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김정범 변호사 “대법원,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고정성 폐기”

-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24-12-22     로리더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대법원, 통상임금의 개념요소인 고정성 폐기(대법원 2024년 12월 19일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2020다247190 사건 : 재직조건 사건

피고 소속 근로자로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원고들은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재직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 대법원 2013년 12월 18일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성과급 최소지급분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면서 법정 통상임금을 기초로 재산정한 시간 외 근무수당 차액을 청구하였다.

​2023다302838 사건 : 근무일수 조건 사건

피고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은 기준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경우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상임금에 넣어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 등 차액을 청구하였다. 기준기간은 상여금의 지급주기에 따라 2개월, 약 6개월, 약 1년으로 나뉜다.

​2020다247190 사건의 경우 제1심은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부정하고(고정성 없음), 성과급 최소 지급분 통상임금성 긍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인 원심은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긍정하고, 성과급 최소 지급분 통상임금성을 긍정해 원고들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재직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정기상여금에 고정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2023다302838 사건의 경우 원심은 근무일수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면서 원고들의 패소를 선고하였다. 기준기간 중 15일 이상 근무하여야 한다는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되어 그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설)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시간급ㆍ일급ㆍ주급ㆍ월급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종전의 2012다89399 판결에 따른 해석임). 즉, 1 근로시간 또는 1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노사계약에 명시한 통상적인 임금액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해고예고수당, 시간 외ㆍ야간ㆍ휴일근로 시의 가산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퇴직금의 산출기초가 된다.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의 경우 1988년 예규로 정한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법원이 차츰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 오고 있다. 통상임금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노사계약에 명시된 근로에 대한 대가로 받는 돈이고, ②정기적 지급(정기적), ③모든 근로자에게 일률 지급(일률성), ④사전에 확정한 금액(고정성)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기본급뿐만 아니라 직책수당ㆍ기술수당ㆍ위험수당ㆍ근속수당ㆍ물가수당 등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통상임금에 산입된다.

그러나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에 대한 임금, 출근자 또는 일정한 근무성적을 올린 자에게만 지급되는 성과급 등 실제 근로에 따라 변동되는 임금은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이 아니므로 제외된다.

한편,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조건으로 ‘정기성ㆍ일률성ㆍ고정성’을 제시하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등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 인정하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정기 지급이 확정되어 있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하고, 특정 시점에 재직해야 받을 수 있는 휴가비ㆍ선물비 등 각종 복리후생비 등과 같이 정기적이지 않거나 근로의 대가가 아닌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 조건(정기성ㆍ일률성·고정성)을 만족하더라도 근로자가 소급 청구하는 수당이나 퇴직금 액수가 지나치게 커 회사에 경영난을 초래할 정도라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를 뒀다.

​먼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종전 판례)를 살펴보자.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의 의미도 구체적으로 판시하였다.

