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용어로 사회적 비용 손실…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기술 확대”
- 손성호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 - “국내외 페달 오조작 사고, 고령 운전자에서 많이 발생…초고령 사회에서 증가” - “토요타 PKSB, 현대차 PMSA 등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보급 기반 마련해야”
[로리더] 손성호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급발진’이라는 용어로 차량 제조사와 정부, 그리고 국민 간의 갈등으로 생기는 수많은 사회적 비용의 손실이 있다”면서 “좋은 기술과 정책을 개발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은 9월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자동차 페달 오조작 사고 방지장치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손성호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급발진’이나 ‘페달 오조작’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9월에만 급발진 주장 또는 의심 사고들이 4건이 나왔다”면서 “사고 4건을 보면, 운전자가 고령이거나 음주운전을 한 등 정상적인 인지 판단이 잘 되지 않은 경우에 페달 오조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최근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인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 같은 경우 60대 운전자가 호텔 주차장에서 출차 후 역주행으로 인도의 보행자와 충돌해 9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16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라며 “일단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라는 시선을 좀 명료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며,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7월 9일 서울 이태원과 9월 3일 전남 고흥에서는 페달 블랙박스가 최초로 공개된 사건이 있었다”고 두 사건을 소개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7월 9일 사고에서는 65세 운전자가 우회전 중 급발진이 발생해서 브레이크를 여러번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면서도 “그러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이 사고가 ‘페달 오조작 사고’라는 부분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또 “9월 3일 사고에서는 산길을 주행하던 68세 운전자가 내리막길을 가던 중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고, 가속페달을 작동하면서 절벽으로 추락했다”며 “사고 당시 음성을 들어보면 급발진을 주장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페달 블랙박스를 통해 오조작이었음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국내 페달 오조작 사고 관련 분석을 보면, 해마다 급발진 의심사고 처리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보면, 이런 사고 중 76.1%가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이 내려졌고, 나머지는 차량 손상 등으로 감정이 불가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사건들로, 차량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 사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최근 5년간 급발진 감정 건 중 운전자 정보가 확인되는 건을 분석해 보면, 50대 이상이 전체 사고의 92.3%, 60대 이상이 70%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외에서도 페달 오조작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서 분석한 7건의 ‘의도치 않은 가속(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에 의한 사고 사례 모두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영국에서는 43건의 페달 오조작 사건 중 여성이 67%로, 상대적으로 발이 작은 여성이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못한 사건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있었으며, 사고 운전자 중 60%가 60세 이상이었다는 통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국내외 사례를 종합했을 때, 페달 오조작 사고는 고령 운전자에게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그러므로 페달 오조작 사고는 앞으로 초고령 사회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국내외 기술 동향을 살펴보면, 일본 사례에서 토요타는 저속(15km/h 이하)에서 3m 전후방에 장애물을 인지했음에도 계속 전진 또는 후진 기어를 유지하고 있을 경우 차량을 정지시키는 기술(PKSB, Parking Support Brake)을 개발했다”면서 “또, 같은 회사에서 플러스 서포트 키(Plus Support Key)를 활용해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활성화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적용시키는 시스템도 있다”고 소개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왜 특정인의 선택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냐면, 사람마다 운전 습관이 달라서 급가속을 많이 하고, 충분히 많이 스로틀을 여는 운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기능이 불편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닛산(Emergency Assist for Pedal Misapplication)이나 혼다(Honda Sensing) 역시 저속이나 정지 상태에서 페달 오조작을 방지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2024년 현대자동차 역시 PMSA라는 기술을 개발해 캐스퍼 일렉트릭에 최초로 적용했다”고 예시를 들었다.
PMSA 기능은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기능으로, 2024년 출시된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전기차, 해외 수출명 현대 인스터)에 최초 적용됐다. 이 기능은 장애물이 감지된 상태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급하게 작동할 경우 운전자의 페달 오인으로 판단해 출력을 제한하거나 긴급 제동하도록 한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제도 동향을 살펴보면, 일본은 페달 오조작 사고와 관련해 우리보다 앞서서 초고령 사회를 맞아 JNCAP(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자동차사고대책기구인 NASVA, National Agency for Automotive Safety & Victim's Aid에서 주관하는 안전성 평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평가 프로토콜을 2018년부터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UN에 페달 오조작 사고 방지장치의 국제 기준 개정을 제안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2025년 6월에는 ACPE(Acceleration Control for Peda Error) 기준이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일본은 2017년부터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해 ‘싸포카(Safety Support Ca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 제도에는 총 4가지 기술이 포함되는데, 비상 자동 제동 장치, 페달 오조작 억제 장치, 차선이탈 경보장치, 지능형 전조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2019년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80대 운전자가 큰 인명 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이 사고를 계기로 일본은 1098억엔, 한화로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의 예산을 편성해 ‘싸포카’ 제도에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일본은 2021년 기준 93%에 달하는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장착됐으며, 2025년부터 의무 적용을 추진해 2~3년 간의 유예기간을 둔다고 한다”며 “일본에서는 이 장치를 2012년부터 각 제조사가 이미 개발해 적용하고 있었으며, 싸포카 제도와 JNCAP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평가 프로토콜 도입 이후 51~52%의 사고율 감소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손성호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기술 도입 초기지만, 일본의 도입 사례를 참고해 선제적으로 일본이 10년 걸린 것을 우리는 5년이나 3년까지 줄이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먼저 정부가 주도적으로 어떤 사고 사례가 페달 오조작인지 명확한 판단 기준과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기준을 얻기 위해 EDR이나 CCTV, 블랙박스 등을 활용해 환경이나 연령별 페달 오조작 패턴들을 연구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페달 오조작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면 차량 제조사들은 이를 활용해 다양한 센서를 개발해 시장에 좀 더 안전하고 정확한 기술을 만들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또, 정부는 이런 제도나 장치가 보급될 수 있게끔 보조금이나 보험료 할인 등을 적극적으로 연구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기술 보급을 확대해 안타까운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성호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마지막으로, ‘급발진’이라는 용어로 차량 제조사와 정부, 그리고 국민 간의 갈등으로 생기는 수많은 사회적 비용의 손실이 있다”며 “좋은 기술과 정책을 개발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엄성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장, 윤영한 한국자동차안전학회 소장, 윤일수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손성호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김은정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장, 김남선 국립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 센터장,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대표, 정용수 한국소비자협회 소비자문제연구원장, 박형원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본부장, 김기택 한국모빌리티협회 상무, 박주선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상무, 김남석 현대자동차 상무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