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헌신해온 노동자들 한순간에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 강대호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장 - “삼성SDI 편광필름 일방적 매각, 노조 배제한 원천 무효” - “무기력하게 버려질 수 없어 노조 설립…당당하게 노동자 목소리 낼 것” - “삼성에서 노조 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며칠 만에 100명 넘게 가입” - “일방적 매각 반대 서명 300명 넘어”

2024-10-02     최창영 기자
왼쪽부터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 강대호 삼성SDI 청주지회장, 권현구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장

[로리더] 강대호 금속노조 삼성SDI 청주지회장은 지난 9월 10일 삼성SDI가 편광필름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양도한다고 공시한 것에 대해 “삼성SDI의 일방적인 매각 발표는 삼성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노동자들을 배제한 일방적 매각은 원천 무효”라고 비판했다.

강대호 삼성SDI 청주지회장은 특히 “수십 년간 삼성SDI에서 헌신해온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통탄하면서 “이 분노를 고스란히 삼성SDI 경영진에 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와 삼성SDI청주지회는 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 설립 보고 및 매각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 설립 보고 및 매각 입장발표 기자회견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정성훈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은 “오늘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 설립을 삼성 서초사옥에서 진행하고,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삼성SDI 편광필름사업부 매각과 관련한 규탄도 함께 진행하고자 한다”며 “삼성SDI 본사는 기흥에 있지만, 삼성그룹의 중앙통제를 받고 있으므로 이 자리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고, 삼성SDI청주지회의 설립과 더불어 이후의 투쟁 내용까지 밝히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정성훈 사무국장은 “오늘 조합원 동지 중에는 늦게 출근하는 사람, 휴가를 내서 온 사람도 있다”며 “지금 지회 설립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근무시간 면제를 활용하기 어려움에도 여러 동지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삼성SDI 청주지회는 삼성SDI의 편광필름사업 매각 발표 이후인 9월 28일 설립됐다.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 강대호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장, 권현구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장

발언자로 나선 강대호 삼성SDI 청주지회장은 “수십 년간 삼성SDI에서 헌신해온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헌신짝처럼 버려졌다”며 “밤낮 없이 4조 3교대로 24시간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아무런 존중도 받지 못하고 버려졌다”고 개탄했다.

강대호 지회장은 “이대로 무기력하게 버려질 수는 없어서 금속노조에 가입해 삼성SDI 청주지회를 설립했다”면서 “이제는 노동조합으로 뭉쳐 당당하게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강대호 지회장은 “삼성SDI의 일방적인 매각 발표는 삼성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며 “노동자에 대한 존중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강대호 지회장은 “올해 5월 금속노조와 맺은 단체협약 제38조에는 회사 양도 시 노동조합에 사전 설명하게 돼 있다”면서 “그러나 회사는 이를 지키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대호 지회장은 “매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매각 시 노동자들의 고용은 어떻게 되는지, 삼성SDI에 잔류하는 인원과 매각 기업으로 전직하면 근무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등 현장 노동자들의 궁금증은 넘쳐나는데, 회사는 무엇 하나 제대로 설명하거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 강대호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장, 권현구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장

강대호 삼성SDI 청주지회장은 “노동자들을 배제한 일방적 매각은 원천 무효”라며 “금속노조 삼성SDI 청주지회는 특별교섭을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강대호 지회장은 “단체협약 제160조는 여건의 변화가 있거나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으면 재교섭을 할 수 있도록 정했다”면서 “편광필름사업 매각은 중대한 변화이고,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므로 매각 관련 정보를 노조가 빠짐없이 제공하고 모든 것을 원점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대호 지회장은 “삼성이라는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지금도 눈치 보며 노조 가입을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 강대호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장, 권현구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장

강대호 지회장은 “그러나 사업 매각이라는 말에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정말 빠르게 노조에 가입해줬고,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며 “그만큼 이번 매각 발표에 분노했다고 생각하고, 현장에서는 일방적 매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벌써 3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강대호 삼성SDI 청주지회장은 “이 분노를 고스란히 삼성SDI 경영진에 전하겠다”면서 “금속노조 삼성SDI 청주지회가 일방적인 매각을 막아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훈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

사회자인 정성훈 사무국장은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며칠 전부터 전 사원을 아우르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돼 먼저 회사에 요구하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었다”면서 “금속노조는 비대위를 배제하지 않으며, 이미 지회 설립 이전부터 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비대위는 접견해서 그 뜻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정성훈 사무국장은 “그러나 만약 회사가 노동자와 협의했다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금속노조를 배제하고 비대위와 협의만을 통해서 졸속으로 문제를 넘어가려고 한다면, 이를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고, 노조와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논의하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 설립 보고 및 매각 입장발표 기자회견

강대호 삼성SDI청주지회장은 “9월 30일 지회와 비대위가 면답을 진행했고, 거기서 우선은 같은 방향(매각 반대)으로 가자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매각 진행 시) 고용 승계 명문화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업 등 단체행동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옥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 권현구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장, 강대호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장, 오세희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 사무장, 이동곤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장이 발언자로 참석했다.

그 외에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금속노조 삼성SDI울산지회, 삼성SDI천안지회, 삼성전서비스지회, 사무금융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 등 삼성전자 계열사에서도 연대차 참석했다.

금속노조 삼성SDI청주지회 설립 보고 및 매각 입장발표 기자회견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정성훈 사무국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금속노조 단결투쟁, 고용보장 쟁취하자”
“일방 매각 중단하고, 원점부터 교섭하라!”
“매각 관련 모든 정보 즉각 공개하라!”
“일방 매각은 배신이다. 대표이사 사과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