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자산운용 이성원 “투자자들 ‘국장’ 떠날라…상법 개정” 쓴소리
-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 - “많은 기업이 법 교묘하게 이용해 세금 한 푼 없이 부의 이전” - “국내 상장사, 중국보다 낮은 평균 주주환원율…이익 주주에게 안 돌아가” - “정부ㆍ여당의 밸류업 프로젝트, 처벌 조항 없어 성과 미흡” - “상법 이대로 두면 자본시장 넘어 벤처기업 등 산업 생태계 위기”
[로리더]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이성원 대표는 한국주식시장(국장)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으며 상법 개정을 촉구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배주주의 이익과 소액주주의 이익이 불일치하는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발길을 막을 수 없다”고 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국장부활TF(단장 오기형, 위원 김남근ㆍ김영환ㆍ김현정ㆍ박균택ㆍ이성윤ㆍ이소영ㆍ이정문)’는 11월 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에 관해 논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는 “우리 주식시장에서 제일 큰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며 “최근 10년간 통계를 봐도 주요국 증시 중 한국이 가장 낮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반면에 변동성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대표는 자사에 대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13년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활동을 펼쳐왔다”면서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서 주주 활동을 열심히 하는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 이성원 대표는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이성원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두산과 같은 큰 회사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여론도 악화되다 보니 금융당국이 나서서 가끔 제동도 걸지만, 매우 많은 기업이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지키지 않는 거래를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고 예시를 들기도 했다.
이성원 대표는 “대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가져가는 방안에는 크게 세 가지, 월급과 배당, 그리고 내부거래가 있다”며 “그런데 월급과 배당에는 세금이 있지만, 내부거래는 세금 한 푼 없이 부(富)의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에는 매우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이성원 대표는 특히 “많은 기업이 기업가 2세들이 대주주인 자회사를 만들고, 모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자회사로 돈을 벌고, 그 자회사의 자본으로 모회사의 주식을 사는 식으로 세금 한 푼 없이 승계가 이뤄진다”며 “이 과정이 과연 정당한 거래, 정당한 경영 판단의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원 대표는 “물론 모든 기업이 모두 편법을 한다고 보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내부거래로 부를 이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 “그런데 현 상법상 이사회는 회사의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고만 돼 있고,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면죄부를 받고 있으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고 현 상법을 비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이성원 대표는 “우리 회사가 담당했던 A기업의 경우 자산이 20조원 대인데, 시가총액은 6000~7000억원 정도 된다”며 “이 기업은 그동안 돈을 벌어 부동산을 많이 샀고, 지금 시가로는 20조원이 훨씬 넘을 것인데, 이 회사는 그동안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이 1%도 되지 않는다”고 예시를 들었다.
이성원 대표는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27% 수준으로, 중국(32% 수준) 보다 낮고, 미국의 주주환원율은 90%를 넘는다”며 “그런데 A기업의 경우 1%도 안 된다고 하니, 그동안 주주에게 회사의 이익을 얼마나 돌려주지 않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성원 대표는 “또, 한 회사에서는 대주주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는데,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이사회를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면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이성원 대표는 “현행 상법에는 이런 일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이사회가 회사 이익에 충실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대표는 “주주대표소송은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을 침해했을 때 이사의 책임을 묻도록 하는 제도인데, 소액주주가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이사회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를 소수주주가 입증해야 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성원 대표는 “모든 주주에게 이사회 열람권이 있지 않으냐는 얘기도 있지만, 이사회 열람권이 있다고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이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기관투자사로서 여러 번 해봤는데,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본 안건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찬성한다’는 식으로만 쓰여 있거나, 심지어 이사회 의사록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으며, 당연히 해야 하는 의사록 작성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개선 노력에 대해서도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이성원 대표는 “정부와 여당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얘기했고, 사실 연초만 해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강력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해서 기업들이 움직였다”면서 “그런데 최근에 만나보니 대체로 안 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공시된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한 회사는 14일 기준 44개 사에 불과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이성원 대표는 “이렇게 된 이유는 밸류업 프로젝트에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며 “밸류업 프로젝트로 경제적ㆍ사실적 이해관계 상충을 풀어낼 수 있겠다는 기대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대표는 “흔히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한국주식시장(국장)을 떠나고 있다”며 “지금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ETF(상장 사모펀드)인데,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두 배까지 늘어난 반면,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별로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성원 대표는 “지금은 손가락 하나로 얼마든지 미국 주식, 중국 주식 다 갈 수 있듯 경계가 없어졌다”며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내 자산을 미국 시장으로 옮길 수 있는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파땀 흘려 번 돈으로 미국 기업을 잘 되게 하고 있는가, 그 과정에 우리나라 기업에 문제는 없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어줬다.
이성원 대표는 “최근 보도를 확인해보니,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전체 주식의 7%를 가지고 있는데, 국내 주식을 0%로 해야 한다는 내부 보고서 결론이 나왔다”면서 “자본시장이 이렇게 침체되면 국민들의 부가 줄어들고,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조차 고갈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원 대표는 “또한, 벤처기업 생태계도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벤처기업이 잘 되려면 많은 기업이 IPO(기업공개)가 돼야 하는데, 주식시장이 다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탈출하면 누가 벤처기업 주식을 사주겠느냐”고 우려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이성원 대표는 결론적으로 상법 개정을 주문했다.
그는 “(상법을) 이대로 두다가는 한국의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며 “상법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규정을 넣는다고 한국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시장이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배주주의 이익과 소액주주의 이익이 불일치하는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발길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명한석 참여연대 실행위원(변호사, 전 법무부상사법무과장), 김영석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부장판사,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 이수진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보가 참석했다.
발제 및 토론자 외에도 김영환ㆍ김현정ㆍ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토론회에 참석해 논의를 경청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에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