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공무원노조 간부 월급 환수…사법부 수장 대법원장이 맞서야”

노조탄압 피해자 대표 발언에 나선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

2024-11-20     신종철 기자

[로리더]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7기)은 법원행정처의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월급 환수 움직임에 대해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어떤 외압에도 오히려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이성민)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임금환수 노조탄압 대법원장 규탄 및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천막 농성장은 대법원 안에 설치했다.

‘법원본부’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이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법원본부에 따르면 202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간부들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해, 올해 상반기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법원본부 간부 8명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적시하지 않고, 대법원이 추가 조사해서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법원본부는 “그런데 대법원 윤리감사실은 일방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했고, 감사대상 기간(2020년 6월 ~ 2023년 10월)에 법원노조 간부들에게 지급한 임금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했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법원본부가 임명 반대 입장을 내고, 사회적 이슈가 돼 결국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자, 여당이 국정감사를 이용해 보복을 시도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법원본부는 “간부 8명에 대한 임금환수 시도 등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규탄하고, 노조 탄압을 저지하기 위한 법원본부장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전했다. 임금 환수 대상은 법원노조 전현직 간부 8명이다.

법원본부는 “역대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들은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과 노사 합의 등에 따라 법원공무원노조 간부들의 활동을 원만하게 보장해 왔는데, 이제 와서 노조 간부들에게 ‘사실상 전임’이라는 딱지를 붙여 3년 5개월간의 임금을 환수하겠다고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성민 법원본부장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이성민 법원본부장이 삭발 투쟁에 나섰다. 기자회견 이후 단식농성은 대법원 안에 설치한 천막농성장에서 이어간다. 

기자회견에서 노조탄압 피해자들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은 “저는 노동조합 활동을 2007년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노동조합 간부로서 할동하고 있다. 중간에 잠시 (법원) 현장에 내려가 조합원들과 같이 일도 하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을 지부 간부와 본부 간부로 활동을 하고, 2015년부터는 사무처장, 본부장 등 본부 간부로 활동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인섭 전 본부장은 “그간 노사관계는 대척점에 서기도 하고 경색되기도 했으며, 투쟁국면인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노사가 교섭과 대화, 각종 협의 등을 하면서 원만히 이루어져 왔다”고 말했다.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은 “특히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서는 역대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법원장 등 법원 당국이 허용하고, 노사 간 합의한 범위 내에서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이 원만히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속한 법원의 현장과 본부(노동조합) 사무실을 오가며, 연가, 외출 등도 써가면서 노사 간 합의한 범위 내에서 활동을 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은 “심지어 2020년부터 2021년 제가 법원본부장으로 있던 시기에는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차장, 각 실의 고위 관료들이 직접 본부 사무실을 방문해서 ‘어렵고 힘든 일을 한다’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법원본부를 사법부 내에 꼭 필요한 존재이자 당당한 한 축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인섭 전 본부장은 “그런데 이제 와서 (법원본부장으로) 그 2년의 활동을 징계, 월급 환수 등을 운운하며 부정하는 것은 무슨 근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근무시간 내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면담을 손가락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했고,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 각 실의 심의관들의 면담을 수시로 한 것이 징계사유이자 월급 환수 사유란 말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노사 간 합의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낙마 및 일부 몰지각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정치적 외압으로 시작된 노동조합 탄압은 당장 멈춰야 한다”며 “사법부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어떤 외압에도 오히려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인섭 전 본부장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번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부당한 징계, 월급 환수 등을 강행한다면, 국민들은 앞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인권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의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은 “만약 노사 간 합의에 근거한 활동을 가지고 노조 간부에게 책임을 묻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각오를 다졌다.

기자회견 진행하는 복소현 법원본부 사무처장

기자회견 사회를 진행한 복소현 법원본부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이 따라 외쳤다.

“임금환수는 살인행위다. 임금환수 시도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과 헤어질 결심, 노조탄압 중단하라”
“노조탄압 동조하는 대법원장 규탄한다”

법원본부가 18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규탄하고 있다. 

한편, 법원본부는 “공무원노조를 극심하게 탄압했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노조 간부들의 임금을 환수한 사례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떤 정권보다 악랄하고 치밀하다”고 성토하면서 “대법원이 부화뇌동하거나 이용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정권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스스로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임금을 뱉어내라는 것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이라며 “만약 법원이 노조탄압을 자랑스레 떠벌려대는 정권과 그 정권에 기대에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법원본부를 와해시키려는 내부 앞잡이의 눈치를 보는 결정을 한다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스스로 정권의 하수인이 된 치욕의 사법부 수장으로 기억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본부는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조탄압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 큰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좌측부터 이해준 공무원노조위원장, 이성민 법원본부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경천 전 법원본부장, 이인섭 전 법원본부장과 법원본부 간부들 그리고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전국공무원노조 이해준 위원장, 박중배 수석부위원장, 김정수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