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 공범의 진술, 본범 부동의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2024-12-30     임지은 기자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 A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하였다는 공범 B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 A의 변호인이 증거로 사용함에 부동의한 이상 이를 피고인 A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하여, 피고인 A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피고인 A는 2022. 12. 14.경 공범 B에게 필로폰을 매도하였다고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죄로 기소되었으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 A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된 B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 A의 변호인이 내용 부인한 이상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 해당 부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필로폰을 매수하였다는 B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 진술에 규정)에 따라 증거 능력을 판단하여야 하고, B가 법정에서 형식적·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피고인 A의 변호인에 의하여 B에 대한 반대신문이 이루어졌으므로 B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A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며 피고인 A에 대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3항에서 규정한 피의자신문조서란 공범 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된 것을 포함하고, 공범에는 형법 총칙의 공범 이외에도 필요적 공범 내지 대향범도 포함되므로, 공범에 대한 검사 및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으나, 원심은 피고인 A의 변호인이 공범 B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내용 부인 취지로 부동의하였음에도 이를 증거로 하여 유죄를 선고하는 등 법리에 대한 오해가 있다’라고 판단하였다.

마약 전담 검사 출신 법무법인 프로스 박원영 변호사는 “은밀히 행해지는 필로폰 등 마약 사건의 특성상 공범들의 진술이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되는데, 실무상 판매자 또는 구매자의 상호간의 진술이 다른 경우가 많아 재판 과정에서 해당 공범들에 대해 수사 기관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문제되었으나, 해당 대법원 판결은 공범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명확히 하였다”라고 평했다.

“마약류 사건에서 변호인의 부동의로 인하여 공범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것이므로, 공범의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 방식이 아닌 객관적 증거 수집에 기초한 방식으로 수사 방식이 변화되어야 할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