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진상규명 미신청 삼청교육 피해자에게도 위자료 2억 지급”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문세 부장판사 법률구조공단 법률구조사례

2024-11-06     손동욱 기자

[로리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사건이 법률구조를 통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와 법원 로고

무효인 5.17 비상계엄포고에 따라 검거돼 순화교육을 받고 강제노역을 한 후 출소한 삼청교육대 피해자에게 대한민국이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판결이다.

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이종엽)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51민사단독 이문세 부장판사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0월 15일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2억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설치된 대한민국 산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악 일소를 위한 불량배 소탕 및 순화교육’을 명분으로 계엄포고를 발령했다.

A씨는 5.17 비상계엄 포고에 따라 1980년 10월에 검거돼 순화교육을 받고 근로봉사를 하던 중 보호감호 3년의 처분을 받고 1981년 수용됐다가 1983년 출소했다.

A씨는 국가기관에 의해 약 3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불법하게 구금돼 강제로 순화교육을 받고 강제노역을 하고 보호감호처분을 받음으로 인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또한 순화과정을 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 및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삼청교육대에서 순화받은 이력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공익소송의 일환으로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을 모집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A씨를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이 재판에서 “계엄포고 자체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무효다. 무효인 계엄포고에 의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정신적 피해를 입은 A씨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에서는 A씨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않아 주관적 소멸시효기간의 도과여부가 문제됐다.

피고인 국가는 이 사건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해 ① 삼청교육이 종료된 날, ② 삼청교육피해자의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시행일, ③ 2018년 대법원에서 삼청교육의 법적 근거인 계엄포고령 13호에 대해 위헌·무효라고 결정한 날로부터 모두 3년이 경과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소멸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A씨를 대리해 이번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윤성묵 변호사는 “이 사건은 진실규명미신청자의 권리구제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 중의 하나인 소멸시효 문제에 있어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우호적인 입장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이러한 판결들이 계속 쌓인다면 향후 다른 피해자들이 권리를 구제가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성묵 변호사는 이어 “소송을 진행하면서 A씨 같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사건을 수행하면서 피해자분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률구조공단은 “이번 사건 판결 선고를 계기로 법률구조의 범위를 진실규명미신청자들까지 확대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면서,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못한 피해자 중 중위소득 125% 이하인 국민은 국가기록원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삼청교육대 입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 뒤 가까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면 소송을 진행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로리더 손동욱 기자 twson@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