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들 민낯…이남우, 이사회 무능에 쓴소리 내며 상법 개정

-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 “이사에겐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 있어, 서류에 도장만 찍어도 역할 다해” -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가 글로벌 스탠다드 위배?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 -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이사회의 회사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정관에 게재” - “대기업들, 상법 개정되면 기업가 정신 위축 주장…10년간 TSR 5% 그쳐” - “대기업 회장들 본인 주식 하락 기분 나빠하면서, 회사 주가엔 미안함 없어”

2024-11-28     최창영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로리더]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 기업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기능 없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사에게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 있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없기 때문으로 진단하며, 기업 이사회에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동시에 담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상법 개정안에 동의했다.

이남우 회장은 “최근 우리 정부와 경제단체에서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책임의무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면서 상법 개정 반대를 비판했다.

“대기업 회장들 만나 보면, 본인들이 투자한 주식이 하락하는 것은 기분 나빠하면서 자기 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는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다. 회장ㆍ사장에게 지난 몇 년간 자사의 총주주수익률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안다고 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모든 의사 결정이 주주를 위해 결정되는 것이 없어 심각한 문제다” = 이남우 회장.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약칭 국장부활TF/ 김남근, 김영환, 김현정, 박균택, 박상혁, 박주민, 오기형, 이강일, 이성윤, 이소영, 이정문, 정준호 의원)는 2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고려아연 사례를 중심으로 상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국장은 한국 주식시장을 말한다. 

앞줄 왼쪽부터 사무금융노조 신한투자증권 김승일 지부장,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종보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윤태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연구소장 / 뒷줄 왼쪽부터 김현정 의원, 오기형 의원, 이정문 의원, 이강일 의원, 김남근 의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우리나라의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해 자본시장의 건전한 성장 발전을 도모하고자, 기업의 가치를 중시하는 금융투자업계의 기관투자자 및 전문가(법조인, 교수 등)들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결성돼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올해 7월 두산밥캣 사태가 난 뒤 한국에 20년 이상 투자한 미국 투자자는 ‘상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한국에 투자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면서 “그 이유는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남우 회장은 “고려아연 사태는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고려아연 사태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특집 기사로도 보도됐는데, 거버넌스와 이사회의 역할이 작동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면서 “기사는 거버넌스가 안 좋아서 수천억에 달하는 투자가 2건이 있었는데 한 건은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았고, 하나는 거쳤는데도 제대로 안 됐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회장은 그러면서 “10% 지분도 안 가진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뛰어넘고, 이사회는 견제와 감시 역할도 안 하는 것 때문에 고려아연 사태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남우 회장은 “우리 포럼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발행 결의를 ‘자해 전략’이라고 표현했다”며 “어느 주체가 무엇을 살 때는 싸게 사고, 팔 때는 비싸게 팔려고 하는데, 완전히 거꾸로 갔다”고 비판했다.

이남우 회장은 “이런 것을 막아주는 게 이사회인데, 아무리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그랬다고 해도 전혀 이사회 기능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는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자해 전략이었는데, 이게 대한민국 이사회의 현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발제하는 가운데 오기형 국회의원(왼쪽)과 김현정 국회의원(가운데)가 경청하고 있다.

이남우 회장은 “항상 이러한 자본 거래가 있을 때는 기존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이사들이 그런 교육이 안 돼 있는지 한국 이사들은 주주의 권리와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남우 회장은 “또한, (고려아연 사태에서) 유상증자가 과연 필요한지 (따져보지 않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은 대개 선진국, 심지어 일본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회장은 “경험상 법조인 출신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거의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서 “왜냐하면, 이사에게는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만 있어, 회사가 준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아무 일도 없이, 아무런 질문도 이의 제기도 안 해도 본인의 역할은 끝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정문 국회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 내용을 보면, 거버넌스포럼은 이 안이 옳고, 방향이나 세부 내용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에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동시에 담았다.

