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동료 수상 축하하려는데 설계사노조 영업방해 고소”
- ‘20년차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김갑선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노조 대구분회장 - “지회장이 행사장 내부 진입 시도, 전력질주? 꼬투리 잡아 과장”
[로리더] “한화생명에 2004년 입사해서 지금 20년차”라고 밝힌 김갑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대구분회장은 27일 한화생명을 향해 “직장 동료가 좋은 일에 초대돼 이를 축하하러 갔는데, 영업방해라며 고소장을 날리는 회사가 어딨냐”며 규탄했다.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한화생명노동조합)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앞에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노조활동 탄압 중단 및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5월 17일 회사에서 개최한 ‘제40회 연도대상 시상식’에 노조 조합원들이 찾아가 축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김태은 지회장이 수상자인 조합원들에게 인사하러 들어간 것을 회사가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연도대회’는 한 해 동안 실적이 높고 우수한 업적을 낸 보험설계사들에게 상을 주는 자리다.
김갑선 한화생명지회 대구분회장은 “한화생명은 업적이 좋고 리쿠르팅을 잘하는 설계사들에게 1년에 한 번 초대해서 ‘에이스’라는 영광의 자리를 준다. 이번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잔치가 벌여져 우리 조합원 중 한 명도 초대받아 한화생명지회도 노조 입장에서 축하해야 하지 않겠냐고 논의했다”면서 “축하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에이스’도 싫어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고, 우리도 당연히 축하해야 한다고 결정해 일산 킨텍스에 축하 현수막을 들고, 여러분들 너무나 축하드린다고 하려고 갔다”고 설명했다.
김갑선 분회장은 “킨텍스의 주차장은 엄청나게 넓은데, 회사에서는 울타리를 쳐놓고 그 밖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으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일반 승용차는 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멀리서 오는 관광버스만 킨텍스 행사장 입구에 행사 참가자들만 내려주고 버스는 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축하하러 왔는지 누가 알 수 있느냐”고 따졌다.
김갑선 분회장은 “그래서 조합원들은 울타리 밖에 있고, (한화생명지회) 김태은 지회장이 안에 들어가서 축하하려고 갔지만, 회사는 공문을 통해 ‘(김태은 지회장이) 임의로 행사장 펜스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고, 출입구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고 했다”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과장해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갑선 분회장은 “직장 동료가 좋은 일에 초대됐는데, 노조가 축하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이걸 꼬투리로 잡아 영업방해니 뭐니 하며 고소장을 날리는 사측이 어디에 있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노동조합 길들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조합원들은 시상식 당시 “한해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연도대상 수상을 보험설계사 노동조합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김태은 한화생명지회장은 “우리에게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집회 신고를 하고 마이크를 잡았겠지만, 집회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현수막에도 축하한다는 문구밖에 없다”면서 “다만 우리는 노조로서 조합원 조끼를 입고 갔을 뿐인데, 그 조끼에 ‘성실교섭촉구’라는 문구가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태은 지회장은 “행사장이 아니라 (행사가 열린) 킨텍스 주차장에 들어간 것이며, 보안요원들이 끌어내려 하기에 주저앉은 것”이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제지했어야지 가만히 있는 사람을 긁어서, 행사에 참석한 다른 설계사들에게 ‘노조 혐오’를 일으키기 위해 꼬투리를 잡아 교묘하게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승현 사무금융노조 일반사무업종본부장, 오세중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장, 유흥희 비정규직이제그만 집행위원장, 교내 성폭력 공익제보자 지혜복 교사, 우분투재단, 강운규 사무금융노조 SGI신용정보지부장, 오홍석 사무금융노조 농협정보시스템지부장, 박은영 사무금융노조 라이나손해보험콜센터지부장 안상일 사무금융노조 KS넷지부장, 민주노총 김진억 서울본부장,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트지회장,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한화생명 입장
한편,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한화생명은 9월 27일 본지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화생명은 “회사는 당사의 주요 연례행사인 연도대상 시상식이 방해받은 점에 대해 공문을 통해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등 시정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다”며 “그럼에도 지회장은 공문에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고 사과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회사는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지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현재 “경찰에서도 이번 건에 대해 업무방해로 보고 송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생명은 “회사는 FP(보험설계사)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며, 노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