유턴 진행속도 등에 비추어 보면 교통사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어운전의 형태로 보이며, 피고인에게 사고의 원인이 될 만한 도로교통법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는 전방의 교통신호가 적색 정지신호임에도 이를 위반해 정지선 및 교차로를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차량의 맞은편 반대차선 노면에 표시된 제한속도(50km/h)를 초과해 평균주행속도 61~63km/h의 빠른 속도로 진행했는데, 60km/h로 진행할 경우 1초당 이동거리가 약 17m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 오토바이가 교통신호를 위반해 정지선 및 교차로를 통과해 교통사고 발생 지점에 도달하기까지는 불과 몇 초가 걸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상시유턴구역에서는 반대 방면에서 마주 진행해 오는 다른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전방 신호기의 신호와 관계없이 언제나 유턴이 가능함에도 피고인은 전방 교통신호가 좌회전 신호로 바뀌는 것을 확인한 다음 유턴을 시작했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동은 맞은편 반대차선의 교통신호가 정지신호일 경우를 이용해 보다 안전하게 유턴을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지정차로를 준수하지 않고 2차로를 따라 진행했고, 당시 피고인 차량 전방에 좌회전을 위해 정차 중인 차량이 1대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유턴을 진행하면서 반대차선 2차로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피해자의 오토바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반대차로의 차량 통행을 확인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유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량을 발견해 제동을 시도할 무렵에 피고인 역시 피해자 오토바이를 발견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시 피해자 오토바이의 진행방향 및 속도와 피고인 차량이 반대차로의 직각 방향으로 2차로에 걸쳐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오토바이와의 충돌을 방지하거나 회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고속도로 외의 도로에서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오른쪽 차로로 통행해야 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는 3차로 또는 4차로로 통행했어야 하고, 최소한 2차로로 통행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 피해자 오토바이는 2차로를 따라 진행하여 지정차로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교통사고는 피해자의 신호위반, 제한속도를 초과한 운행, 전방주시의무 위반, 지정차로 미준수 등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피고인에게 맞은편 반대 차선에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통과한 차량이 접근하는 등 타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까지 예상해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판정했다.

한편, 재판부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고려하면, 비록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에 법원이 법률적으로 기속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배심원 전원이 피고인에 대해 무죄 의견을 밝혔고,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배심원들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