이남우 회장은 “G20/OECD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원칙을 보면, 첫 번째로 거버넌스가 개선되면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자금을 조달해서 경제 성장이 활성화된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에선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남우 회장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올해 주가가 하락했다”면서 “올해는 환율도 높고, 반도체 사이클도 돌아왔는데도,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일은 과거에 없었다”고 우려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회장은 “두 번째로 기업 거버넌스가 갖춰지면, 투자자가 보호되고 더 나아가서 투자 재원을 넣을 개인들의 자금이 건전하게 증가한다”면서 “세 번째로 이러한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고 요약했다.

이남우 회장은 “OECD 기업 거버넌스 원칙을 보면, 이사의 책임은 회사와 주주에게 진다고 명확하게 표시돼 있다”며 “최근 우리 정부와 경제단체에서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남우 회장은 “미국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에는 (상장된) 자회사가 하나도 없다”며 “상장은 지주회사 하나만 했고, 수백 개의 자회사 가치가 지주회사로 올라가 우리나라 대기업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비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회장은 “알파벳의 기업 정관을 보면, 이사회가 회사와 주주들에 대해 책임의무를 진다고 명확하게 게재돼 있다”면서 “OECD의 기업 거버넌스 원칙, 우리나라 개미들이 투자한다는 미국 기업들은 명확하게 자본거래는 회사와 모든 주주들을 위해서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이사회와 그 산하 감사위원회가 승인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남우 회장은 “한국 자본시장을 보면, 10년간 TSR(총주주수익률)은 5%에 불과했다”면서“PER(Price-to-Earnings Ratio.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8배, PBR(Price-to-Book Ratio.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은 1.0배에 그쳐 중국(TSR 4%, PER 10배, PBR 1.4배)보다도 가치가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MSCI 기준 한국과 주요국 PER, PBR, TSR 비교

특히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대기업들은 이번에도 상법 개정이 되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10년 동안 기업 이익 증가율이 연 3%에 그쳐 성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팩트”라며 “우리는 배당 2% 받고, 장기 이익 증가율 3% 해서 총 5%밖에 안 되니 투자자들이 알고 한국 시장을 떠나간다”고 진단했다.

이남우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도 멀쩡하고, 해외에선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는데, 제품의 품질이 자본시장으로 가면 그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며 “거버넌스가 망가져서 이사회가 작동하지 못하는 피해는 결국 1400만 개인 투자자들과 국민연금이 본다”고 강조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회장은 “한 청년이 1월에 1000만원을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우리 시장이 성장하듯 연 5%씩 성장하면 30년 뒤 4300만원이 되는데, 일본이나 대만처럼 거버넌스가 좋아지면 그 돈이 1억 7500만원으로 4배가 된다”며 “이는 대기업의 무능하고 독립성이 없는 이사회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미 우리는 가난해지고 있는데, 우리 자손들이 더 가난해지게 방치할 수는 없다”며 “그래서 우리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개선하고,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아울러 이남우 회장은 “모 일간지와 경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적군이 우리 군 작전회의에 참석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서도 “그런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남우 회장은 “또 다른 기사에서는 삼성전자의 외국 기관투자자인 블랙록, 뱅가드, 캐피털리서치앤드매니지먼트, 노르웨이 은행투자운영위원회 등이 이사회에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해 삼성전자를 장악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전 세계에서 지난 100년 동안 한 번도 이사회에 독자적으로 이사를 추천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남우 회장은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은 투자자 보호가 너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행동주의 펀드(주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펀드) 등 적극적인 자본이 많이 참여해서 주주를 보호해줘야 자본시장이 발전한다’고 썼다”고 인용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이남우 회장은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기업들이 그동안 해온 것처럼 아주 유능한 변호사들을 고용해서 이리저리 교묘히 빠져나갈 건데, 그래도 첫 단추를 잘 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우 회장은 “대기업 회장들도 만나 보면, 본인들이 투자한 주식이 하락하는 것은 기분 나빠하면서, 자기 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는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다”면서 “회장ㆍ사장에게 지난 몇 년간 자사의 총주주수익률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안다고 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모든 의사 결정이 주주를 위해 결정되는 것이 없어 심각한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오기형 의원이 정책토론회 좌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장부활TF 단장인 오기형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윤태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연구소장, 김승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신한투자증권지부장,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주최자인 김현정 국회의원과 좌장인 오기형 국회의원 외에도 김남근ㆍ이강일ㆍ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