재직조건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근무실적 평가를 토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정해지는 임금은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하였다(근무실적에 연동하는 임금은 ‘일반적으로’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함). 임의의 근로제공 시점에 지급조건의 성취 여부(퇴직 여부, 근무일수의 충족 여부, 근무실적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 사례에 대한 상고심의 쟁점은 고정성을 기준으로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여부로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 개념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였다(대법원 2024년 12월 19일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자 강행적 개념이므로 법령의 정의에 충실하면서도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석해야 한다면서 ① 법령 부합성, ② 강행성을 제시하였다. 그 이유로, ‘고정성’은 통상임금에 관한 정의규정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을 비롯한 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서 통상임금에 대하여,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법령상 근거 없이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사전 확정’을 의미하는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요구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키는 것이고, 당사자가 재직조건 등과 같은 지급조건을 부가하여 쉽게 그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통상임금의 강행성이 잠탈된다는 것이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여야 하므로 통상임금이 전제하는 근로자는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여야 한다면서 ③ 소정근로 가치 반영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를 들어보면, 월 200만 원인 기본급의 600%를 연 6회 분할하여 정기상여금으로 격월마다 200만 원씩 지급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20년간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를 가정했을 때 근로자는 20년 동안 총 120회에 걸쳐 한 차례도 빠짐없이 200만 원의 정기상여금을 지급 받았다면, 이는 기본임금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할 것을 기대하는 임금에 해당하고, 따라서 기본급(200만 원)에 정기상여금을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100만 원)을 더한 월 300만 원이 근로자가 제공하는 ‘소정근로 가치’를 온전하게 평가한 금액인데, 근로관계의 종료 시점에 퇴직으로 인하여 마지막 정기상여금을 단 한 차례 수령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개념이므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한다(④사전적 산정 가능성).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면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종전 판례도 명확성(예측가능성)을 추구한 것이나, 이는 앞서 보았듯이 법령 부합성, 강행성, 소정근로 가치 반영성 등의 요청을 충족하지 못하여 유지할 수 없고, 이러한 요청에 부합하는 ‘사전적 산정 가능성’은 사전에 확정될 수 없는 장래의 요소를 배제하고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이라는 전제적 개념에 충실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으며, 즉,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할 경우 충족되는 근무일수(= 소정근로일수 이내 일수)를 정한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정기성ㆍ일률성을 갖추면) 통상임금이고,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므로 통상임금 여부가 사전에 예측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상임금은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하는 바(⑤정책 부합성),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하여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고정성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였다. 먼저,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에 대하여,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함.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재직조건부 임금의 경우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므로,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근무일수 및 조건부 임금과 관련해,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 성과급의 경우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일정한 업무성과나 평가결과를 충족하여야만 지급되므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

​결국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중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은 부분, 재직조건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성과급의 통상임금성을 고정성 인정 여부에 따라 판단한 부분, 재직조건부 임금이 조건의 부가로 인하여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부분 및 그와 같은 종전 판결들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하면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이다. 다만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에 대하여 이번 판례 변경의 특수성 및 판례변경의 소급효 제한과 관련해 살펴보면,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으로, 임금 지급에 관한 수많은 집단적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를 위하여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여야 한다.

다만 이 사건 및 병행사건(☞ 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하는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에는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의 본질상 새로운 법리가 소급하여 적용된다. 이 사건은 동종 쟁점 사건이 대법원과 하급심에 다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음으로 이러한 점(평등원칙의 요청) 등을 고려해 장래효를 채택한 판결 중 최초로 ‘병행사건’까지 소급효를 미치도록 하였다.

​참고로 종전 판례 법리(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는 통상임금에 관한 강행적 법질서로 받아들여져 노사 간 협상과 합의의 토대가 되어 수많은 파생적 법률관계의 기초가 되었고 판례변경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이해관계의 규모가 매우 광범위하므로 이 사건은 변경되는 판례에 대한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새로운 판례의 소급적 관철 필요성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위 판결의 의미에 대하여 종전 판례에 따르면 법령상 근거 없는 고정성 개념에 의해 통상임금 판단이 좌우되어 소정근로 대가성이 분명한 정기상여금과 같은 임금 항목도 당사자의 조건 부가에 의해 통상임금성이 쉽게 부정되어 통상임금의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되고 연장근로 등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였고, 기준임금으로서 요청되는 통상임금의 기능과 본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충실히 해석하여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였으며(고정성 개념을 폐기하고 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근로 대가성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였음), 통상임금에 관한 새로운 법리는 ① 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요청과 ② 도구개념으로서 요구되는 사전적 산정 가능성(통상임금 판단의 예측가능성)을 모두 충족하며 재직조건부 임금뿐 아니라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 다양한 임금 유형에 정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이라는 의의가 있다면서, 새로운 법리는 이 사건 및 병행사건이 아닌 한 이 판결 선고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에 한하여 적용된다(이번 판례변경이 갖는 막대한 파급효와 종전 판례 법리에 대한 신뢰보호를 고려하여 판례변경의 취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살리면서도 당사자의 권리구제도 배려하기 위한 조치임)고 설명하였다.

​통상임금의 개념징표인 고정성은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도입된 것으로,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그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고정성을 요구할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조건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해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기존의 고정성을 폐기하면서 통상임금의 개념을 새로 정립한 것이다.

따라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정리하고 사용자가 탈법적인 방법으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줄이는 것을 막아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보하는 것이어서 매우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