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민간인 사찰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서 나온 쓴소리들
- 시민사회 “불법 넘나드는 국정원 민간인 사찰…국민 우습게 봐” - 참여연대 장동엽 “불법 사찰도 절차적 하자 없으면 위법성 사라지나?” -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국정원 국내수사권 폐지에도 민간인 무차별 사찰”
[로리더] 국가정보원의 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 촛불행동 김민웅 대표 등에 대한 민간인 사찰에 경찰이 ‘절차적 하자가 없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한 것을 두고,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국정원 내부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결정하면 절차적 문제가 없으니까 위법성이 다 사라지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23일, 국정원이 지난 3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에 자주 참가한 원고들이 북한과 연계돼 있을 것이라는 의심만으로 원고들을 탐문ㆍ채집하는 방법으로 비밀리에 사찰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과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원 민간인 사찰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최새얀 변호사는 “이런 사찰은 한 국정원 직원이 사찰 중에 우연히 붙잡히면서 세상에 드러났고, 직원의 핸드폰 속에 시민단체 회원들을 미행하고 촬영하는 자료들이 대규모로 확인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면서 “원고들은 국정원의 사찰 행위가 위법임을 확인받고, 사찰로 인해 입은 막대한 손해를 배상받고자 국가와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의 무혐의 불송치 결정은 아예 수사 결과를 정해놓고 진행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국정원 내부에서 심의ㆍ의결된 것이니까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절차적인 하자가 없으니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동엽 선임간사는 “그럼 국정원 내부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결정하면 절차적 문제가 없으니까 위법성이 다 사라지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장동엽 선임간사는 “경찰은 국정원 직원인 피의자가 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 경찰관들에게 선물과 향응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서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 청탁금지법을 이렇게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온갖 시도들이 자행되고 있는데,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을 받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장동엽 선임간사는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금품 수수액이) 한 번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 한도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고, 원래 호형호제하던 사이여서 위법하지 않다고 한다”며 “그러면 적어도 국정원 직원이 경찰관에게 제공한 금품과 향응이 어떤 명목으로 지급된 건지, 직무와 관련이 없는지,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그 금액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확인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동엽 선임간사는 “근본적으로 국정원 개혁은 개정된 국정원법의 취지에 따라서 수사권을 경찰로 넘겼고 조사권만 가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경찰과 함께 국정원이 수사와 조사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민간인 사찰을 자행하고있는 상황은 개정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계속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장동엽 선임간사는 “특히 이 사건은 당사자가 현장을 잡았기 때문에 불법사찰의 사례가 드러난 것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 사찰한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피해당사자들은 알 방법이 없다”면서 “더욱이 이 사건에서는 정보수집대상이라고 규정해 버리면 그 정보 수집 기간과 범위에 대해서도 제한 없이 지인까지 다 계속 불법으로 사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동엽 선임간사는 “국정원법이 개정돼서 대공수사권이 없다는 것만으로 국정원의 권한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게 돼 있는 예비비 명목의 안보비 예산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동엽 선임간사는 “국정원이 컨트롤 타워를 자임해 사이버 보안, 안보 명목으로 각 부처에 정보보안비라는 예산을 신설하는 등 국정원 권한이 계속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며 “권한을 남용하고 있으면서 예산까지 늘고 있는 국정원을 통제하지 않으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이나 시민단체를 넘어, 그 지인의 지인들까지 무차별로 찰하는 불법행위를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국가정보원은 오랜 시간동안 불법적 사찰과 정보수집으로 수많은 시민, 사회운동가, 야당 정치인들의 인권을 침해했고, 그로 인해 국익이라는 허울로 사회의 발전을 저해해 왔다”면서 “우리 사회는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을 통해 국정원의 국내수사권을 폐지하는 소지의 성과를 얻었지만, 이내 정권이 바뀌고 국내수사권 폐지는 없는 일이 돼가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강성국 활동가는 “법은 바뀌었는데, 국정원의 행태는 무엇 하나 바뀐 것이 없다”며 “여전히 학생과 민간인, 심지어 미성년 자녀를 포함한 그 가족들을 무차별적으로 사찰하고 사안과 아무 관련 없는 사생활까지 들여다보면서 법과 국민의 기본권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성국 활동가는 “공공기관의 직권남용 범죄이며, 공권력을 동원해서 국민을 정치공작 대상으로 삼은 용납못할 범죄행위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길은 없는 것 같다”며 “상식적인 국가, 상식적인 공공기관이라면 뚜렷한 혐의 없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국민의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하는 사찰과 정보 수집 정황이 드러났다면, 대대적인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공공기관 스스로 특단의 조치를 밝히고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강성국 활동가는 “그러나 지금 국정원은 국민에게 아무런 대꾸나 어떠한 정보 공개도 없이 면피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이를 국민과 여론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가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강성국 활동가는 “이번 국가배상청구에서 국정원의 불법ㆍ부당한 사찰과 정보수집 행태가 명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또한, 국정원의 행태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국가배상이 주어지고, 그들의 일상이 원래대로 회복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최새얀 변호사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백민 변호사(민변 사법센터), 하주희 변호사(민변 사무총장), 사찰 피해자 주지은 씨와 김수형 대진연 회원,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법원은 국정원의 불법행위 인정하고 배상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