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창 헌법재판관 “대한민국 헌법, 권력의 자의적 지배 배격” 취임

-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와 헌법적 가치에 따르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마음이 무겁고 두렵기까지 하다” - “국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판결을 통해 나라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2025-01-05     신종철 기자

[로리더] 조한창 헌법재판관은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와 헌법적 가치에 따르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마음이 무겁고 두렵기까지 하다”면서 “대한민국의 헌법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 역시 기본적으로는 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한창 헌법재판관 취임식 / 사진=헌법재판소 블로그

조한창 재판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대 헌법재판관이었던 알비 삭스의 ‘블루 드레스’라는 책 중에서 “국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판결을 통해 나라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라는 문구를 마음에 새겼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일 대강당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 등 헌법재판소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한창ㆍ정계선 헌법재판관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조한창 헌법재판관은 취임사에서 “국가적으로 엄중하고 비통한 시기”라고 말문을 열면서 “오늘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그보다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와 헌법적 가치에 따르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마음이 무겁고 두렵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조한창 재판관은 “인간으로서의 천부적 권리를 확인하고 이를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에서 ‘헌법’이 탄생하고 발전해 왔기 때문에, 저는 대한민국의 헌법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 역시 기본적으로는 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한창 재판관은 “우리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된 이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실질적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통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 왔다”며 “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국민들로부터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관으로 우뚝 섰다”고 짚었다.

그는 “사회가 고도로 분화되고 발전하면서 다양한 가치관의 충돌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 역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즉, 지역ㆍ성별ㆍ세대 간 갈등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치적ㆍ이념적 대립,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되는 일들이 빈번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창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소 역시 새로운 유형의 복잡한 사건들로 인한 심리지연이나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되어야 할 다수의 문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기관들의 합의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채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 등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조한창 헌법재판관 취임식 / 사진=헌법재판소 블로그

조한창 재판관은 “저는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헌법재판관이 되면 제일 먼저 헌법재판소 경내의 백송 앞에서 재판관으로서 ‘정의’와 ‘공정’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을 하겠다고 했다”며 “이에 더해 저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헌법재판소가 해야 할 일이고 헌법재판관의 소명과 책무라는 각오로 앞으로 6년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한창 헌법재판관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통한 기본권 보장이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겠다”며 “배려와 공감을 기본으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조한창 재판관은 “저의 생각에만 매몰되지 않고, 설득과 포용의 자세로 선배ㆍ동료 재판관님들과 많은 대화를 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편향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조한창 재판관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자리가 얼마나 영광스럽고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 잘 알고 있다”며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많이 배우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한창 헌법재판관은 “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대 헌법재판관이었던 알비 삭스의 ‘블루 드레스’라는 책 중에서 ‘국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판결을 통해 나라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판결에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제 각오를 더 굳게 다진다”며 취임사를 마쳤다.

한편, 조한창ㆍ정계선ㆍ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2024년 12월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한창ㆍ정계선 헌법재판관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이유로 임명을 보류해 헌법재판소 9인 체재를 완성하지 못했다.

<조한창 헌법재판관 주요 약력>

조한창 헌법재판관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8기 수료했다. 1992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서울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평택지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